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공감은 행동으로 옮겨진다.>

4. 새로운 공간, 관계를 대할 때 나는 어떤 사람이 되는가요?

교회 예배가 끝난 뒤, 꽃송이, 은율이와 함께 동네에서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다.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고,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는 키오스크로 주문을 마친 후 자리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한 손님이 아이스크림 냉장고 앞에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본 채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직원은 아마도 점주 같았고 키오스크로 주문하라고 안내했지만, 손님은 몇 번이나 냉장고와 키오스크 사이를 오가며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어떤 아이스크림을 고를지 결정하지 못한 채, 쿠폰을 들고 반복해서 움직이는 모습은 어딘가 낯설고도 당황해 보였다.

결국 직원이 직접 계산대에서 결제해 주신다며 손님의 휴대전화에 있는 쿠폰을 찍었다.


나는 약 10분간 상황을 지켜보다가 조심스럽게 개입했다. 혹시 그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이미 사용된 쿠폰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래서 그 손님을 키오스크로 가서 안내하며 설명을 해 드렸다.


다섯 가지 아이스크림을 고르셨길래, “이건 혼자 드시기엔 너무 많을 수 있으니, 하나만 고르시는 게 어떨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결국 한 가지로 선택을 마치고, 키오스크 주문과 결제도 그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천천히 도와드렸다. 주문 후엔 번호가 호출되면 아이스크림을 받으면 된다고 안내했다. 그분은 내게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건넸다.


그 상황을 처음 본 순간부터 고민하고 있었다. 어디서, 어떻게 개입해야 할지. 괜히 나섰다가 오히려 부담되지는 않을까 염려도 있었지만, 이러다 결국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하고 그냥 나가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선다는 것, 자립.


우리는 살아가며 자기 일을 해결하고,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는 법을 배운다. 어떤 사람은 같은 일을 수없이 반복해 익숙해지고자 노력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 앞에선 긴장하고 당황해 그 모든 과정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럴 때 누군가 조용히 옆에 있어 주는 것,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내가 다른 시선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저 그 사람의 입장에서 한 걸음 다가가 작은 도움을 건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날 또 한 명의 어르신을 보았다.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가 세 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을 혼자 드시고 계셨다. ‘배탈이 나시진 않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곧 ‘아마 이게 할머니의 소소한 즐거움이겠지’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가게를 나섰다. 문밖은 여전히 무더웠다.



나는 평소 잘 나서지 않는다. 조용히 있는 편이다.

하지만 ‘연민’이라는 회로가 작동하면, 내 안의 공감은 행동으로 옮겨진다.

지하철 계단 앞에서 무거운 짐을 든 어르신을 볼 때, 버스 안에서 몸이 불편해도 말하지 못하는 분을 마주할 때, 산에서 응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을 목격할 때, 혹은 추운 겨울 주취로 길가에 쓰러진 사람을 만났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다가가 말을 걸고, 필요한 행동을 한다.


새로운 공간에서, 낯선 관계 앞에서 나는 조용하지만, 때론 누군가의 곁에 다가가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기분 좋게 빨간 줄을 쭉 그을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