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0] 정해진 것 없는 자유

by 작가의 방

2023. 10. 24. (화)

날씨 : 춥고, 비 오고

출발 : Puente Vilarente

도착 : Oncina de la Valdoncina

거리 : 24Km

시간 : 0800 → 1600

숙소 : El Pajar de Oncina Hostel

비용 : 76유로(106,400)

아침 4

비옷 29

점심 19

숙소 12

저녁 12


오늘은 대도시 레온(Leon)을 지나는데, 가도 뭐 딱히 할 것도 없고 해서 나는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대성당을 잠깐 둘러보고, 뜬금없이 이 도시에 가우디(Antoni Gaudí i Cornet)가 설계한 건물도 있어서 사진 한 장 찍고, 곧바로 다음 마을로 향했다. 출발할 때 기온이 4도였고, 비도 오고 바람도 좀 있었기에 오늘은 걷기 쉬운 날은 아니었다. 다행히 내일은 비소식은 없다.


추울 땐 바르에 들려서 와인 한두 잔 먹으면 힘겨운 고개도 아리랑 고개가 된다. 콧노래 부르며 슬렁슬렁 걷는다. 이제는 생각도 상당히 자유로워졌다. 인생의 화두, 자아의 성찰 아니라도 재밌는 상상이나, 옛날 생각 같은 것이 막 난다. 그것도 그것대로 즐기며 걷는다. 일상에서는 그런 자유로운 상상조차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오늘 꼭 하고 싶었던 것은 좀 제대로 된 우비를 하나 사는 것과 대도시에 왔으니 뜨뜻한 라면 한 그릇 하는 것이었다. 우비는 쉽게 샀는데, 라면집은 하필 화요일이 쉬는 날이었다. 날도 춥고 비는 맞아서 뜨끈한 국물은 더욱 간절했지만,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누구는 하면 된다고 하지만, 예를 들면 내가 건널목에 딱 왔는데 빨간불인데, 나는 건너야 하니까 파란불이 바로 되라고 바라는 것은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일이다. 안 되는 일에 스트레스받지 말자. 그것보다 되는 일인지 안 되는 일인지 제대로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빨간 불에 무대뽀로 건너는 게 절대 미덕은 아닐 것이다.


내일도 목적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컨디션 되는 데까지 걸을 거다. 정처 없이 걷는 이 자유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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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가 설계했다는 Casa Botines 광장 맞은편에는 가우디 본인의 동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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