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커피 한 캔의 또 다른 따뜻함

by grapefruit

살다 보면 뇌리에서 쉽게 잊히지 않는 기억들이 생기곤 한다. 별일 아니라고 여겼던 일들이 기억에 강하게 남는 건, 사실 별일이 아니었던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지난달 어느 아침, 여느 때처럼 나는 편의점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사러 갔다. 평소 마시던 커피 대신 다른 커피가 눈에 들어와 그걸 집어 계산대로 향했다.


그때 직원이 말했다.


“1+1 행사 중이에요. 하나 더 가져오세요.”


나는 별생각 없이 다시 가서 하나를 더 골라 계산을 마치고, 두 캔의 커피를 가방에 넣고 출근길에 올랐다.

출근 후, 짐을 보관함에 두고 나는 서서 커피 한 캔을 꺼내 마셨다. 그 모습을 본 선배 직원이 마시고 싶어 하는 기색을 보였다. 나는 망설임 없이 가방에 있던 남은 커피 한 캔을 꺼내 건넸다.


“이거 드세요.”


그러자 선배는 커피를 받아들며 물었다.


“어, 이거 조금 비싸 보이는데 내가 마셔도 괜찮아?”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 괜찮아요. 드세요.”



그날 내가 산 커피는 275ml, 가격은 3천 원 정도였다. 특별히 비싼 건 아니었지만, 선배에게 선뜻 건넸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을 법한 평범한 하루의 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날의 기억이 뇌리에 남은 건, 퇴근길에 들은 선배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퇴근 후 셔틀버스에서 내리는데, 선배가 내게 말했다.


“오늘 커피 정말 잘 마셨어. 고마워~”


그 말 한마디가 별거 아닌 듯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에 오래 남았다. 작은 호의였는데도 진심 어린 감사가 돌아오니 내가 더 큰 걸 받은 느낌이었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작은 나눔을 베풀고, 그로 인해 상대방이 기뻐하거나 고마워하는 모습을 볼 때 자연스레 따뜻함과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나도 선배에게 커피 한 캔을 건네고 받은 감사 인사가 마음에 깊이 남았다. 별거 아닌 행동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서로에게 보람과 특별함이 되었던 것 같다. 그 일을 통해 평범한 일상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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