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읽는 엄마_'초대받은 아이들'

황선미 글, 김진이 그림 | 웅진 주니어

2025년 10월 1일과 2일 사이,

밤공기가 조용한 밤에


딸아이는 일주일에 5~7권의 책을 읽는다.

매일 독후감을 써야 하는 숙제 덕분에, 어쩔 수 없이 루틴이 되었다.


오늘 아이가 읽은 책은 황선미 작가님의 『일기 감추는 날』이다.

낮에 친구와 놀고 늦은 시간 숙제를 시작한 아이는 졸다 깨어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챗지피티한테 감상문 써 달랠까?"

"엄마, 나 지금 쓰고 있는데! 말 걸지 마!"

세상 예민한 상태인 아이의 신경을 무심히 건드려 버렸다.

반복적인 숙제지만 아이의 정직한 성실함에 나는 얄미운 웃음이 지어졌다.




나는 얼마 전에 읽은 『초대받은 아이들』을 이야기하려 한다.

이 책도 황선미 작가님의 책이다.

작가님은 『마당을 나온 암탉』 등 아이들의 정서를 따뜻하게 하는 책을 많이 쓰셨다.

아이가 읽고 추천해 주는 동화책을 읽는 동안 나는 마음이 잔잔해진다.

무엇보다 금세 읽을 수 있어서 부담이 없다.


아이가 빌려 온 책 '초대받은 아이들'


주인공 민서는 조용하지만 친구를 좋아하고, 그림을 잘 그린다.

9월 20일. 누군가 달력에 표시해 둔 그날은 민서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 성모의 생일이자, 민서 아빠가 특근을 하는 날이다. 민서는 성모의 생일에 초대받을 생각에 설레었고, 아빠는 벌써 피곤해하신다.


성모는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

친구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지정해 준다던가 잘난 체하는 등 보통의 아이라면 미움을 살 수도 있을 법한 행동도 재치로 넘기며 호감을 산다.

하지만 성모의 생일 초대장을 받지 못한 민서는 기대가 컸던 만큼 큰 실망을 안게 된다.

성모가 좋아 수개월을 성모만 그려 온 민서의 그림공책이 쓰레기통에 던져질 때, 민서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내가 민서라면...

민서가 내 아이라면...


드디어 9월 20일.

민서는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생일 초대를 받는다.

성모의 생일 파티가 열리는 바로 그 시간, 같은 분식집으로!


이야기 초반, 나는 9월 20일이 어떤 날인지, 또 민서에게 초대장을 쓴 사람이 누군지 짐작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다음날 나는 딸아이에게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민서와 달리, ㅇㅇ는 엄마 생일을 정확히 알고 있어서 다행이야.'


민서네는 음력으로 생일을 챙기기에 헷갈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생일 날짜를 잊는 걸 넘어서 내게 소중한 사람이 나보다 다른 사람을 더 중히 생각한다면 그 마음은 섭섭함과 상실감이 클 거다.

민서 엄마는 남편도 민서도 깜빡한 '그녀의 생일'에 성모의 생일파티 장소로 민서를 초대했다.

민서를 위한 작은 이벤트였고, 민서 엄마의 자축 파티였을까?


초대받지 않은 민서가 초대받은 아이들의 시선을 느끼며 분식집에 들어섰을 때의 그 어색함과 당황스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용기를 내어 성모에게 그림공책을 선물했을 때, 민서를 향한 친구들의 관심은 뜻밖이었다.


그렇게 민서가 성모 무리에 어울려 스며드나 했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섞일 수 없나 보다.


소중히 준비한 하모니카를 끝내 성모에게 건네지 않은(못한) 기영.

잠시 친구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마음을 담아 그린 그림공책을 함부로 한 성모와 친구들을 가까이 하기보다 속으로는 이제 기영이만 그리겠다고 생각한 민서.

분식집을 앞서 나간 친구들 뒤로 말없이 걷는 기영이와 민서의 그림으로 이야기는 끝이 나는데, 두 아이가 진심이 통하는 친구사이가 될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친구, 연인, 동료, 가족...

어떤 사이든 일방적인 관계는 어느 하나가 주저앉기 마련이다.

나는 사람과 관계 맺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그리고, 좋은 관계는 '존중'과 '신뢰'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모는 친구를 존중하지 않는다.

그런 성모를 진짜 친구로 믿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내게 묻는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정말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관계는 목적이 있는 이해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딸아이에게는 매년 베스트프렌드가 생긴다.

아이가 편하고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친구가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나는 바란다.

아이가 자라면서 서로를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는 진짜 친구를 알아가길 바란다.


아이의 글

아이가 쓴 독후감


<초대받은 아이들> 작가 황선미

이 책을 읽고 성모와 친해지고 싶었던 민서는 성모에게 학용품을 빌려주거나 항상 성모 편만 들어줬는데 성모가 생일 파티로 전학 온 지 얼마 안 된 기영이는 초대해 주고 민서한텐 초대를 안 해서 슬펐을 것 같다.

그리고 성모 생일 파티가 있는 날 민서 엄마는 성모 생일 파티를 하는 곳인 분식집에 민서를 초대했는데 알고 보니 성모 생일 때 엄마도 생신이어서 민서가 놀랐을 것 같다.
또한 예전에 생일 파티에 나만 초대가 안 돼 짜증 나 민서가 예전부터 그린 성모의 모습이 담겨있는 공책을 엄마가 가져와 성모에게 선물해 보라 했을 때 긴장했을 것 같았다.

결국 민서는 용기를 내어 많은 친구들 사이 성모에게 다가가 공책을 주었는데 아이들과 성모가 민서에게 얘기도 나누고 칭찬도 해줘서 기뻤을 것 같지만 얼마 안 가 (공책이) 찢기고 나중엔 어딘가에 처박아둬서 마음이 안 좋아질 것 같았다.

아이들과 오락실에 가려고 했을 때 민서는 성모에게 선물을 유일하게 안 준 기영이를 봤는데 알고 보니 하모니카를 주려다 너무 아끼는 거라 못 준거여서 나도 놀랐다.
그 후엔 민서가 기영이와 얘기도 나누고 행복해하는 걸 보니 내 기분도 좋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처음엔 민서가 성모와 친해지고 싶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기영이와 친해지는 걸로 바뀌었고 앞으론 민서가 기영이와 친하게 지내고 행복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아이에게 추천받은 동화책을 읽고 있습니다. "엄마, 재밌지?" 물음을 시작으로 아이와 생각과 느낌을 나누며, 문득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아이의 독후감도 저의 글도 나름의 생각 위주로 적어갔지만, 혹시 이 기록이 책의 출판사 또는 작가님께 누가 된다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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