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세계

해체

by 메모

인간은 오직 의식을 통해서만 세상을 인식할 수 있다. 의식은 이미지와 언어로 구성된다. 즉 인간의 의식상에 펼쳐진 세계는 의식을 통해 이미지와 언어로 현상된 세계일 수밖에 없다. 바꿔 말하면 인간은 자기의 의식상에 펼쳐진 주관적인 세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 인간의 의식을 통해 세상이 구성된다는 점에서 볼 때 실체 따위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지와 언어의 가상세계에서 살아가는 인간세상이 환상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우리는 이미지와 언어의 감옥에 갇힌 존재이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는 순간 정신이 분열될 수밖에 없다. 언어의 내재적 한계상 언어는 관계성과 상대성 내에서 서로를 지탱하며 성립하기 때문에 언어를 통해 구성된 의식 역시 관계성과 상대성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즉 인간은 관계성과 상대성 속에서 모든 것을 인식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언어 이전의 합일되어 있던 정신이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양분되어 분열됨을 뜻한다. 위라는 개념은 아래라는 개념이 있음으로써 성립되며, 우월하다는 개념은 열등하다는 개념이 있음으로써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관계성 없는, 비교 대상 없는 언어는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며, 따라서 관계성과 상대성 없이는 인식 자체가 불가능하다. 행복이라는 개념은 고통이라는 개념 없이 단독으로는 성립될 수 없으며, 행복이라는 개념과 고통이라는 개념은 서로를 떠받침으로써 존재할 수 있다. 행복은 고통이 있음으로써 비로소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고통 없는 행복은 인식 자체가 불가능하다. 고통과 행복은 서로의 관계성 속에서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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