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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오 Jun 27. 2023

‘넥스트 KIM’ 품은 브렌트포드, 어떤 팀일까

2023년 6월 17일 유럽 축구 이적시장에 정통한 파브리지오 로마노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Here we go”라는 자신의 시그니처 문장과 함께 ‘넥스트 KIM’, 김민재의 뒤를 이어 대형 센터백이 될 재목으로 꼽히는 김지수가 브랜트포드 FC로 이적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김지수의 브렌트포드 이적 소식을 알리는 파브리지오 로마노 기자 / 출처 - 로마노 기자 개인 sns


프리미어리그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리그 중 하나다. 한국에도 손흥민, 황희찬이 뛰면서 해외 리그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리그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소위 ‘빅 6’라고 불리는 빅클럽들에 비해 브랜트포드는 다소 생소하다. 프리미어리그에 나타난 지 2년을 겨우 넘긴 팀으로,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팀 중에 하나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클럽의 배경과 역사를 알고 축구를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포스트 김민재'로 불리는 김지수가 뛰어들 브렌트포드에 대해 알아보자.





구단 소개 - The Bees


브랜트포드는 잉글랜드 런던 서부에 위치하고 있다. 엠블럼에 벌이 있어 ‘The Bees’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브랜트포드 엠블럼 / 출처 - 브랜트포드 공식 sns


홈구장은 브렌트포드 커뮤니티 스타디움으로 최대 17250명을 수용한다. 1889년 창단이라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1부 리그 우승이나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은 없다. 비틀스의 ‘Hey Jude’를 응원가로 사용하고 있다.


같은 서런던을 연고로 둔 풀럼과 퀸스파크레인저스, 첼시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풀럼에게 가장 큰 라이벌 의식을 느낀다고 알려져 있다. 첼시와는 리그가 달라 많이 만나진 못했지만, 21/22 시즌 같은 프리미어리그에 자리하게 되면서 더비 경기가 성사됐다.


브렌트포드는 21/22 시즌을 앞두고 74년 만에 1부 리그 승격에 성공, 이후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프리미어리그에 안착했다. 22/23 시즌 역시 15승 14무 9패 승점 59점을 기록하며 9위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21/22 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아스널을 2대0으로 잡아낸 브랜트포드. 한 노인 팬이 74년 만의 프리미어리그 승리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출처 - 경기 캡처 화면


승격 이후 열린 프리미어리그 21/22 시즌 개막전에서 아스널을 홈으로 불러들여 2대0으로 잡아내며 승격 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경기장 전역에 ‘Hey Jude’가 울려 퍼졌고, 경기장을 찾은 노인 팬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되며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팀 철학 - ‘숫자는 직관을 이긴다’



야구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 오클랜드의 빌리 빈 단장을 그린 영화 <머니볼> / 출처 - 영화 포스터

"우리는 블랙잭 테이블의 도박사예요. 딜러의 칩을 따와야 한다고"  


  - 영화 <머니볼>에서 빌리 빈(브래드 피트 분)이 새로운 스카우트 방식을 팀 스카우트진에게 설명하면서



영화 <머니 볼>은 그동안 직관에 의지해 선수를 스카우트하고, 잘못된 가치를 매기던 야구 판에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를 평가하고 발굴해 저비용 고효율을 뽑아내는 오클랜드 팀을 이끄는 빌리 빈 단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브랜트포드는 ‘축구판 머니볼’을 추구한다. 데이터를 통한 철저한 분석을 팀 철학으로 삼아 프리미어리그에서 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한다.


<머니 볼>에서 “우리는 도박사다” 라면서 우리만의 방식으로 승리 확률을 높여야 한다고 브래드 피트가 주장했다면, 브렌트포드에 ‘머니볼’ 철학을 이식한 구단주 매튜 벤엄 (Matthew Benham)은 아예 프로 도박사 출신이다. ‘숫자는 직관을 이긴다’라는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도박 회사에서 일하며 프로 도박사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후 벤엄은 자신의 도박 회사를 차렸고, 사업이 성공하면서 스포츠 분야로도 발을 넓혔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스포츠 구단 매입에도 관심을 보이게 됐고, 어렸을 때부터 팬이던 브렌트포드를 인수하며 정식 구단주로 올라섰다.


13/14 시즌 잉글랜드 리그 1 (3부 리그)에서 9위를 달리고 있던 브렌트포드는 벤엄의 인수 후 환골탈태했다. 팀은 순위를 2위로 끌어올려 잉글랜드 챔피언십으로 승격했고, 14/15 시즌 챔피언십을 5위로 마무리했다. 이는 무려 62년 만에 브렌트포드가 잉글랜드 2부 리그에서 잔류한 역사적인 시즌이었다.


벤엄은 축구 분석 및 예측 사이트인 자신의 회사 Smartodds의 분석 시스템을 클럽에 도입했고, 현재 아스톤 빌라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는 올리 왓킨스, 본머스의 크리스 메펌 등 여러 유망한 선수들을 영입해 큰 이익을 남겼다.


벤엄이 구단주로 있는 한 통계와 데이터를 중요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팀을 운영하는 클럽의 철학은 한동안 지속될 예정이다.





감독 - ‘The Bees’의 지휘자


브렌트포드의 약진을 이끌고 있는 감독은 덴마크 출신의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다. 2016년부터 딘 스미스 감독의 아래에서 브렌트포드의 수석 코치직을 수행했으며, 딘 스미스 감독이 2018년 10월 아스톤 빌라로 떠나자 그 뒤를 이어 감독으로 부임했다.


21/22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아스날을 꺾고 승격 첫 주부터 감독 협회의 ‘이 주의 감독상’을 받은 토마스 프랭크 감독 / 사진 출처 - 브렌트포드 FC 공식 인스타그램


부임 후 18/19 시즌 브렌트포드를 이끌고 챔피언쉽 11위를 기록한 프랭크 감독은, 19/20 시즌 팀을 챔피언쉽 3위에 올려놓으며 승격을 위한 첫 도전에 나섰다.


승격 플레이오프 준결승에서 스완지 시티를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결승전에서 만난 라이벌 풀럼에게 1대2로 석패하며 승격에 실패했다.


눈앞에서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놓쳤지만 프랭크 감독은 좌절하지 않았다.

20/21 시즌 다시 한번 3위로 브렌트포드를 승격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고, 본머스와 스완지를 맞아 승리하며 꿈에 그리던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끌었다.


프랭크 감독은 기본적으로 3백을 선호한다.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간결한 빌드업 체계를 선호하며 선수들에게 많은 활동량을 요구한다. 프랭크 감독의 지도력은 프리미어리그 승격 이후에도 빛났다.


승격 후 첫 시즌인 21/22 시즌, 브렌트포드를 13위로 이끌며 안정적으로 잔류에 성공한 프랭크 감독은 22/23 시즌, 제한된 예산에도 불구하고 팀을 4 계단 위인 9위로 끌어올렸다.


프랭크 감독 지도 하에 브렌트포드는 프리미어리그 안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주요 선수


다비드 라야


브렌트포드의 든든한 수문장 다비드 라야 / 사진 출처 - 다비드 라야 공식 sns


다비드 라야는 1995년생의 스페인 국적을 가진 골키퍼다. 183cm로 골키퍼치곤 다소 작은 키를 가지고 있지만, 과감한 판단과 뛰어난 점프력으로 이를 만회한다.


라야는 2012년도 블랙번 로버스 유스팀에 입단하면서 잉글랜드 생활을 시작했다. 2014년도에 블랙번과 프로 계약을 맺은 라야는 18/19 시즌까지 블랙번에서 98경기에 출전하며 팀의 주축으로 성장했고, 그의 성장을 지켜본 브렌트포드가 그를 영입했다.


브렌트포드 이적 후에도 라야의 성장은 계속 됐다. 이적하자마자 주전 골키퍼 자리를 꿰찬 라야는 19/20 시즌 46경기, 20/21 시즌 45경기 출전을 기록하며 브렌트포드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한 21/22 시즌에도 25경기를 출전한 라야는 부상에서 회복한 22/23 시즌 프리미어리그 전 경기에 출전하며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활약을 보여주었다.


라야의 가장 큰 장점은 정확한 킥력을 바탕으로 한 후방 빌드업 능력이다. 넓은 시야를 갖고 있어 소속팀인 브렌트포드에서도 빌드업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으며, 클럽에서의 활약과 그의 빌드업 능력을 바탕으로 스페인 국가대표에 선발되기도 했다.


22/23 시즌 종료 후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연결되는 등, 뛰어난 활약으로 인해 각종 이적설에 휘말리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 이적이 불발된다면 프리미어리그에서 첫 시즌을 맞이하는 김지수의 뒤에서 다시 한번 브렌트포드의 뒷문을 든든히 지켜줄 전망이다.





크리스토퍼 아예르


21/22 시즌을 앞두고 브렌트포드로 합류한 아예르 / 사진 출처 - 브렌트포드 FC 공식 인스타그램


크리스토퍼 아예르는 브렌트포드가 21/22 시즌을 앞두고 아이반 토니의 클럽 레코드를 새로 경신하며 1350만 파운드 (약 215억 원)의 이적료로 셀틱에서 영입한 1998년생, 노르웨이 출신의 센터백이다.


197cm의 당당한 피지컬이 특징인 선수로 스코틀랜드의 강호 셀틱 FC에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뛰었다. 중간에 잠시 킬마녹으로 임대를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셀틱에서 총 179 경기를 소화하면서 꾸준히 성장했다. 1998년생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A 대표팀 또한 27경기에 출전하면서 국제 경기 경험도 풍부하다.


셀틱 시절, 아예르를 지도했던 현 레스터 시티 감독 브랜던 로저스는 아예르를 두고 “그는 축구를 위해서 태어난 것만 같다. 장차 월드클래스가 될 재목이다” 라며 극찬했었다.


브렌트포드의 프랑크 감독 또한 아예르를 영입하면서 “그는 3선에서 2선으로의 패스를 하는데에 특화되어 있고, 볼을 운반, 전진할 수 있는 능력이 특출 나다. 그는 프리미어리그에 준비되어 있으며, 그와 함께 팀이 성장하길 바란다” 며 아예르에 대한 기대감을 밝힌 바 있다.


아예르의 가장 큰 장점은 197cm의 장신임에도 부드러운 발기술과 뛰어난 전진 패스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잦은 부상으로 브렌트포드 이적 후 많은 경기에 결장했지만, 경기에 나올 때마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자신의 재능을 보여줬다.


또한 뛰어난 전술 이해도와 축구 지능을 바탕으로 다양한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실제로 이적 첫 시즌인 21/22 시즌에는 오른쪽 풀백으로도 종종 출전했으며,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가 가능한 자원으로 꼽힌다.


김지수의 가장 직접적인 포지션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선수로, 김지수의 주전 경쟁에서 가장 큰 벽이 될 선수다.





아이반 토니


브렌트포드의 승격의 주역, 아이반 토니 / 사진 출처 - 브렌트포드 FC 공식 인스타그램


20/21 시즌 브렌트포드에 합류한 1996년생의 잉글랜드 출신 중앙 공격수다. 빠른 스피드와 탄탄한 피지컬을 갖추고 있다. 득점 감각이 탁월하며 활동량이 많아 수비 가담도 활발하다.


토니는 노스햄튼 FC에서 데뷔하여 가능성을 인정받고 뉴캐슬로 이적했다. 그러나 뉴캐슬에선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임대를 전전했고, 결국 2018년 피터버러 UTD로 이적했다.


이후 피터버러에서 2 시즌 동안 70경기 40골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기록하며 폭풍 성장했고, 활약을 주목하던 브렌트포드가 20/21 시즌을 앞두고 그를 클럽 레코드 (기본 500만 파운드, 옵션 포함 최대 1000만 파운드)로 영입했다. (약 80억~160억)


브렌트포드에서도 그의 성장은 계속됐다. 빠르게 팀에 적응한 토니는 48경기 33골 10 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토니의 발끝은 매서웠다. 승격 첫 시즌인 21/22 시즌 브렌트포드가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37경기 14골 6 도움으로 20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브렌트포드의 프리미어리그 잔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토니는 22/23 시즌에는 35경기 21골 5 도움을 기록, 프리미어리그에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단,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것과는 별개로 23/24 시즌 토니는 잠시 모습을 감출 예정이다. 지난 11월 불법 배팅 혐의로 FA에 기소됐던 토니는 결국 모든 혐의를 인정하며 8개월간 자격 정지와 5만 파운드의 벌금 (한화 약 8300만 원)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브렌트포드 입장에선 다음 시즌 그의 공백을 메꾸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김지수를 비롯한 수비진들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브렌트포드의 목표 - 더 높은 산을 바라보다


브렌트포드가 승격했던 21/22 시즌, 브렌트포드는 시즌 예상에서 ‘강등 1순위’라는 치욕적인 평가를 받았다. 대다수 전문가들과 팬들은 브렌트포드가 프리미어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예상했고, 수많은 승격팀들이 그랬던 것처럼 금방 프리미어리그에서 사라질 것이라 점쳤다.


하지만 브렌트포드는 자신들에게 향한 다소 무례하고 치욕적인 예상을 전부 뒤집었다. 승격 후 두 번의 시즌을 보냈지만 브렌트포드는 여전히 프리미어리그에 남아있다. 단순히 잔류를 하는 것을 떠나 13위에서 9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며 더 큰 성공을 바라보고 있다.


21/22 시즌 아스널전 추가 골을 넣은 뒤 팬들과 함께 환호하는 브렌트포드 선수들 / 사진 출처 - 브렌트포드 FC 공식 인스타그램


선전하고 있는 클럽에 대한 팬들의 애정 또한 대단하다.


아스널을 잡고 74년 만의 1부 리그 승리를 거둔 날 클럽을 응원하며 평생을 보낸 노인 팬들은 ‘Hey Jude’를 열창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것처럼, 브렌트포드를 평생 응원해 왔던 골수팬들부터 그들의 선전과 운영 방식에 관심을 갖고 애정을 싹 틔운 팬들까지, 분명 브렌트포드는 프리미어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일으키고 있다.


브렌트포드의 감독 토마스 프랑크 감독은 승격 후 구단의 공식 홈페이지에 “플레이오프 결승전이 끝난 뒤 목표를 달성해 큰 안도감과 만족감, 기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상에 서서 바라보니 (EPL이라는) 더 높고 더 가파른 산이 보였습니다. 우리는 이제 그 산을 오르고자 합니다” 라며 브렌트포드가 단순히 승격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지난 2년 동안 브렌트포드는 수많은 물음표들을 느낌표로 바꾸며 당당히 프리미어리그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제 그들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김지수에게도 성장하고 있는 팀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큰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다. 김지수와 브렌트포드의 성공적인 만남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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