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종종 성장의 속도가 너무 빨라, 사람들이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도착해 버리는 재능들이 등장한다.
딘 하위선.
그동안 많은 축구 팬들에게 다소 낯설었던 이름이지만, 이제 그의 이름은 많은 이들에게 기억될 예정이다.
세르히오 라모스를 우상으로 삼던 20살의 청년이 24/25 시즌이 채 끝나기도 전, 자신의 우상처럼 유럽에서 가장 하얀 셔츠를 입게 되었으니 말이다.
딘 하위선은 200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스페인 남부의 말라가로 이주한 그는, 2015년 말라가 CF의 유소년 팀에 합류하면서 축구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이미 180cm가 넘으며 남다른 피지컬을 자랑한 하위선은 단숨에 스페인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유망주로 떠올랐다.
말라가 CF 유소년 팀에서 “외국인 수비수 중 최고”라는 평을 들으며 착실히 성장하던 하위선을 이탈리아의 명문 유벤투스가 주목했고, 16살이 되던 2021년, 하위선은 결국 이탈리아의 유벤투스로 적을 옮겼다.
카테나치오 (빗장 수비)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던 수비의 본고장, 이탈리에서 재능을 만개시킨 그는 유벤투스의 1군 훈련에도 꾸준히 참가하며 차세대 센터백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23/24 시즌 AS 로마에 임대되며 1군 무대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하위선은 24/25 시즌을 앞두고 프리미어리그의 본머스로 향했다.
유벤투스라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에서 프리미어리그의 중하위권 클럽으로의 이적은 다소 의외의 선택이었지만, 재능은 환경을 가리지 않았다.
이라올라 감독의 지휘 아래 본머스의 돌풍을 이끌며 스페인 국가대표에도 선발되는 등,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낸 하위선을 세상은 가만히 두지 않았다.
유럽의 수많은 빅클럽들이 그를 영입하고자 했고, 결국 레알 마드리드의 셔츠를 입게 되면서 그는 자신이 축구를 처음 배웠던 스페인으로 15년 만에 금의환향했다.
상대 공격수를 저지해야 하는 포지션인 수비수에게 '교양'이라던지, '우아함' 같은 수식어는 사실 잘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하위선은 확실히 '우아하고, 교양 있는' 수비수이다. 어쩌면 그의 외모보다도 더.
그는 양발을 쓸 수 있고, 우아한 드리블 능력과 전술 이해도를 갖췄다. 특히 양발을 능숙하게 쓸 수 있다는 건 후방 빌드업과 전방 압박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현대 축구에서는 엄청난 축복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위 데이터는 하위선의 24/25 시즌 프리머리그 기준 히트맵이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하위선의 특성을 감안하여 그가 주로 왼쪽 센터백의 포지션으로 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머스 시절 프리미어리그에서 클리어런스 2위, 인터셉트 3위, 롱패스 정확도 Top5라는 수치를 남긴 하위선은 수비적인 부분은 물론이거니와, 공을 가지고 자신에게 압박을 끌어들였다가 스스로 전진하여 공간을 창출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위 데이터는 24/25 시즌 프리미어리그 소속 센터백들의 전진 패스와 공을 가지고 전진하는 일명 '프로그래시브 캐리'를 종합해서 나타낸 그래프이다. 24/25 시즌 하위선은 해당 부문에서 리그 최상위권의 수치를 선보였다.
동 나이대에서 볼 수 없는 침착함 또한 하위선의 장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아래 상황은 2025년 2월 15일, 사우스샘프턴과의 프리미어리그 경기 중 상황으로, 그의 침착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 중 하나이다.
밀로스 케르케즈가 사우스샘프턴의 압박을 피해 하위선에게 백패스를 건넨다. 사우스샘프턴의 카말딘 술레마나와 폴 오누아추가 하위선을 압박하기 위해 달려간다.
하위선은 오른발로 공을 컨트롤하며 패스할 각도를 만들기 위해 몸을 뒤로 돌린다.
오누아추가 하위선의 움직임을 보며 그가 백패스를 할 것이라 예측해 백패스 각도를 막으려고 한다. 하위선이 오누아추를 피해 다시 공을 전진시키자, 전방에서 달려오던 술레마나가 공을 탈취하기 위해 달려들며 그에게 강한 압박을 가한다.
하위선에게는 자칫 공을 빼앗길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침착하게 왼발로 자바르니에게 패스하며, 사우스샘프턴의 두 선수 사이에서 공을 지켜냈다. 그의 침착함과, 양발 사용에 능숙하고, 부드러운 그의 발기술까지 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그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지도했던 본머스의 이라올라 감독은 그가 19세라는 점을 강조한다.
195cm의 프레임 안에 기술과 판단력, 그리고 영리함을 가진 센터백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비현실적이다. 그 선수가 이제 막 20세가 되었다면 더더욱.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은 재건이 필요한 상태다.
뤼디거는 노쇠화의 기미가 뚜렷하고, 밀리탕은 중요한 순간마다 부상에 신음한다. 알라바는 더 이상 레알 마드리드에 걸맞은 수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24/25 시즌 혜성 같이 등장했던 라울 아센시오는 축구 외적인 문제에 휩싸여 있다.
레알 마드리드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새롭게 개편된 클럽 월드컵에 대한 대비부터, 장기적으로는 노쇠화된 수비진의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 클럽의 상황과 맞물려 어린 시절을 스페인에서 보내 스페인어와 스페인의 문화에도 익숙하고, 스페인 국적을 취득해 국내 선수 쿼터까지 채울 수 있으며, 거기에 스페인, 이탈리아, 잉글랜드의 축구를 경험한 05년 생의 센터백이라는 이력은, 하위선을 매력적인 옵션으로 만들기에 충분했고, 레알 마드리드는 새로운 수비진의 미래이자 기둥으로 하위선을 낙점했다.
20살에 불과하지만 더 이상 하위선을 ‘유망주’라 부르기는 어렵다.
단지 잠재력으로만 그를 주목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세계 4대 리그 중 3개의 리그가 이미 그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받아들였으며, 하위선 역시 매번 바뀌는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냈다.
그는 이미 스페인 대표팀과 레알 마드리드에서 ‘다음 시대의 중심’이라는 사명을 부여받은 선수가 되었다.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스페인이 저를 국가대표에 부르지 않더라도, 저는 계속 스페인 사람일 겁니다. 상관없어요. 저는 스페인 사람이고, 스페인은 제 고향입니다" 라며 스페인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던 하위선은 스페인이 자랑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클럽 중 하나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아직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그를 보진 못했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는 새로운 클럽에서도 조용히 숨을 고르며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결국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새로운 기둥이 될 거라는 걸.
그가 전 세계에서 가장 새하얀 셔츠를 입고 베르나베우에 설 날을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