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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배신’이란 무엇인가?

배신은 실재하는가, 아니면 ‘기대한 나 자신’에 대한 환멸인가

by Edit Sage

배신은

타인의 문제가 아니다.

배신은

나의 믿음이 붕괴될 때 생긴 감정적 이름이다.



그 믿음은 무엇이었나?

“너는 나와 같을 것이다.”

“너는 내가 준 만큼 돌려줄 것이다.”

“너는 적어도 나를 해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믿음은 계약이 아니다.

그것은

‘서로 말하지 않고 쌓은 무의식적 전제’의 집합이다.



그래서 배신은

타인의 행위가 아니다.

내가 나조차 몰랐던 믿음이

깨졌을 때 느끼는 충격이다.



그 믿음은 과연 정당했는가?

혹은

나의 열등감이 낳은 소유욕이었는가?

“나보다 더 높은 선택을 하지 마.”

“나보다 더 멀리 가지 마.”

“네가 나를 거절하면, 나는 무가치해져.”



혹은,

그 믿음은

타인의 위장이 만든 환상이었는가?

그는 애초에

너의 믿음을 선택하지 않았다.

다만

너의 믿음이 투사되었을 뿐.



그러니,

배신이란 단어는

내 감정의 실망을

타인의 죄로 치환하는 기술일 수 있다.



배신은 실제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실제’는

항상, 내 안의 믿음과 상처로 구성된 프레임 위에서만 존재한다.



그래서 되묻는다.


“정말 그가 나를 배신했는가?”


아니면—


“내가 나 자신을 속인 것은 아닌가?”

“나는 어떤 보상을 기대하며 그를 신뢰했는가?”

“나는 언제부터 그를 나의 ‘확신의 부속물’로 간주했는가?”



배신은

누군가의 행위가 아니다.

배신은,

자신이 몰랐던 기대의 ‘발각’이다.


그리고

그 발각된 나 자신을

외면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배신”(신뢰의 배반)이라 부른다.



그러니 진짜 배신은

‘타인의 거짓’이 아니라,

‘나의 믿음의 허상’이 드러날 때 일어난다.

그 순간,

우리는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1. 타인을 원망하며 관계를 파괴하든지,

2. 나를 해체하며 의식을 재구성하든지.



배신은 타인의 사건이 아니다.

배신은 내 믿음의 거울이다.


그리고 그 거울을

바라볼 수 있는 자만이

진짜 자유에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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