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It Ends With Us’ 소송은 보복·계약위반 사건으로?
헤드라인보다 먼저 봐야 할 것
최근 블레이크 라이블리와 저스틴 발도니를 둘러싼 분쟁은 “라이블리 청구 대부분 기각”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실제로 2026년 4월 2일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은 라이블리 사건에서 청구 대부분을 정리했고, 남은 것은 세 가지뿐입니다. 다만 이 결정을 단순히 “누가 이겼나”로 읽으면, 법원이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의견명령은 누가 도덕적으로 옳고 그른지를 최종 확정한 판결이 아니라, 어떤 청구가 어떤 법적 문턱을 넘지 못했고 어떤 청구만 사실심 판단 대상으로 남는지를 가른 결정입니다.
이 사건의 출발점은 영화 《It Ends With Us》 촬영 현장에서 벌어진 갈등입니다.
라이블리 측은 2023년 뉴저지 촬영 과정에서 성희롱과 적대적 근무환경(hostile work environment)에 해당한다고 보는 문제들이 있었다고 주장했고, 촬영이 중단된 뒤 2023년 11월 복귀 전제조건을 담은 문서를 제작사 측에 보냈습니다. 그 조건들은 2024년 1월 별도 합의서인 CRA에 반영됐지만, 이후 영화 홍보(PR) 국면에서는 또 다른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라이블리 측은 현장 문제를 제기한 뒤 자신에 대한 평판 훼손성 대응이 뒤따랐다고 주장했고, 발도니 측은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자신들이 부당하게 비난받았다고 맞섰습니다. 결국 이 갈등은 성희롱, 보복, 계약위반, 명예 관련 주장으로 번졌고, 라이블리의 소송과 발도니 측의 별도 소송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이 사건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배경부터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영화의 1차 촬영은 2023년 뉴저지 세트에서 진행됐고, 2023년 11월 9일 라이블리 측은 복귀 전 전제조건을 담은 “제작 복귀를 위한 보호조건(Protections for Return to Production)”을 전달했습니다. 이후 2024년 1월 19일에는 그 조건들이 반영된 CRA가 라이블리 측 1인 법인(loan-out company)와 IEWUM 사이에 체결됐고, 촬영 재개와 이후 홍보 국면을 거치며 양측 주장이 본격적으로 충돌했습니다. 법원은 또 개봉을 앞둔 시점에 Wayfarer 측이 위기 관리 홍보 전문가(crisis communications)들을 선임한 사실도 배경사실로 정리했습니다
여기서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번 글이 다루는 것은 라이블리가 제기한 사건의 2026년 4월 2일 의견명령입니다. 이 분쟁은 별도 소송들이 얽혀 있어 하나의 사건처럼 소비되지만, 발도니·Wayfarer 측이 제기했던 별도 소송은 2025년 6월 주요 청구가 기각됐습니다. 그래서 이 전체 분쟁을 어느 한쪽의 “완승”으로 볼 수 없습니다.
첫째, IEWUM과 Wayfarer를 상대로 한 FEHA상 보복 청구.
둘째, TAG를 상대로 한 FEHA상 보복 방조 청구.
셋째, IEWUM을 상대로 한 CRA 계약위반 청구입니다.
반대로 성희롱·적대적 근무환경 관련 청구, 명예 관련 청구, 공모(conspiracy) 계열 청구는 대부분 유지되지 못했습니다. 이 구조만 봐도 소송의 중심축이 처음 제기된 패키지 전체에서 보복과 계약 쟁점 쪽으로 좁혀졌다는 점이 분명합니다.
다만 이 대목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청구가 남았는지 여부와 사실관계 전체에 대한 최종 판단을 혼동하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성희롱 관련 청구가 유지되지 못했다고 해서 곧바로 “그 주장이 허위로 판명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현재 잔존 청구에 발도니 개인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을 곧바로 개인적 사실승리나 전면적 면책처럼 읽을 수도 없습니다. 민사소송에서는 같은 사건 안에서도 청구별로 적용되는 법, 요구되는 요건, 허용되는 책임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을 단순하게 요약하면 “독립계약자라서 성희롱 청구가 안 됐다”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설명은 반만 맞습니다. 법원은 연방 Title VII와 캘리포니아 노동법 section 1102.5 청구에 대해서는 라이블리를 근로자라기보다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에 가깝다고 봤습니다. 판결문은 프로젝트 단위 계약, 짧은 기간, 보수 구조, 복리후생의 부재, 사업체 명의로 대금을 받는 방식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 경로에서는 고용지위 판단이 실제로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공정고용주택법(FEHA)의 괴롭힘(harassment) 조항은 다릅니다. 캘리포니아 정부법 12940(j)는 직원뿐 아니라 “계약에 의거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원(person providing services pursuant to a contract)”까지 괴롭힘 보호 대상으로 둡니다. 또 캘리포니아 민법 51.9는 사업적, 서비스적, 혹은 전문적 관을 전제로 한 성희롱 청구를 인정하고, 예시 관계로 감독과 프로듀서까지 적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캘리포니아법상 괴롭힘 경로는 애초에 독립계약자라는 이유만으로 자동 배제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이 청구들은 유지되지 못했을까요. 판결문을 보면 핵심은 territorial nexus, 즉 캘리포니아와의 지역적 연결성과 행위지에 더 가깝습니다. 법원은 1차 촬영이 뉴저지 세트에서 이뤄졌고, 라이블리가 문제 삼은 핵심 성희롱 관련 사건들도 대체로 그 시기의 뉴저지 촬영과 연결돼 있다고 봤습니다. 또 일부 행위에 대해서는 영화 제작의 창작 과정의 맥락을 함께 봐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즉 이 부분은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해당 청구를 캘리포니아법 아래서 유지하기 위한 연결고리가 충분한지 따지는 문제였습니다.
중요한 점은 법원이 라이블리의 불만 제기 자체를 허공의 주장처럼 취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판결문은 여러 사건을 함께 볼 때 라이블리의 불만에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적었습니다. 다만 그 판단은 보복 청구 문턱을 검토하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고, 성희롱 관련 청구를 끝까지 살려 두는 것과는 다른 문제였습니다.
반대로 보복 청구는 살아남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조문은 캘리포니아 정부법 12940(h)입니다. 이 조항은 고용주뿐 아니라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금지된 관행에 반대하거나 불만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문제 삼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라이블리가 직원가 아니더라도, FEHA retaliation 청구 자체는 가능한 구조라고 봤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캘리포니아와의 연결성입니다. 법원은 괴롭힘의 핵심은 뉴저지에 있었더라도, 보복(retaliation) 청구의 중심이 된 행위들에 대해서는 California nexus가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다만 법원은 이 지점에 대해 더 넓은 이론문제를 전부 정리한 것은 아니고, 현재는 적어도 보복 청구는 재판 단계로 넘길 수 있다고 본 정도로 읽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도 톤 조절이 필요합니다. 법원은 Wayfarer 측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를 쓰고, 자신들의 평판을 방어하고, 라이블리 측 주장에 반박하는 것 자체는 상당 부분 허용된다고 적었습니다. 동시에 일부 행위는 “arguably crossed the line”이라며 재판에서 더 다툴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법원 스스로도 이 단계에서 어느 쪽 설명이 더 믿을 만한지 가릴 수는 없다고 적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판결을 “smear campaign이 인정됐다”라고 쓰는 것도 과하고, 반대로 “다 정당한 방어였다”라고 정리하는 것도 과합니다. 법원이 남긴 것은 위법성의 최종 결론이 아니라, 어디까지가 허용된 평판 방어이고 어디부터가 FEHA상 보복인지에 관한 사실심 쟁점입니다.
그리고 보복 방조 청구에서도 법원은 선을 나눴습니다. 개인 PR 담당자인 Nathan과 Abel에 대한 청구는 유지되지 않았지만, TAG라는 business-entity agent에 대한 FEHA상 보복 방조 청구는 남겨 뒀습니다. 이 부분은 엔터 분쟁에서 외부 PR 조직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독립적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번 판결에서 계약 파트는 의외로 매우 중요합니다. 많은 독자는 이런 사건을 보면 “본계약” 하나를 떠올리지만, 실제 엔터 분쟁에서는 별도 rider, side letter, 복귀 조건 문서가 더 큰 의미를 갖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법원은 ALA를 최종 체결된 계약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판결문은 ALA가 유효하게 성립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정리됐고, 그에 따라 그 문서를 전제로 한 일부 계약 논리도 힘을 잃었다고 봤습니다.
반면 CRA는 다르게 봤습니다. 법원은 CRA에 약인(consideration)이 있다고 봤고, 결국 이 문서가 ALA와 별개로 독립적이고 구속력 있는 효력을 가진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CRA 계약위반 청구만은 남았습니다. 장문의 미체결 계약 초안보다, 실제 현장 복귀를 가능하게 만든 별도 문서가 소송의 중심축이 된 셈입니다. 엔터 실무에서 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촬영 재개, 친밀 장면 통제, 안전 장치, 홍보 범위 같은 운영 조건이 나중에는 본안 못지않은 핵심 쟁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명예 관련 청구가 유지되지 못한 부분도 자주 오해됩니다.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false light)는 뉴욕법이 적용되는데, 뉴욕은 그 불법행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라이블리 측은 ALA의 choice-of-law와 캘리포니아 관련성을 근거로 캘리포니아법을 끌어오려 했지만, 법원은 ALA가 미체결 문서라고 보았고, 추가 주장만으로는 뉴욕법 적용을 뒤집기에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명예훼손(defamation) 쟁점도 마찬가지입니다. 판결문은 소송 및 공식 절차와 관련된 발언에 대해 뉴욕의 공정보도특권(fair report privilege)을 핵심적으로 검토했습니다. 이 부분 역시 “법원이 누가 거짓말했는지 정리했다”기보다, 소송과 연결된 발언을 어디까지 불법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특권의 문제로 읽는 편이 맞습니다. 그래서 명예 관련 청구가 유지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한쪽 서사가 사실로 전면 인증됐다고 써서는 안 됩니다.
이 사건을 그냥 스타 간 갈등으로만 보면 법적 구조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구조를 보면 꽤 전형적인 LA 엔터 분쟁의 단면이 드러납니다. 배우는 1인 법인 활용 구조(loan-out structure)로 일하고, 촬영은 여러 주를 오가며, 본계약 외에 부속합의서(rider)와 제작 재개 합의(restart agreement)가 실무를 움직이고, 분쟁이 터지면 위기 관리 홍보(crisis PR)가 동시에 움직입니다. 그리고 법원은 바로 그 지점들에서 어떤 청구는 남기고 어떤 청구는 떨어뜨렸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을 읽는 더 안전한 프레임은 “누가 완전히 이겼나”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어떤 법은 어떤 사람을 보호하고, 어느 주와의 연결성이 있어야 하고, 어떤 문서가 실제로 효력을 인정받는가가 사건의 결과를 바꾼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