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을 걸으며 숙소는 필수다. 일부 순례자들은 텐트를 가지고 다니며 야외에서 취침을 하기도 하는데, 이마저도 10월 이후 우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순례자들에게 숙소는 매우 중요하고, 나 역시 출발 전부터 많이 걱정했던 부분이다.
그러나 비수기, 우기인 가을 순례길에는 숙소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성수기와는 다를 것이다). 거치는 마을마다 숙소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적으면 2~3개, 많으면 수십 개의 알베르게, 호텔들이 있어서 침대가 없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특히, 순례자들이 주로 머무르는 마을이나 도시가 거의 정해져 있는데, 이 지점들 사이의 비인기 마을이나 도시에는 오히려 숙소들이 텅텅 비어있을 정도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봤을 때 가을 순례길에서 숙소 걱정은 의미가 없다.
나의 경우 그날 그날 내키는 대로 걸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숙소를 예약하지 않고, 바로 알베르게에 찾아가 ‘침대 있어요?’ 하고 묻고 숙박했다. 하지만 내가 하루 걷는 목표를 딱 정해놓았다면, 하루나 이틀 전, 늦어도 당일 오전까지라도 목적지 마을 숙소에 예약을 할 수도 있다. 이때는 카미노 앱을 통해 전화, 이메일, 왓츠앱, 부킹닷컴 등으로 예약할 수 있다. 전화가 가장 확실하다. 그러나 전화가 부담스러우면 이메일로 간단히, ‘My name is Chris Lee. Can I have a bunker bed for the 15th of October? Gracias!’ 정도로만 보내도 답이 온다. 그러나 이메일보다 빠른 것이 왓츠앱이다. 전화번호를 왓츠앱에서 확인해보면 80% 정도가 왓츠앱에 가입되어 있다. 위의 메시지를 와츠앱으로 보내면 더 빨리 답이 온다. 나의 경우 전화가 안 되면, 왓츠앱, 왓츠앱이 안 될 경우 이메일을 보냈고, 알베르게가 나의 문의에 답장을 안 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예약을 많이 안 하고 다녔기도 하지만). 부킹닷컴은 예약하기는 쉬운데 알베르게의 경우 수수료가 붙는다. 직접 하는 게 낫다.
또 한가지 팁은 순례길을 시작하는 첫 3일 정도는 미리 예약을 해놓고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리가 없을까봐 미리 하는 것은 아니고, 순례길 초반에는 아무래도 정신이 없고, 모든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순례길 3일만 걷다보면 숙소 구하는 것도 익숙해지고, 미리부터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게 된다. 최소한 가을 순례길에서는 그렇다.
(왼쪽) 숙소는 부엔 카미노 앱이 찾기도 쉽고 정보도 좋은 것 같다. 숙소를 클릭하면 현지 전화 번호가 있는데, 전화 통화를 해도 되고, 대부분 왓츠앱과 연동이 되어 있다. (가운데) 연락이 안 되면 이메일을 보내보자. (왼쪽) 와츠앱이 가장 빨랐다. 영어를 못하는 호스트에게는 번역기를 돌려서 스페인어로 보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