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조언이 불편했던 이유

by grapefruit
내가 살아보니까 그렇더라


익숙한 말이다. 그런데 가끔 이 말이 듣기 불편할 때가 있다.


보통은 나쁘지 않은 말이다. 누구나 한 번쯤 해볼 만한 이야기고, 누군가가 진지하게 조언할 때 오히려 고맙기도 하다. 하지만 때로는 그 사람의 경험담이 나에게 맞지 않을 때, 혹은 그 경험을 절대적인 진리처럼 전달할 때 반발심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말을 무시할 수 없는 건, 그 속에 담긴 경험의 무게 때문이다.


경험은 분명 소중한 자산이다. 경험은 단지 정보를 넘어서, 감정과 기억을 통과한 앎이며, 몸으로 살아낸 지식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주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같은 경험이라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같은 일을 겪었다 해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장면이 조금씩 익숙해졌다. 내가 조심스레 꺼낸 이야기가, 상대방의 경험담에 묻혀버리는 장면.


누군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 상황을 평가할 때, 내 이야기는 점점 힘을 잃었다.


내가 힘들다고 말하면, "그런 건 별거 아니다. 난 더 힘든 일도 겪었다."는 식의 반응을 종종 들었다. 내 망설임이나 고민은 "이미 내가 지나온 길"이라는 조언 앞에서 의미가 약해졌다.


물론, 나는 그래도 내 이야기를 했다. 다만 가끔 그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었다.


‘겪었다’는 말은 왜 때로 이렇게 불편하게 느껴지는 걸까? 아마도 경험을 절대화하거나, 그 경험으로 나를 재단하려는 순간 때문일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우리가 ‘경험’을 진실이라 믿게 되는 이유, 그리고 그 믿음이 어떻게 타인을 지워버리는지에 대해 철학적으로 살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