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최고라는 말을 듣는 가장 단순한 방법
봄이 오면 가방보다 먼저 도시락통을 꺼내게 된다. 유치원에서 소풍 안내문을 받아오는 날이면, 아이보다 내가 더 분주해진다. 뭘 싸야 잘 먹을까, 너무 번거롭지 않으면서도 아이가 반길 만한 건 뭘까. 매번 비슷한 고민을 하다가도 결국 답은 늘 아이가 좋아하는 것 안에 있었다.
이번엔 아이가 아끼는 레고 2단 도시락에 김밥을 담았다. 사실 특별한 메뉴는 아니었다. 집에서 몇 번이나 먹던 김밥이었고, 과일도 늘 사두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도시락통이 달라지니 그 익숙한 음식도 조금 특별해 보였다. 아이는 아침부터 도시락통을 꼭 안고 다니더니, 오늘은 친구들한테 보여줄 거라고 했다.
어른이 보기엔 작은 차이인데 아이들 마음은 그런 데서 크게 움직이는 것 같다. 좋아하는 그림이 있는 뚜껑, 나눠 담긴 칸, 자기 것을 펼쳐 보이는 순간의 들뜸 같은 것들. 소풍 도시락은 먹는 시간이 짧아도 그날의 기분을 오래 남긴다. 그래서 엄마들은 반찬보다 먼저 아이 표정을 떠올리며 도시락을 싸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하원하고 돌아온 아이가 엄마 최고라고 말했을 때, 아침에 서둘러 김밥 말던 손이 괜히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대단한 걸 해준 것도 아닌데, 아이에게는 그 한 끼가 오늘을 더 기다리게 만든 모양이었다. 봄마다 반복되는 소풍 준비가 조금도 지겹지 않은 건, 아마 그런 순간이 있어서일 것이다. 다음 계절에도 나는 비슷한 고민을 하겠지만, 또 기꺼이 도시락통부터 꺼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