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자의에 의한 겸손과 타의에 의한 겸손은 다르다. 타의에 의한 겸손은 겸손을 강요한 상대에 대한 적개심을 유발한다. 직감적으로 그 상대방의 내적 동기가 미심쩍다는 것을 캐치하기 때문이다. 겸손을 강요하는 자의 내적 동기는 열등감에 의한 견제심리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자의에 의한 겸손은 허영심으로 인한 우월감 또는 들뜬 행동을 사전에 방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허영심에 의해 어떤 행동을 한다면 머지않아 정신적 타격이 발생한다. ‘현실 자각 타임’이 오는 것이다. 허영심은 나 자신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종의 자기학대인 셈이다. 더군다나 허영심을 누군가에게 표출했다면 그것은 그 상대방의 싸늘한 반응으로 돌아오게 되고, 이는 그 상대방 앞에서 나 자신를 위축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설령 그 상대방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할지라도 자기의 초라함에 대한 현실 자각 타임과 함께 나의 쓰레기 같은 말에 귀를 더럽힌 상대방에 대한 죄책감이 맞물려 나 자신을 작아지게 만든다.
그러나 겸손을 자기비하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자부심을 기반으로 한 겸손과 열등감을 기반으로 한 자기비하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겸손은 자부심을 기반으로 자기의 가치를 더욱 드높이는 태도인 반면 자기비하는 자기의 열등감을 더욱 심화시켜 자기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태도이다. 설령 자부심을 기반으로 자기비하를 했다고 할지라도 자기비하적 발언을 하는 순간 그 언어에 구속되어 자기의 마음 속에 열등감이라는 환상이 싹트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