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이 먼저 말을 거는 순간,

신세경 향수 산타 마리아 노벨라 매그놀리아 오 드 퍼퓸

by 애미야 잡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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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를 고를 때마다 결국 손이 가는 쪽은 늘 비슷하다. 너무 달지 않고, 너무 무겁지 않고, 가까이에서야 비로소 존재를 드러내는 향. 누군가를 압도하기보다 조용히 머무는 쪽의 향이다. 그래서인지 한동안은 화려한 향보다 단정한 향에 더 마음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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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마리아 노벨라 매그놀리아 오 드 퍼퓸도 그랬다.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어쩐지 쉽게 상상이 됐다. 지나치게 꾸미지 않았는데도 분위기가 정돈돼 보이는 사람, 말수가 많지 않은데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 이 향은 딱 그런 인상을 닮아 있었다.

처음 맡았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건 맑다는 감각이었다. 꽃향이라고 해서 으레 떠올리게 되는 짙고 달콤한 결보다는, 훨씬 가볍고 깨끗한 쪽에 가까웠다. 화사하긴 한데 부담이 없고, 여성스럽긴 한데 힘을 준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향이 내 앞에 서기보다 내 옆에 가만히 머무는 느낌이랄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이 향은 더 부드러워진다. 시작이 밝고 단정했다면, 그다음은 차분하고 편안하다. 그 변화가 과하지 않아서 오히려 일상 속에서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출근하는 날 셔츠 위에 가볍게 얹어도 어색하지 않고, 주말에 니트나 원피스를 입은 날에도 무리 없이 스며든다. 옷차림을 가리지 않는다는 건 생각보다 큰 장점이다. 향이 따로 노는 순간이 없으니까.

누군가는 신세경 향수라고 이 향을 떠올리기도 한다. 왜 그런 이미지로 연결되는지 알 것도 같았다. 선명하게 드러나기보다 은은하게 남는 인상, 깨끗하고 정돈된 분위기, 가까이에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결. 화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향이 아니라서 오히려 오래 곁에 두고 싶어진다.

나는 향수를 뿌릴 때 그날의 옷보다도 그날의 기분을 먼저 생각하는 편이다. 조금 차분해지고 싶은 날, 괜히 스스로를 단정하게 정리하고 싶은 날, 말보다 분위기로 기억되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럴 때 이런 향은 꽤 다정한 역할을 해준다. 무언가를 더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가진 분위기를 흐트러지지 않게 붙잡아주는 방식으로.

산타 마리아 노벨라 매그놀리아 오 드 퍼퓸은 그런 향이었다. 지나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애써 특별해 보이려 하지 않아도 되는 향. 나를 조금 더 정갈하게 정리해주는 쪽의 향수. 그래서 아마 한 번 좋아하게 되면 계절이 바뀌어도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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