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새 심의기구, 실질심의인가 옥상옥인가

강한 금융제재는 왜 강한 절차를 필요로 하는가

by 이한결

금융제재의 실효성은 제재수위의 강도만으로 확보되지 않습니다. 강한 제재일수록 그 결론에 이르는 절차가 단단해야 합니다.


최근 금융회사 제재절차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올라온 제재 안건을 최종 의결하기 전에, 금융위 내부에서 더 공식적으로 심의할 수 있는 별도 기구를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논의는 최근 금융당국이 일부 제재 불복소송에서 패소하거나, 대규모 과징금 사건에서 제재수위와 절차를 둘러싼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배경 속에서 나왔습니다.


이 사안은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를 느슨하게 할 것인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금융소비자 피해가 크거나 시장질서를 해친 사안에서는 강한 제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행정제재는 발표되는 순간에 끝나지 않습니다. 제재대상 금융회사나 임직원이 불복하면 행정소송에서 다시 다투어지고, 법원은 제재의 법적 근거, 절차, 입증, 양정의 비례성을 따져봅니다.


따라서 금융제재의 실효성은 제재수위의 강도만으로 확보되지 않습니다. 강한 제재일수록 그 결론에 이르는 절차가 단단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금융위의 심의기구 신설 논의를 계기로, 금융회사 제재절차에서 무엇이 문제 되고 있는지, 해외 제도는 어떤 참고점을 주는지, 새 심의기구가 의미를 가지려면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1. 금융회사 제재절차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


금융당국의 제재는 일반 독자에게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회사 제재는 시장질서, 소비자 피해구제, 금융회사 내부통제, 임직원의 직업상 지위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와 같은 중징계는 향후 금융권 취업이나 경영활동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금융회사에 대한 과징금 역시 규모가 커지면 재무적 부담뿐 아니라 평판, 주주, 소비자 대응에까지 연결됩니다.


최근 논의가 커진 배경에는 몇 가지 사건이 있습니다.


먼저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에게 내려진 직무정지 처분 취소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박 전 대표가 금융위를 상대로 제기한 직무정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습니다. 금융위는 2023년 11월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으나, 최종적으로 그 처분은 취소됐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사건도 언급됩니다. SBS 보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2026년 4월 9일 두나무가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다만 이 사건은 1심 단계이므로 최종 확정 결과처럼 표현해서는 안 됩니다. 보도상 법원은 규제 당국이 구체적인 조치·지침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두나무가 일정한 조치를 취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설명됩니다.


홍콩 H지수 ELS 사태도 절차 논의를 압박하는 사건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금감원 제재심 단계에서 5개 은행의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관련 과징금이 약 1조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 역시 금감원 제재심 단계의 수치로 알려진 것이고, 최종 제재수위와 과징금은 증선위와 금융위 의결을 거쳐 확정되는 구조입니다.


이 사례들이 보여주는 것은 하나입니다. 금융제재는 발표 당시의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행정소송에서 유지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제재가 취소되면 시장에 주는 메시지도 약해지고, 소비자 보호나 내부통제 강화라는 정책 목적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제제1.png 금융제재의 실효성은 제재수위만이 아니라, 그 결론에 이르는 심의 절차와 기록에서 나온다.

2. 현재 금융회사 제재는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가


일반적인 금융회사 제재 절차는 대체로 다음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금감원 검사 → 제재결과 통보 →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 필요 시 증권선물위원회 → 금융위원회 의결


여기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흔히 말하는 제재심은 매우 중요한 절차입니다. 검사부서가 지적한 사실관계와 제재수위에 대해 금융회사나 임직원이 소명하고, 제재심 위원들이 쟁점을 검토합니다.


다만 제재심을 법원의 1심 재판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습니다. 제재대상자 입장에서는 핵심 방어 기회로 기능하지만, 제재심은 기본적으로 금감원 단계의 심의 절차입니다. 최종적인 처분은 사건 유형에 따라 증권선물위원회 또는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됩니다.


금융위 의결 전에는 안건소위원회와 같은 절차가 운영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사에서 제기된 문제는 이 부분입니다. 금감원 제재심 이후 금융위 최종 의결 전에, 사실관계와 법리, 제재수위, 과징금 산정근거를 충분히 다시 검토할 공식적이고 실질적인 심의장치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절차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금감원은 2018년 제재심에 대심제를 도입했습니다. 대심제는 제재대상자와 검사부서가 함께 출석해 심의위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입니다. 검사부서의 주장에 대해 제재대상자가 반박하고, 다시 재반박할 수 있도록 하여 방어권을 두텁게 하려는 취지였습니다.


금융위도 2020년 검사·제재 절차와 관련해 금융회사와 임직원의 권리보호를 강화하는 개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제재심 안건 사전열람 기간을 제재심 3일 전에서 5영업일 전으로 확대하고, 업계 전문가 등 참고인의 진술 신청권을 부여하며, 권익보호관 제도를 명문화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논의의 초점은 기존 절차의 전면 부정이 아닙니다. 이미 마련된 절차 위에, 특히 금융위 최종 의결 전 단계에서 실질심의를 어떻게 보강할 것인지가 쟁점입니다.


3. 핵심 법적 쟁점


쟁점 ① 조사·심리·의결은 충분히 분리되어 있는가


금융제재 절차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할 부분은 기능의 분리입니다. 검사와 조사, 제재권고, 심리, 최종 의결이 어느 정도 분리되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은 금융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두고,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관련 업무를 수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상 금융위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그 위원 중 한 명이 금융감독원장입니다. 또한 금융위 회의의 제척·기피·회피 규정도 두고 있습니다.


이 구조는 한국 금융감독체계의 제도적 특징입니다. 금감원장이 금융위 위원으로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 특정 사건의 의결이 곧바로 위법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개별 제재 사건에서는 질문이 생깁니다. 금감원이 검사와 제재심 절차를 거친 사건에서, 금감원장이 금융위 최종 의결에도 참여하는 구조가 당사자와 법원에 충분히 공정하게 보일 수 있는지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제 결론이 맞았는지와 별도로, 그 결론에 도달한 절차가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설계되어 있었는지입니다. 행정제재는 행정청의 전문성과 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이지만, 그 재량은 법적 근거와 절차의 한계 안에서 행사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금융위 산하에 별도 심의기구를 둔다면, 이 기구는 단순한 사전 회의체에 그쳐서는 곤란합니다. 금감원 검사부서와 제재심이 정리한 결론을 그대로 확인하는 역할이라면 기존 절차와의 차이가 작습니다. 반대로 사실관계, 법률쟁점, 양정기준, 감경·가중 사유를 독자적으로 점검한다면 제재의 신뢰성을 높이는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쟁점 ② 제재대상자의 방어권은 충분히 보장되는가


금융제재는 형사처벌은 아니지만, 금융회사와 임직원에게 상당한 불이익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재대상자가 무엇을 문제 삼는지 알고, 자료를 확인하고, 의견을 제출하고, 필요한 경우 구두로 설명할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금융회사 제재 사건은 사실관계가 복잡합니다. 내부통제 기준이 실제로 마련되어 있었는지, 해당 기준이 형식적 기준인지 실질적으로 작동했는지, 특정 임원이 어느 정도까지 보고받았는지, 판매 현장에서 어떤 설명이 이루어졌는지, 전산 기록과 내부 문서가 무엇을 보여주는지 등이 모두 쟁점이 됩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단순히 “위반이 있었다”는 결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누가, 언제, 어떤 의무를, 어떤 방식으로 위반했는지 특정되어야 합니다. 제재대상자도 그 특정된 사실관계와 법적 평가를 보고 반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금감원 제재심 단계에서는 대심제와 자료열람 개선 등이 이미 도입되었습니다. 그 자체는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 다만 금감원 제재심 이후 금융위 의결 전 단계에서도 당사자의 주장이 충분히 반영되는지가 별도 문제로 남습니다.


금융위가 새 심의기구를 만든다면 이 지점이 핵심입니다. 제재대상자가 그 심의기구 앞에서 별도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지, 구술진술 기회가 있는지, 금융위가 검토하는 주요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지, 금감원 측 설명과 제재대상자의 반박이 균형 있게 기록되는지가 제도 설계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방어권은 제재를 늦추기 위한 절차가 아닙니다. 오히려 제재가 법원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행정청의 판단을 더 촘촘하게 만드는 절차입니다.


쟁점 ③ 거액 과징금은 어떻게 산정되고 설명되어야 하는가


홍콩 H지수 ELS 사건처럼 과징금 규모가 조 단위로 거론되는 사건에서는 절차의 중요성이 더 커집니다. 과징금은 단순한 상징적 제재가 아닙니다. 금융회사 재무제표, 충당금, 주주, 소비자 대응, 향후 영업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실질적 금전제재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법적 쟁점은 금액이 큰지 작은지에만 있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산정근거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 질문들이 정리되어야 합니다.


어떤 위반행위가 인정되는가

그 위반행위와 판매행위 또는 소비자 피해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설명되는가

과징금 산정의 기준금액은 무엇인가

위반의 중대성은 어떤 요소로 평가했는가

금융회사의 사후 수습, 자율배상, 재발방지 조치는 감경 사유로 얼마나 반영됐는가

임직원 제재와 기관 제재, 과징금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잡았는가


행정소송에서 자주 문제 되는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입니다. 행정청에 제재수위 결정의 재량이 있더라도, 그 재량행사가 비례원칙에 맞아야 하고, 처분의 이유가 충분히 제시되어야 하며, 유사 사건과의 형평성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거액 과징금 사건에서는 결정문과 행정기록이 특히 중요합니다. 심의 과정에서 어떤 사유를 고려했는지, 어떤 주장은 받아들이고 어떤 주장은 배척했는지, 감경 사유를 어느 정도 반영했는지가 기록으로 남아야 합니다. 소송이 시작되면 그 기록이 제재의 방어선이 됩니다.

제제2.png 해외 제도는 형태가 다르지만, 조사·심리·의결 기능의 분리와 방어권 보장을 공통적으로 중시한다.

4. 해외 제도는 무엇을 보여주는가

해외 제도를 그대로 한국에 옮겨올 수는 없습니다. 각국의 감독기구, 행정절차, 사법심사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비교해볼 만한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조사·제재권고 기능과 심리·결정 기능을 분리하고, 당사자의 의견제출권과 자료접근권을 보장하며, 결정이유를 기록으로 남기는 방향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집행절차에서 웰스 절차(Wells process)를 운영합니다. SEC는 2026년 집행 매뉴얼 업데이트에서 웰스 통지를 받은 대상자가 통상 4주 동안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고, 웰스 미팅도 일정한 기간 안에 진행되도록 하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제재권고 전에 당사자가 법적·사실적 쟁점을 설명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SEC 행정절차에는 행정법판사(ALJ)가 관여할 수 있습니다. SEC 설명에 따르면 행정법판사는 독립적 심판자로서 공개심리를 진행하고, 소환, 신청, 증거능력 판단 등을 한 뒤 사실인정과 법적 결론, 제재 필요성을 담은 초기결정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에서도 행정 내부절차의 한계가 논의됩니다. 2024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SEC가 증권사기와 관련해 민사제재금을 구하는 경우 피고에게 배심재판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행정기관 내부절차가 있더라도 금전제재와 권리침해의 성격에 따라 법원 통제가 강하게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국 은행감독 영역에서는 OFIA라는 행정심판 구조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OFIA의 행정법판사는 독립적·공정한 사실심리자로서, 조사나 기소 기능을 수행하는 직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됩니다. 당사자는 사전 통지를 받고, 사실과 주장을 제출하며, 대리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본은 행정절차법상 청문과 변명 기회, 증거 제출 기회를 중시합니다. 일본 행정절차법은 불이익처분과 관련해 청문기일에 의견을 진술하고 증거를 제출할 수 있으며, 서면 진술과 증거 제출도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유럽 쪽에서는 독립조사관과 제재위원회 모델이 눈에 띕니다. ECB는 중대한 은행에 대한 제재에서 독립조사부서가 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이의제기서를 보낸 뒤 은행이 사실관계, 이의, 제재금 규모에 관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합니다. ECB는 과징금 산정에서 위반의 중대성, 영향, 협조 여부, 자체 시정조치 등 가중·감경 사유를 고려한다고 설명합니다.


ESMA는 감독 과정에서 중대한 위반 징후가 있으면 독립조사관에게 사건을 회부하고, 독립조사관의 조사결과에 대해 감독대상자가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후 감독위원회가 파일과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위반 여부와 제재를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프랑스 AMF는 이사회와 분리된 제재위원회를 둡니다. AMF 설명에 따르면 제재위원회는 판사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고, AMF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12명의 위원이 담당하며, 결정을 공개하고 청문도 원칙적으로 공개하는 구조를 운영합니다.


영국 FCA의 Regulatory Decisions Committee, 즉 RDC도 참고할 만합니다. RDC는 FCA 이사회 산하 위원회이지만, 다툼 있는 집행결정을 FCA의 다른 조직과 분리해 처리합니다. FCA는 RDC가 자체 지원인력과 법률자문을 갖고 있고, 제재를 권고하는 직원이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분리되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당사자는 자료에 접근하고 서면 또는 구두 의견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들의 형태는 다릅니다. 어떤 국가는 행정법판사를 두고, 어떤 국가는 독립조사관을 두며, 어떤 국가는 내부 의사결정위원회를 분리해 운영합니다. 그러나 공통된 방향은 유사합니다. 제재를 강하게 할수록, 심의와 결정의 독립성, 당사자의 방어권, 이유제시, 기록화가 함께 강화됩니다.


5. 새 심의기구가 의미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금융위가 별도 심의기구를 만든다면, 핵심은 명칭이나 조직 신설 그 자체가 아닙니다. 기존 안건소위원회와 무엇이 다른지 명확해야 합니다.


첫째, 심의기구의 권한이 분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쟁점을 정리하는 수준인지, 사실관계와 법률적 근거를 재검토하는지, 제재수위와 과징금 산정에 대해 실질적 의견을 낼 수 있는지 정해야 합니다.


둘째, 금감원 조사·검사 라인과의 관계가 정리되어야 합니다. 심의기구가 금감원 제재심 결론을 그대로 전제한다면 역할이 제한됩니다. 반대로 금감원의 판단을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면 제재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셋째, 당사자의 절차 참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금융회사나 임직원이 심의기구 단계에서 자료를 확인하고, 서면 의견을 제출하고, 필요한 경우 구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금감원 측 설명과 제재대상자의 반박이 균형 있게 기록되는지도 중요합니다.


넷째, 과징금 산정과 감경·가중 사유가 기록되어야 합니다. 대형 금융사건에서 법원이 보는 것은 결론만이 아닙니다. 결론에 이르는 과정, 어떤 자료를 보았는지, 어떤 주장을 받아들였는지, 왜 일정 금액이 적정하다고 보았는지가 모두 중요합니다.


다섯째, 금감원장의 금융위 의결 참여 문제도 함께 검토되어야 합니다. 이는 개인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제도 설계의 문제입니다. 검사·감독 기능을 총괄하는 지위와 최종 의결에 참여하는 지위가 겹치는 경우, 어떤 사건에서 제척·회피가 필요한지, 현행 규정으로 충분한지, 별도 운영기준이 필요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섯째, 심의기구의 결과가 금융위 본회의에서 어떻게 다루어질지도 정해야 합니다. 심의기구 의견이 단순 참고자료인지, 본회의가 그 의견과 다르게 의결할 때 별도 이유를 남겨야 하는지에 따라 제도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6. 제재의 실효성은 절차에서 나온다


금융제재는 시장질서를 세우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입니다. 금융회사의 위법행위나 내부통제 실패가 확인되는 사건에서는 엄정한 제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재가 강할수록 절차도 강해야 합니다. 제재대상자가 충분히 다툴 수 있었는지, 심의기구가 독립적으로 검토했는지, 제재금 산정근거가 설명되는지, 결정문과 행정기록이 법원에서 검토 가능한 수준으로 남아 있는지가 모두 중요합니다.


금융위가 검토 중인 별도 심의기구가 의미를 가지려면, 회의체를 하나 더 만드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그 기구가 기존 안건소위원회와 무엇이 다른지, 어떤 권한과 독립성을 갖는지, 당사자의 방어권을 어떻게 보장하는지, 금감원 제재심 이후 금융위 의결 전 단계에서 어떤 실질심의를 담당하는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앞으로 금융제재 분쟁에서는 제재수위 자체만큼이나 제재가 만들어진 절차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제재의 강도와 절차의 충실성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제대로 설계된 절차는 제재를 약하게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제재가 오래 유지되도록 만드는 기반입니다.


금융회사 제재절차 개편 논의의 성패도 이 지점에서 갈릴 것입니다. 금융위의 새 심의기구가 단순한 절차 추가에 그칠지, 아니면 금융제재의 신뢰성을 높이는 실질적 장치가 될지는 권한, 독립성, 방어권, 이유제시, 기록화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계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