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기
잠시 쉬어가며..
또복이는 나에게 아침이라는 존재를 알려줬다.
그저 하루를 버티는 데 급급했던 내게, 하루를 살아갈 원동력이 되어준 존재다.
그렇다고 해서, 우울증 환자들에게 반려동물을 키우라고 쉽게 권할 수는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신중히 고민해야 할 선택이다. 본인이 키우고 싶다면 먼저 의사나 상담사에게 조언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나 역시 무수히 고민했고, 그 끝에 또복이를 만났다.
남자친구와 이별한 뒤, 나는 마음속 병을 처음으로 주변에 꺼내놓았다.
나름의 배려였지만, 오래 침묵했던 탓에 오해를 사왔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친구들에게는 자주 약속을 미루고 취소했던 이유가 반복되는 우울감 때문이었다고 털어놓았고,
같은 사무실 직원들에게는 가끔 출근하지 못하는 사정에 대해 설명했다.
내 고백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따뜻하게 이해해주었다.
병을 드러내면서 나 자신도 내 상태를 더 또렷하게 인식하게 됐고,
'그래도 직장은 계속 다녀야 한다'는 책임감이 나를 붙들고 있었다.
그 무게를 감당하는 데, 또복이가 큰 힘이 되어주었다. 또복이는 나의 삶의 목적이 되었다.
만약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집에만 숨어 있었다면,
또복이 역시 또 하나의 불행한 희생양이 되었을 것이다.
혹시나 나의 우울함이 또복이에게 옮겨갈까 두려웠다.
그래서 강아지 유치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남들은 과하다고 말할지 몰라도,
또복이의 하루는 나의 하루와 달랐다.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내가 회사에서 하루를 견디는 동안,
또복이는 집 안이 아닌
햇살이 가득한 잔디밭에서 시간을 보내길 바랐다.
또복이를 돌보면서, 나는 다시 세상으로 걸어나올 수 있었다.
출근 전후로 산책을 하며 사계절을 느꼈으며,
또복이의 사회화를 위해 산책 모임에도 가입하며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주말이면 또복이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 야외 활동을 나갔고,
그렇게 나는 한때는 상상도 못했던 캠핑이라는 취미도 가지게 되었다.
또복이는 나에게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해준 기적이었다.
어느 날 아빠가 말했다.
“또복이는 우리 가족이야. 너를 다시 웃게 만들어줬잖니. 또복이에게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