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은 자유로우나 과열되며, 나선은 제한되나 안정된다
인간은
세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위에
형태를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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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은
이미 한 번 정리된 것이다.
이름이 붙고
의미가 정렬되고
경계가 그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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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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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아래에는
형태를 갖지 않은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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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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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는
방향이 없다.
그러나
멈추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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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형태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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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상을 만들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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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를 입은 힘은
비로소 방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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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구조가 하나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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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상은
의지를 정당화하고
의지는
표상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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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서로를 밀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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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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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이 나선 안에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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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름으로
같은 싸움이 반복되고
다른 시대에
같은 충돌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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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올라가는 것 같지만
같은 구조가 되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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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나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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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느 순간
이 나선이
풀리는 지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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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가 흐려지고
의미가 흩어지고
중심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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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때
나선은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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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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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에는
중심이 없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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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연결되고
모든 것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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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고정된 기준도
확정된 의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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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는
끊임없이 풀리고
다시 묶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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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는
자유에 가깝지만
동시에
붕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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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인간은
오래 머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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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형태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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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묶고
경계를 세우고
의미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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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선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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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흐름과 나선 사이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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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벗어나지도 못하고
완전히 머물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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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어디에 설지는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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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 안에 있으면
안정이 있고
흐름 안에 있으면
해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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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서로를 부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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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형태를 만들고
하나는
형태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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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그 사이에서
계속
자신을 다시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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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압축
흐름은 풀림이고
나선은 묶임이며
인간은 그 사이를 오가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