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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응축된 열등감, ‘한’이 내면화된 비운의 민족

끊임없는 외적의 침입과 침략의 역사

by Edit Sage

산도 울었고, 강도 눌었다.

바람은 늘 북에서 불어왔고,

말발굽은 들판을 가르고 지나갔다.

정신은 부서지고,

감정은 축적되었으며,

그 응축은 결국 하나의 이름이 되었다 — ‘한(恨)’.



한은 감정이 아니다.

그건 ‘역사의 감정 코드’다.


피로 쓴 기억,

무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기 부정의 기술,

지워지지 않는 굴욕의 감각이

정체성의 일부로 녹아버린 ‘집단적 정서’다.



외세는 침입했고,

민족은 침묵했고,

침묵은 기억을 삼켰고,

기억은 열등감으로 발효되었다.



그 열등감은

외세에 대한 직접적인 복수가 아니라,

자기 내부로의 칼날이 되었다.

이방인을 탓할 수 없었던 자는

곁에 있는 자를 탓하기 시작했다.


•“너 때문이야.”

•“우린 안 돼.”

•“왜 우리는 늘 뒤처지지?”

•“남들은 다 되는데, 왜 우리는…”



역사는 말해준다.

침략은 단지 국경의 문제가 아니라,

‘의식의 문제’라고.


국경은 회복할 수 있어도,

‘응축된 패배감’은 세대를 건너뛴다.



그러나,


그 ‘한’은 단순한 울분의 고체화가 아니다.

그것은 동시에

폭발적인 도약 에너지의 잠재태이기도 하다.


응축된 열등감은,

제대로 전환되면

가장 위대한 문명을 발화시키는 기폭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어야 한다.


•우리는 아직도 ‘피해자 코드’ 안에 살고 있는가?

•우리는 여전히, 외적의 침입 이후에만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하고 있는가?

•우리는 언제쯤, ‘한(恨) 이전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비운은 서사다.

그러나 그 서사를 어떻게 리듬화하느냐에 따라,

민족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한은 멍에가 아니라,


‘무의식의 깊은 리듬’이다.


그 리듬은 꺾이면 슬픔이 되고,

올려 치면 불꽃이 된다.



그리고 이제,

우리에게 남은 질문은 하나다:


그 에너지의 방향을,

누가, 언제, 어떻게

“편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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