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는 22/23 시즌을 앞두고 6,000만 유로의 이적료로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엘링 홀란드를 영입했다. 홀란드는 모든 대회에서 52골 9도움이라는 경이로운 득점력으로 맨시티의 트레블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맨시티의 성공을 바라만 보아야 했던 맨유는 아마 맨시티의 성공을 가장 부러워했던 클럽이었을 것이다. 맨유는 한동안 최전방 공격수 부재로 인한 득점력 부진에 허덕였다. 맨유는 확실한 스트라이커를 보유하기 위해 15/16 시즌 8,000만 유로 (약 1160억 원)를 들여 당시 10대 후반에 불과하던 앙토니 마르시알을 영입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후에도 맨유는 오디온 이갈로, 에딘손 카바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을 영입했지만 모두 노장 반열에 든 선수들로,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22/23 시즌에도 맨유는 부족한 골 결정력에 발목을 잡혔다. 맨유는 22/23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기대 득점보다 11.4골이 낮은 실제 득점을 기록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3번째로 낮은 수치이며, 맨유가 득점한 58골은 상위 6위에 든 클럽 중 가장 낮은 득점이었다.
맨유는 결국 마르시알 이후 다시 한번 어린 공격수에게 거액을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2023년 8월 5일, 맨유는 세리에 A의 아탈란타에서 뛰던 라스무스 회이룬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회이룬은 맨유의 최대 라이벌 중 하나로 꼽히는 맨시티의 엘링 홀란드와 자주 비교되며 폭발적인 잠재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적료는 7,500만 파운드 (약 126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라고 평가받는 홀란드와 비견되는 회이룬은 어떤 선수일까. 맨유가 7,500만 파운드를 투자한 20살의 공격수를 알아보자.
라스무스 회이룬은 2003년생, 덴마크 국적의 최전방 스트라이커이다. 191cm, 85kg의 압도적인 피지컬과 왼발잡이라는 특징을 가졌다. 침착한 마무리 능력과 지능적인 침투 능력, 큰 키에도 빠른 스피드 등 공격수가 가져야 할 자질을 두루 갖춰,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수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회이룬은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21 시즌 처음 성인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회이룬은 21/22 시즌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오스트리아의 SK 슈투름 그라츠로 이적,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펼쳐나갔다.
회이룬은 빠르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라츠에서 오스트리아 리그 13경기 6골 1도움을 기록하며 적응기 없이 뛰어난 활약을 보이던 회이룬에게 아탈란타가 관심을 보였고, 아탈란타는 22/23 시즌 1,700만 유로 (약 247억 원)의 이적료로 회이룬을 영입했다. 그라츠는 회이룬 덕분에 반 시즌만에 클럽 레코드에 해당하는 거액의 이적료를 벌 수 있었다.
짧은 시간 안에 또다시 소속 팀을 옮겼음에도, 회이룬의 적응력은 놀라웠다. 22/23 시즌 회이룬은 아탈란타 소속으로 34경기에 출전해 10골 2도움을 기록했다. 거친 수비로 유명한 세리에 A에서도 회이룬의 발끝은 날카로웠다.
회이룬의 뛰어난 잠재력은 그를 가만히 두질 않았다. 에릭 텐 하흐 맨유 감독은 새로운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원했고, 뛰어난 피지컬과 득점력,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회이룬을 올드 트래포드의 새로운 스트라이커로 낙점했다. 결국 맨유는 20살의 공격수에게 7,500만 유로의 이적료를 쏟아부었고, 회이룬은 다시 한번 아탈란타에게도 거액의 차익을 남기며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맨유의 마르시알 영입은 실패한 영입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8,000만 유로를 투자하며 맨유의 최전방을 책임질 미래로 선택받았던 마르시알은 맨유에게 적잖은 실망을 안겼다.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맨유는 그럼에도 다시 한번 갓 20살이 된 회이룬에게 거액의 이적료를 지출했다. 회이룬은 마르시알과는 다른 결말을 맺을 수 있을까. 맨유의 지갑을 열게 한 회이룬은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을까.
2023년 7월 27일, 맨유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프리시즌 친선 경기에서 0대2 패배를 당했다. 맨유의 에릭 텐 하흐 감독은 경기 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 능한 선수가 더 필요하다. 우리는 좀 더 냉정해야 하고, 그런 상황들에서 득점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며 골 결정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회이룬은 텐 하흐 감독의 바람을 정확히 충족시킬 수 있는 선수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침착하고 효율적인 마무리 능력이다.
위 데이터는 회이룬의 득점을 분석한 것이다. 회이룬은 22/23 시즌 페널티킥이 포함되지 않는 기대 득점 부문에서 9.5골의 기대치를 기록했고, 실제 득점은 9골을 기록했다. 이를 90분당으로 환산하면 0,47의 득점 기대치 중에서 0.44골을 넣은 것으로, 주어진 득점 기회의 대부분을 골로 연결했다고 할 수 있다.
회이룬의 해당 수치는 범위를 넓혔을 때 더 큰 가치를 가진다. 소위 유럽 상위 5대 리그라고 꼽히는 프리미어리그, 라리가, 세리에 A, 분데스리가, 리그 1에서 회이룬보다 좋은 수치를 보인 23세 이하 공격수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회이룬은 효율적인 킬러이기도 하다. 그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슈팅을 선호한다. 22/23 시즌 세리에 A에서 회이룬은 54개의 슈팅 중 단 3개의 슈팅을 날렸고, 그나마 이 3개의 슈팅도 박스와 2야드 (약 1.82m) 거리에서 날린 것이었다. 전체 슈팅의 평균 거리는 12.9야드 (약 11.79m)로, 페널티킥 거리인 12야드 (11m)와 거의 일치한다.
회이룬의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결정력은 그동안 맨유가 가지지 못한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다. 텐 하흐 감독은 그가 홀란드만큼은 아니어도, 주어진 기회를 꼬박꼬박 득점으로 연결시키길 바랄 것이다.
회이룬은 큰 키, 빠른 스피드, 왼발잡이라는 특성 등으로 홀란드와 비견된다. 물론 홀란드는 이미 세계 최고 공격수 중 하나로, 현시점에서 회이룬보다 홀란드가 뛰어난 선수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회이룬에게도 홀란드보다 나은 장점이 있다.
홀란드의 몇 안 되는 단점 중 하나는 주발인 왼발을 제외한 오른발과 헤딩을 사용한 득점이 비교적 적다는 것이다. 반면 회이룬은 같은 왼발잡이면서도 홀란드보다 다채로운 슈팅을 시도한다.
22/23 시즌, 옵타 애널리스트의 조사에 따르면 홀란드는 22%의 헤딩 슈팅 비율과 15%의 오른발 슈팅 비율을 가져갔다. 하지만 회이룬은 24%의 헤딩 슈팅과 25%의 오른발 슈팅 비율을 기록하며 주발인 왼발과 오른발+헤딩 슈팅의 비율을 거의 1대1까지 끌어올렸다.
아래 경기는 22/23 시즌 스페치아와의 세리에 A 16라운드 경기이다. 회이룬의 약발 사용이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이다.
다비드 자파코스타는 중앙에 자리 잡은 회이룬에게 패스를 넣어준다.
회이룬은 수비수를 등지고 패스를 받아 슈팅 찬스를 만드려고 한다.
회이룬은 양발 드리블을 사용하여 수비수를 벗겨낸다. 탄력적이고 망설임 없는 움직임으로 슈팅 각도를 만든다.
회이룬은 개인 기술로 만들어낸 슈팅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지체 없는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팀의 무승부에 일조한 회이룬이다.
이처럼 회이룬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스스로 슈팅 찬스를 만들 수도 있으며, 자신의 주발이 아니더라도 자신감 있게 슈팅을 날릴 수 있다. 세리에 A보다 빠른 템포로 흘러갈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회이룬의 다양한 슈팅 옵션은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주앙 펠릭스는 벤피카 시절, 포르투갈을 이끌 차세대 슈퍼 스타로 각광받았다. 그의 뛰어 재능에 매료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앙투안 그리즈만이 바르셀로나로 떠나자, 1,260만 유로의 거액을 들여 펠릭스를 영입했다.
하지만 펠릭스는 헌신과 투지로 대표되는 아틀레티코의 전술과 맞지 않았다. 펠릭스의 입지는 점차 좁아졌고, 22/23 시즌 도중 첼시 임대 이후, 바르셀로나로 떠나고 싶다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인연을 끝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펠릭스의 예시처럼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선수더라도, 감독의 전술과 맞지 않으면 그 재능은 꽃을 피우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회이룬은 텐 하흐 감독과 좋은 궁합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회이룬은 191cm의 큰 키에도 100m를 11초에 주파하는 빠른 스피드를 갖고 있다.
아래 경기는 22/23 시즌 라치오와의 세리에 A 22라운드로, 회이룬의 빠른 스피드를 알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후반 3분, 이미 빠른 스피드로 라치오 수비진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회이룬이 후반 19분, 다시 한번 역습에 나선다. 수비 가담을 위해 센터 서클 부근까지 처져있던 그의 위치가 눈에 띈다.
회이룬은 4초 만에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루크먼의 크로스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회이룬의 스피드는 역습과 빠른 공수 전환을 요구하는 텐 하흐 감독의 전술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강팀을 만나는 약팀은 대부분 수비 라인을 내려 뒷공간을 커버한다. 프리미어리그 대부분의 팀을 상대로 강팀의 위치에 놓여있는 맨유 또한 비슷한 상황에 자주 처하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스피드를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회이룬은 다양한 방식으로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다.
아래 경기는 22/23 시즌 레체와의 세리에 A 23라운드 경기이다. 아탈란타는 비교적 약체로 꼽히던 레체에게 선제골을 얻어맞고 공격을 퍼붓고 있다. 레체의 수비 라인이 한껏 내려와 수비에 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회이룬은 뒷공간 침투를 노리는 대신 레체 수비진과 붙어 포스트 플레이를 시도한다.
레체 수비진은 회이룬이 돌아서지 못하게 거친 수비를 펼치지만, 몸싸움을 이겨낸 회이룬이 돌아서 패스 각도를 확보했다.
회이룬은 침착하게 침투하는 루크먼에게 패스를 찔러 넣었다. 비록 루크먼의 득점이 오프사이드로 판정되며 도움이 기록되진 않았지만, 회이룬의 신체적 능력과 연계 플레이를 볼 수 있던 장면이었다.
단편적인 사례를 차치하고서라도, 회이룬은 22/23 시즌 슈팅 당 13회의 터치를 기록했다. 이는 그가 단순히 득점이라는 임무 외에도 여러 방면으로 공격에 관여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22/23 시즌 각 리그에서 최고의 골잡이로 활약했던 홀란드와 빅터 오시멘의 기록은 각각 6.6회와 6.0회로 회이룬의 절반 수준이었다.
회이룬은 지난 2년 반동안 덴마크와 오스트리아, 이탈리아를 거쳤다. 짧은 시간 안에 항상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면서 더 큰 무대로 나아갔고, 올드트래포드에 입성했다.
회이룬은 입단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부터 오랜 기간 맨유의 팬이었다. 이 구단에서 은퇴하는 꿈을 꿨다.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이 흥분된다”라며 맨유 입단 소감을 밝혔다.
그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꿈을 이루려면 우선 성적으로 답해야 한다. 성적이 뒷받침되어야 꿈을 이룰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8월 12일 개막한다. 이제 꿈을 이룰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