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읽는 엄마_'돌아온 자선당 주춧돌'

우리아 글, 박나래 그림 | 크레용하우스

"엄마, 이 책은 경복궁이 불에 탔던 이야기인 것 같아."


아이가 다 읽지도 않고 반납한 책.

나는 그 책이 궁금해서 다시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돌아온 자선당 주춧돌》


'자선당'은 세종이 큰아들인 세자 '향'(문종)에게 선물한 세자궁이다.

경복궁 동쪽에 있어 '동궁'이라 불렸던 이곳은 임진왜란 때 불타고 주춧돌과 기단석만 남는다.

수백 년이 지나 흥선대원군이 자선당을 다시 세우고, 세자인 순종이 지내게 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어린 순종은 창덕궁으로 쫓겨난다.

세자 없는 빈 자선당.


이후 일본은 경복궁 전각들을 헐고 민간에 팔아넘긴다.

자선당도 해체되어 일본 오쿠라 호텔 뒤뜰에 개인 미술관으로 재조립된다.

한 나라의 세자를 품던 건물이, 일본인들의 구경거리가 된 것이다.

그러다 관동대지진으로 자선당은 일본에서도 잿더미가 되고, 자선당 주춧돌도 시커먼 바윗돌이 되고 만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1990년대에 어느 교수의 추적 끝에 오쿠라 호텔 정원 산책로에서 자선당 주춧돌이 발견된다.

주춧돌은 마침내 고향인 경복궁으로 돌아오지만, 자선당 복원에는 사용되지 못하고 건청궁 뒤뜰에 놓이게 된다.




《돌아온 자선당 주춧돌》은 이렇게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팔려 간 자선당이 되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주춧돌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야기다.


주춧돌은 세자를 위한 전각이 될 기대감에 깎여 나가는 고통도 견뎠고, 오랜 세월 궁궐에서 왕과 세자들을 지켜봐 왔으며, 궁궐을 지은 대목장 할아버지와 그의 손자도 만난다.

동화책 속의 대목장 할아버지의 손자가 훗날 오쿠라 호텔 정원에서 주춧돌을 찾아낸 바로 그 교수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문종(이향)이 세자 시절, 앵두를 좋아하는 아버지 세종을 위해 자선당에 앵두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나라가 빼앗기고 궁궐마저 짓밟히던 시절, 주춧돌과 용마루와 잡상은 분노하고 슬퍼한다.

주춧돌은 그저 돌덩이가 아니라, 왕실의 문화와 역사, 조선의 시간을 함께 견디며 기억해 온 존재였다.


자선당 주춧돌이 겪어낸 일들은 단순한 건물의 운명이 아니다.

나라가 흔들릴 때 함께 상처받고 버텨낸 우리 역사 그 자체였다.


책에서 주춧돌이 독백하며 경복궁으로 돌아왔을 때, 문득 영화 '덕혜옹주'의 귀국 장면이 떠올랐다.

얼마나 이곳이 그리웠을까.


돌아온 주춧돌처럼, 잃어버렸던 것들은 언젠가 제자리를 찾는다.

역사를 아는 일은 누군가의 아픔을 다시 꺼내 보는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주춧돌의 기억을 통해 현재를 더 단단히 살아갈 수 있음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다.


광화문을 들어서서 동궁에 있는 자선당과 비현각을 둘러보고, 명성황후가 시해된 건청궁을 지나 뒤뜰에 누워있을 주춧돌을 만나러 가야겠다.




딸아이에게 추천받은 동화책을 읽고 있습니다. "엄마, 재밌지?" 물음을 시작으로 아이와 생각과 느낌을 나누며, 문득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혹시 이 기록이 책의 출판사 또는 작가님께 누가 된다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작가의 이전글동화책 읽는 엄마_'담을 넘은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