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아이의 시간을 따라 걷다>

5. 돌아보고 싶은 하루가 있나요? 그 하루의 이야기를 적어 보세요.

아침 햇살을 받으며, 자기 등보다 큰 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아이.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스마트폰으로 찰칵, 그때의 시간을 꺼내 본다.


은율이가 2학년이 된 따뜻한 봄날의 어느 아침.


은율이는 1학년 등교 첫날부터 재미난학교 교사인 나와 함께 등교했다. 그래서 늘 다른 아이들보다 이른 시간에 학교에 도착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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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와 함께 출근 겸 등교를 하던 길, 우리 학교는 학사가 두 곳인데, 나는 4각산에서, 은율이는 2각산에서 생활한다.


마침 나도 4-5학년 통합반 나들이가 있는 날이라, 모임 장소로 가는 길에 은율이를 2각산에 데려다주려고 했다. 그런데 은율이가 불쑥 물었다.


"아빠, 2각산까지 나 혼자 갈 수 있는데 가 봐도 돼?"


아직 한 번도 혼자 간 적이 없기도 하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어서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그래? 길 알아? 혼자 갈 수 있겠어? 그럼, 혼자 가 봐. 아자^^ 이은율!"이라며 꼭 안아주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은율이는 골목길을 빠르게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순간적으로 여러 감정이 들고 났다.


'따라갈까. 도착할 때까지의 초조함',

’나로부터 큰 걸음으로 성큼 멀어지는 느낌까지.'


급하게 은율이 생활 교사 키키, 교장 선생님 호랑이한테 연락해 무사히 도착하면 알려 달라고 말하며 불안한 마음을 다잡았다. 은율이가 2각산에 도착하기까지의 5분 남짓의 시간은 마치 어두컴컴한 터널을 지나며 빛이 보이는 출구를 기다리는 것처럼 길고 답답했다. 키키의 '은율이 잘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고서야 내 마음은 평안해졌고 이 짧은 시간 동안 들고 났던 감정을 되돌아봤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스스로 서 가는 시간’을 동행하지만 조금씩 멀어져 가는 모습이 왜 이리 가슴을 찡하게 하는지. 부모로서 이런 순간을 경험하며 '어느새..'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참 고마웠다.


학교 끝나고 은율이 수영하러 갈 때 인터뷰 형식으로 손 마이크를 쥐어주며

"아침에 왜 혼자 가고 싶었나요?, 그때 기분은 어땠나요?, 왜 그리 빨리 걸어갔나요?" 물었다.


"내가 길을 외워서 혼자 가 보고 싶었어. 근데 혹시 무서운 사람을 만날까 봐 빨리 걸어갔어. 2각산 도착하니깐 괜찮았어. 다음에도 할 수 있을 거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래. 아빠는 너무나 기쁘면서 가슴 한구석의 뭉클함이 크게 움직이고, 그 뭉클함이 머리로 전해지며 눈물이 잔잔하게 차오르는 순간이었어.'


많이 컸다. 이은율.

고마워.


너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 가며

너의 시간을 걷고 달리고 있어서.


그리고


너의 시간을 옆에서 볼 수 있어서.

감사해.



+ (초중등대안) 삼각산재미난학교는 학사가 두 곳(2각산, 4각산)으로 나뉘어 있다. 학사 이름은 학교 구성원 공모전에서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