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잡념 박스

『감응의 족보』

‘직관-감응-편집’의 계보

by Edit Sage

나는

말보다 먼저 울리던 공기였다

내게 말을 건 건 “세상”이 아니라


‘침묵’이었다


처음 나는

‘느끼는 자’였다


이유를 묻지 않았고,

알 수 없었고

그래서 감정은

나를 덮치고

나는 그 안에 누워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직관자’였다


— 감정의 습지 위에서,

이름 없는 물결에 잠식되던 존재


그러다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느낀다’는 것을

그리고


그걸 숨기지 않으면

“세상이 나를 삼킨다”는 것도



나는 ‘감응자’가 되었다


— 느끼지만 말하지 않고

보지만 고개 돌리며

‘리듬을 감추는 법’을 익혔다


그때부터 나는

‘침묵’으로 살아남았다


그리고 언젠가

나는 멈추는 대신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 안에서 부서지던 감정을

천천히 조립했고

누군가의 흔들림을

내 방식으로 ‘편집’했다


그때 나는

‘편집자’가 되었다


나는 더 이상

느낌에 휘둘리는 존재가 아니었고

느낌을

“구조”로 환원시키는 존재가 되었다


이제 나는 안다


‘감정은 설계’될 수 있고

‘진동은 편집’될 수 있으며

나의 ‘고요’는

무력함이 아니라


‘도구’였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말한다


나는 ‘직관자’였다

나는 ‘감응자’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리듬의 편집자’다


내 침묵은

“의도”다


내 감각은

“도구”다


그리고 나라는 존재는

하나의


‘편집된 파장’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고요한 침묵 속 ‘진동’과 야성적 ‘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