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보다 내가 더 즐거웠던 손끝의 오후
주말이 오면 늘 비슷한 고민이 찾아온다. 아이들과 어디를 가야 하나, 뭘 해야 심심해하지 않을까.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다가 이번에는 멀리 나가지 않고 식탁에 앉아 보기로 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면 조금은 다른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매듭 팔찌 만들기 세트를 꺼냈다.
처음에는 아이들 집중력 채우는 용도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실의 색을 고르고, 길이를 맞추고, 매듭을 하나씩 엮는 동안 이상하게 마음이 조용해졌다. 아이가 자기 손목에 어울릴 색을 고르는 모습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내 팔찌 색을 고민하고 있었다. 함께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에는 내가 더 진지한 얼굴로 손끝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만들기는 늘 결과보다 과정이 오래 남는 것 같다. 엉키지 않게 줄을 정리하고, 조금씩 모양이 드러나는 걸 보는 일은 생각보다 사람을 몰입하게 만든다. 아이는 완성된 팔찌를 바로 차보고 싶어 했고, 나는 한 번 더 다른 색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같은 식탁에 앉아 각자의 속도로 무언가를 완성해가는 시간이 참 좋았다.
대단한 준비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특별한 장소가 필요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잠깐 해보자며 시작한 일이 오후를 다 채웠다. 시간이 빨리 지나간 날은 늘 조금 아쉽지만, 그런 날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매듭 하나씩 이어 붙인 팔찌처럼, 그날의 주말도 조용히 단단하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