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욱 글, 송혜선 그림 | 거북이북스
"엄마, 이거 읽어봐. 재밌다!"
딸아이의 도서 추천 릴레이는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슬펐어?』
이 책은 제목부터 상황과 감정을 묻고 있다.
앞표지 그림처럼 화산이 폭발하듯 울음이 터지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게 분명하다.
뒤표지의 그림과 글처럼 두 아이의 다툼 이후, 사과와 용서에 대한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쓰신 고정욱 작가님은 장애를 주제로 아이들의 인성과 정서에 대해 글을 많이 쓰신 분이다.
작가님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대표작 중 『가방 들어주는 아이』가 초등 교과서에도 수록되고 워낙 유명해서 『그래서 슬펐어?』이 책도 작가님의 삶과 경험이 묻어난 사회적인 교훈이 담겨있겠다 싶었다.
서두에 작가의 말에서 고정욱 작가님은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애썼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 같아 작가님의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다. 주인공 준이와 아빠 교유한 그리고 준이의 친구 가람이 등 이 책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인간극장'이었다.
아이가 쓴 글
<그래서 슬펐어?> 작가 고정욱
이 책을 읽고, 평일 아침 준이네 가족은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준이가 일주일 전 같은 반 가람이가 장애인인 준이 아빠를 놀렸다고 했을 때 준이 아빠의 마음이 무너지고 속상해했을 것 같다. 또한 준이 아빠와 엄마가 준이가 있었던 일을 듣고 옛날에 준이 아빠가 칠수라는 애한테 쩔뚝이라 불린 것과 엄마는 예전 같은 집에 살던 다리를 못 쓰는 동생과 친하게 지낸 일들을 보니 내 마음도 찡했다. 결국 준이네 엄마는 속이 상해 가람이네에게 준이가 당한 일들을 말하고, 엄격하고 무서운 가람이네 아빠가 가람이에게 아침부터 직접 준이네 집으로 가 사과하라고 했을 때 나였어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 후엔 가람이가 직접 준이네 집으로 가 준이 엄마에게 사과를 했는데 준이 엄마는 화내지도 않고 오히려 자기 자신이 잘못한 걸 알고 있다면 괜찮다고 가람이가 엄격한 아빠 덕분에 힘든 일을 듣고 공감을 해줘서 가람이의 기분이 편안해질 것 같았다. 그리고 준이는 가람이가 준이에게 한 안 좋은 일은 다 까먹었다면서 용서를 해주니 읽는 나도 기분이 좋았다. 나도 장애인인 친구나 사람을 봤을 땐 놀리거나 안 좋은 말을 안 할 거라고 다짐했다.
과학자가 꿈인 준이와 공부를 잘하는 반장 가람이의 열띤 토론 중에, 둘의 지식 다툼은 난데없는 상처만 남는다.
"너네 아빠는 장애인이라 휠체어 타고 다니는데, 넌 도대체 뭐가 잘났다고 그러는 거냐고!"
가람이의 도발이 준이의 슬픔을 폭발하게 한다.
준이의 아빠는 유명한 동화작가이다.
매년 4월 20일이면 준이는 반 친구들에게 아빠에게 받은 아빠의 책을 선물한다.
그날,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그 일이 벌어진다.
"혹시 학교에서 아빠가 장애인이라고 너한테 뭐라고 하는 친구가 있니?"
"네."
(쿠궁!!!)
장애의 불편함도 유머로 승화시키는 아빠 고유한.
어릴 적 이웃 동생의 장애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줄 알았던 엄마 이순정.
그리고 동생 송이와 강아지 초롱이.
준이네는 사랑이 단단한 집이다.
준이는 여린 아이였을까?
또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한 적도 많았을까?
유쾌하고 농담도 잘하던 아빠도 준이가 아빠의 장애로 친구에게 안 좋은 얘길 들었다는 걸 알았을 때, 아닌 척했어도 마음이 무너질 듯했을 것이다.
횟집을 운영하며 손님에게 친절하고 직원에게도 배려가 깊은 가람이 아빠.
밖으로는 유연하고 안으로는 엄격한 아빠에게 '반장이니까 잘해야 한다'는 얘길 수없이 듣고, 부모님이 바빠서 혼자 밥 먹고 늦게까지 학원을 다니며 어쩔 수 없이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다는 반장 가람이.
가람이는 준이와 친구들 앞에서 누구 말이 맞냐 틀리냐 논쟁 중에 반장으로서 똑똑함으로 준이를 이기고 싶었을 거다. 자신과 달리 아빠가 자상하고, 가족들과 도란도란 식사도 하는 준이가 부럽고 얄미웠을 거다. 그래서 순간 말실수를 한 거다. 준이가 미워 준이의 약점이라 생각한 게 하필 준이 아빠의 장애라니...
준이 엄마와 가람이 아빠의 중재.
가람이의 반성과 준이의 용서.
두 아이는 큰 갈등 없이 화해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가족 간 서로 지지하는 준이네와 엄격했지만 바른 인성을 강조하던 가람이네.
두 집은 분위기는 달랐지만, 각 부모님의 정서적 지원으로 준이도 가람이도 마음이 건강한 것 같다.
장애는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이다.
남편은 사회복지사이다.
나는 초중고 각각 다른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고, 장애가 있는 친척 어른을 아기 때부터 보아왔다.
우리 아이들도 유치원부터 장애가 있는 친구가 같은 반에 있었고, 아이들은 교육을 통해 장애를 자연스럽게 생각해 왔다.
그런 줄 알았지만...
그런 게 아닌 것일까?
혹시 내 마음 깊은 어느 구석에서
'장애가 남의 일이어서 다행이다'
또는, '무심함'
또는, 나도 모르는 '잘못된 시선'은 없었을까?
생각하고 움찔함에 반성하게 됐다.
지체장애와 지적장애는 다른데, 오해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난다.
장애에 대한 인식은 왜곡된 생각이나 시선부터 바로잡는 게 기본이 아닐까 싶다.
책 속의 그날,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여태 무심히 지내온 날이었는데 앞으로는 특별히 더 생각하는 날이 될 것 같다.
딸아이에게 추천받은 동화책을 읽고 있습니다. "엄마, 재밌지?" 물음을 시작으로 아이와 생각과 느낌을 나누며, 문득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아이의 독후감도 저의 글도 나름의 생각 위주로 적어갔지만, 혹시 이 기록이 책의 출판사 또는 작가님께 누가 된다면 언제든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