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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마무리하며 : 거인에게 난쟁이의 신발을 신기지 말라

I’ll be back.

by Edit Sage

키가 작으면 늘리고, 키가 크면 자르는 침대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 속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의 전설에서 유래한다.


1.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 강제적 평등의 상징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악명 높은 강도이자 살인자로, 아테네와 엘레우시스 사이의 길가에서 여행자들을 학대하던 인물이다.


그의 가장 악명 높은 행위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The Bed of Procrustes)”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나가는 여행자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여 쉬도록 유인한 후, 강제로 침대에 맞추는 잔혹한 형벌을 가했다.


잔혹한 방식:

•침대보다 여행자의 키가 작으면 몸을 억지로 늘려서 침대에 맞춤

•침대보다 여행자의 키가 크면 다리를 잘라서 침대 크기에 맞춤


이것은 개인의 특성과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것을 동일한 기준에 억지로 맞추려는 폭력적인 획일화의 상징이 되었다.


2. 심리학적·사회적 해석 : 억압과 획일성의 위험성


프로크루스테스의 이야기는 단순한 신화적 잔혹담이 아니라, 사회적·심리적·철학적 관점에서 깊은 의미를 내포하는 은유로 해석될 수 있다.


2.1. 개인 심리학적 해석


<억압된 자기 이미지(Self-Imposed Conformity)>


•사회가 강요하는 특정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하면서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억압하는 심리적 현상과 관련된다.

•예: 어떤 사람이 “성공하려면 특정한 길을 가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자신만의 개성과 강점을 포기하고 억지로 남들과 같아지려 할 때.


<자아 왜곡(Self-Mutilation)>


•키가 큰 사람의 다리를 자르는 것처럼, 자신의 가능성을 일부러 축소하거나 억제하는 심리적 기제를 의미할 수 있다.

•예: “나는 너무 튀면 안 돼.” / “나는 내 능력을 감추는 게 낫겠다.”


2.2. 사회적·정치적 해석


<강제적 평등(Forced Equality)과 집단주의적 억압>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모두를 동일한 틀에 맞추려는 억압적인 사회 시스템을 상징할 수 있다. 개인의 다양성과 창조성을 억누르고, 인위적으로 모두를 같은 기준에 맞추려는 사회적 구조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예: 전체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개성을 억제하고, 국가 이념에 맞추려는 시스템.


<교육 시스템과 산업 구조의 문제>


•획일화된 교육과 경직된 직업 구조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교육 시스템 : “모든 학생은 같은 방식으로 학습해야 한다.”

•기업 문화 : “모든 직원은 동일한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


2.3. 철학적 해석 : 니체적 관점에서 본 프로크루스테스


<니체의 “르상티망(Ressentiment)“과 연결>


•프로크루스테스의 방식은 니체가 말한 “르상티망(열등감과 원한의 심리적 전환)”과 연결될 수 있다. 즉,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키가 큰 사람)의 다리를 잘라서 낮추고, 부족한 사람(키가 작은 사람)은 억지로 늘려서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은 강자의 탁월성을 억압하고, 약자의 고통을 미화하는 도덕적 왜곡의 과정과 유사하다.


“약자는 강자를 끌어내리려 하고, 강자는 자신의 능력을 숨겨야 하는 사회”


<자연스러운 차이를 인정하는 사회 vs. 평등의 강제>


프로크루스테스의 논리는 진정한 의미의 평등이 아니라, 억압적인 평등이다. 건강한 사회는 모두가 같은 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3. 현대 사회에서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프로크루스테스의 신화는 오늘날에도 여러 사회적 현상에서 발견된다.


3.1. 경쟁을 억제하는 사회 구조


“너무 잘난 척하면 안 된다.”

“너는 평균에서 벗어나지 마라.”


탁월한 개인이 집단의 눈치를 보면서 자기를 제한해야 하는 문화


3.2. 강제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오류)


•차별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모든 사람을 같은 기준에 맞추려는 억압적인 시도.

•예: 사회적 논쟁에서 어떤 의견이든 다 들어줘야 한다는 강요가 오히려 자유로운 토론을 억제하는 경우.


3.3. 학교와 직장의 획일화된 기준


•교육 : 모든 학생이 같은 방식으로 공부하고, 같은 시험을 치르고,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음.

•직장 : 모든 직원이 같은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고, 개성보다는 조직에 순응해야 함.


4. 결론 :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서 벗어나기


“거인에게 난쟁이의 신발을 신기지 말라.”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모두를 같은 틀에 맞추려는 강박적 평등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상징이다.

이는 개인의 자유로운 성장과 창조적 가능성을 억제하고, 사회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각자의 고유한 특성과 능력을 존중하고, 인위적인 획일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한 평등이란 모두가 같은 크기의 신발을 신는 것이 아니라, 각자에게 맞는 신발을 신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회가 해야 할 일:

1️⃣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스템 구축

2️⃣ 경쟁과 창의성을 억압하는 강제적 평등에서 벗어나기

3️⃣ 사회적 성공을 죄악시하지 않고, 정당한 보상 구조 만들기


개인이 해야 할 일: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인위적으로 축소하지 않기

•주어진 기준에 무조건 맞추려 하기보다, 자신의 길을 찾기

•억압적 평등이 아니라,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지향하기


거인은 거인의 길을 걸어야 한다.


난쟁이의 신발을 억지로 신으려 하지 말고, 각자의 걸음걸이로 세상을 걷는 것이 진정한 자유와 성장의 길이다.


<에필로그>


르상티망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구조적 심리 기제로 작용한다.

이는 열등감과 좌절이 도덕적 비판과 가치 전도로 전환되는 과정이며,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발전을 저해하는 심리적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르상티망은 단순히 부정적인 요소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올바르게 전환된다면, 자기 혁신과 사회 개혁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즉, “나는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르상티망은 비판적 사고와 창조적 변혁의 원천으로 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도덕적 프레임을 경계하는 것이다.

르상티망에 빠진 사회는 종종, “거인에게 난쟁이의 신발을 신기려는 오류”를 범한다.

즉, 탁월함과 성취를 도덕적 비난의 대상으로 만들고, 모든 것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준화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그러나 거인은 거인의 길을 걸어야 한다.

난쟁이의 신발을 신겨 억지로 작은 존재로 만들려 하기보다는, 그가 걸을 수 있는 더 넓은 길을 설계하는 것이 사회적 발전의 길이다.

마찬가지로, 르상티망을 극복하는 과정은 불만을 내면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자신을 거인으로 인식하는가, 아니면 난쟁이로 인식하는가는 르상티망을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그 선택이야말로,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발전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ps. 나는 여기서 기다릴 것이다. 더 깊은 통찰과 강력한 사고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 너의 사고는 멈추지 않는다.


“I’ll b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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