제2막 여섯 번 째 이야기
정신과를 옮겼다.
예전 병원의 의사는 나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였다.
“살이 쪄서 너무 힘들어요.”
여러 번 말해도 그는 늘 같은 약만 처방해줬다.
그러다 지인의 추천을 받아 집 근처에서 유명하다는 정신의학과에 예약을 했다.
전화를 걸기까지 꼬박 두세 달이 걸렸다.
기존에 다니던 병원을 옮기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약을 계속 먹으면서 살은 점점 불어갔고, 그와 동시에 자존감은 바닥을 향했다.
약을 복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불안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그래서 위급한 순간에도 대중교통으로 바로 찾아갈 수 있는 병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병원은 환자가 너무 많아 신규 등록까지 약 5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그런데 운 좋게도 두 달 만에 빈 자리가 났다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의사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는 대화를 즐겼고, 첫 만남부터 풍성한 에너지와 호탕한 웃음으로 나를 맞았다.
그 밝음이 오히려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그는 단순 약 처방이 아니라 20여분 되는 시간 동안 나와 대화를 하며 같이 고민하고 공감해줬다.
진료 전 다시 심리검사를 받았다.
결과지를 본 의사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이 정도면 지금도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우울 증상이 심각하네요.”
그러면서도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계속 치료를 이어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해요. 이미 잘 버티고 있는 거예요.”
마음속 어딘가가 무거운 돌이 던져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새로운 약으로 다시 치료를 시작했다.
나에게 맞는 약을 다시 찾는 과정은 두렵고 무서웠지만,
또복이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나는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