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 뮤지션 새 앨범 '개화'
악동 뮤지션을 좋아한다. 오빠 이찬혁이 직접 만드는 톡톡 튀는 멜로디와 재치 있는 가사가 매력적이고, 거기에 동생 이수현의 청아한 목소리가 일품이다.
워낙 어릴 때부터 활동한 그들에게 몇 년간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일단 오빠가 군에 입대한 시기가 있었고, 소속되어 있던 YG에서도 독립을 했다. 재주꾼인 오빠 이찬혁은 전역 후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데 성공했고, 지금은 개성을 발휘하며 멋진 활동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청룡영화제 축하 무대에서 너무 멋진 공연을 해서, 깜짝 놀랄 정도의 뮤지션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수많은 탐색을 거쳐 자기의 색을 제대로 찾고 마음껏 끼를 발산하고 있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저런 수준이라면 나이가 더 들면 얼마나 멋있는 예술가가 될까 기대가 된다.
반면에 이수현은 활동이 뜸했다. 건강이 안좋아지고 노래하다가 울기도 한 방송을 보며 걱정이 됐는데, 알고 보니 그동안 심한 번 아웃이 와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가족과도 소통을 하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있었다고 한다. 너무 어린 나이부터 쉬지 않고 활동을 해서 지쳤는데 오빠가 군대에 간 후에 간절히 쉬고 싶었으나 주변의 계속 활동하라는 압박때문에 쉬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가 완전히 소진된 후에야 비로소 독립도 하고 쉬게 되었지만 그때는 이미 스스로를 케어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듀오로 함께 노래하던 오빠가 어느 시점부터 동생이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본격적으로 돕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를 병원에 보내 상담을 받게 하고, 주택으로 이사하며 같이 살면서 헬스 트레이너를 집으로 불러서 함께 운동하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으며 동생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함께 극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앨범 촬영 한 달 전에는 산티아고 순례길도 함께 다녀왔다. 후에 그가 말하기를 그대로 놔두면 나중에 동생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단다. 그리고 미래에 자기가 그때 동생을 돕지 않았다는 것을 견딜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단다. 꽃으로 보면 지금이 그들이 만개할 시기인데 오빠는 동생을 다시 꽃피게 만들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다. 그래서 자신이 한참 만들던 자유분방한 음악을 잠시 미뤄두고 동생의 순수한 음색과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완전히 이수현을 위한 음악이다.
이렇게 나온 새로운 앨범의 이름이 ‘개화’이다.
타이틀곡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에서는 기쁨 뒤에는 슬픔이 오고, 햇빛 뒤에는 그늘이 있고, 웃음과 눈물이 함께 있으며, 흐린 날도 화창한 날도 다 우리의 한 부분이니 피하지 말고 다 품는 것이 아름다운 인생이라고 노래한다.
아직 젊은 예술가가 어떻게 인생을 이렇게 잘 이해했는지 신기하기도 하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도 ‘기쁨이’ 뿐만 아니라 ‘슬픔이’도 우리 마음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는 레슨을 주었듯이, 남에게나 무대 위에서 보이는 ‘페르소나’ 말고도 우리 마음에는 ‘그림자’도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시적으로 잘 표현하기는 힘들다.
다른 노래 <소문의 낙원>에서는 나그네들이 사랑을 찾아 소문의 낙원에 왔는데 그곳은 생활에 바쁜 도시인이나 겁쟁이들은 절대 알지 못할 세상이라고 노래한다. 함께 간 산티아고 순례길을 연상시키는 가사에, 뮤비에서 자유로운 히피 복장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춤을 함께 추는데, 군무가 이찬혁의 다른 무대와 비슷한 듯하지만 훨씬 동화적인 분위기여서 이수현과 잘 어울린다.
또 다른 노래 <얼룩>에서는 흰 블라우스에 남은 토마토 주스 얼룩을, 바지에 쏟은 감자 스프 얼룩을 노래하며 빨아도 흔적이 남지만 버릴수는 없는 지나간 사랑의 흔적을 기억한다
동생이 노래하는 모습을 옆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오빠를 보면서,작곡이나 작사나 무대 프로듀싱에 천재적인 사람이 이렇게 가족까지 살뜰하게 챙기는 것에 감탄한다. 솔로로도 한참 승승장구하던 그가 잠시 자기의 작업을 내려놓고 동생을 위해 바친 2년의 시간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이러하니 성공은 저절로 따라왔다. 오빠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지니 결과물도 훌륭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운동으로 건강해진 이수현이 행복한 표정으로 노래하는 것을 보고 듣는 것이 음악으로도, 남매의 이야기로도 사람들에게도 위로와 치유를 주는 듯하다.
이 앨범은 음악적으로도 훌륭해서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여기에 이수현이 오빠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서사까지 들어가게 되어서 들으면 뭉클해지고 따뜻한 감동이 밀려온다.
나에게도 늘 힘이 되어주는 오빠가 있다. 그 덕분에 별탈 없이 나이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자매가 없다고 평생 불평했지만, 언니보다 좋은 오빠가 있는것 만으로도 내 인생이 든든하다.
https://youtu.be/m_DY3BcYFPM?si=sWyGXV5XA0ByPB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