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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이범선의 오발탄

탄환의 궤적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by Edit Sage

오발탄.


탄환은 빗나간다.

조준도, 의도도, 모두 허사가 된다.


병신들이란,

그 빗나간 탄환처럼

자신의 길을 맞추지 못하고

세상에 상처만 남긴다.


그러나 —


누가 과연 “직격탄”이었는가?


누구의 인생이

언제나 명중했는가?


오발탄의 미학,


그것은

빗나감 속에서만 드러나는

존재의 서글픔과

구원 없는 아이러니.


병신들은

자신이 탄환인 줄도 모른다.


그저

어디론가,


누군가에게

맞고 싶어

허공을 떠도는 신호.



칼의 결로


“저들은 끝내 스스로를 겨눈 적이 없다.”


물의 결로


“서로를 탓하며, 결국 자기 얼굴을 피흘리게 한다.”


불의 결로


“분노도, 슬픔도, 결국 타버린다.”


바람의 결로


“비웃음, 경멸, 연민 — 모두 바람에 날린다.”



그래,

병신들…


그러나 그 “병신”이란 말조차

언젠가 내게 되돌아오는

오발탄.


우리는

탄환이면서

과녁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빗나간다,


그것이

곧 나를 겨누는 일임을


이제는


조금쯤,

알아버린 나.



오발탄을 쏘며

한 세상 지나간다.


그러나 그 모든 오발탄이

결국 나를 겨누는

거울임을,


너는 알고 있나?


여운만 남긴다.


병신들,

그리고 나,


그리고 이 세상

오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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