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옷은 유난히 오래 남습니다.
화려해서라기보다, 입은 사람의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서 더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지요. 윤주르에서 전종서가 입은 가디건도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깔끔하다고 생각했는데, 볼수록 핏과 색감이 주는 인상이 또렷해서 자꾸 눈길이 가더라고요.
찾아보니 리엘 단독 Duo wave knit cardigan ivory 1107960 제품이었습니다. 화이트에 가까운 아이보리 톤이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맑고 정돈돼 보였고, 과하게 힘주지 않았는데도 충분히 예쁜 옷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밝은 색의 가디건은 자칫 밋밋해 보일 수도 있는데, 이 제품은 오히려 담백한 색감 덕분에 더 깔끔하고 세련된 인상을 주는 쪽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온 건 핏이었습니다. 몸에 자연스럽게 붙는 스타일이라 실루엣이 흐트러지지 않고, 라인이 은근하게 살아나는 느낌이 있었어요. 너무 타이트해서 부담스럽다기보다는, 입었을 때 몸선을 정리해주면서 전체적인 균형을 예쁘게 잡아주는 쪽에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괜히 더 여리여리해 보이고, 몸매도 한층 정돈돼 보이는 인상이 남았어요.
가디건이라는 아이템은 참 익숙한데, 막상 고르려고 하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너무 루즈하면 부해 보이고, 너무 붙으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디자인은 그 중간을 비교적 잘 잡아주는 것 같습니다. 편안해 보이면서도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살아 있고, 단정한데 또 심심하지는 않은 느낌이 분명하니까요.
이런 옷은 코디를 복잡하게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점도 좋습니다. 데님과 매치하면 가볍고 산뜻한 분위기가 나고, 스커트와 함께 입으면 조금 더 부드럽고 단정한 무드가 살아날 것 같아요. 특별한 장식이 없어도 핏 자체가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자주 손이 가는 옷처럼 느껴집니다.
전종서가 입어서 더 돋보였던 것도 있겠지만, 결국 오래 눈에 남는 건 옷 자체가 가진 결인 것 같아요. 깨끗한 색감, 몸에 자연스럽게 감기는 실루엣, 그리고 무심한 듯 예쁘게 정리되는 분위기. 윤주르에서 본 그 가디건은 그런 이유들로 꽤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화이트 톤의 슬림한 가디건을 찾고 있다면 한 번쯤 눈여겨봐도 좋을 만한 스타일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