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돌봄 실천하기
샤워가 이렇게 어려울 일이야
어제는 잠을 좀 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는 건 너무너무 귀찮고 힘든 일이다. 우울증에 걸리면 자기를 돌보는 것이 쉽지 않다. 만사가 무기력하고 몸이 천근만근이다. 삶의 의욕이나 활력이 없으니 자신을 꾸미고 돌봐주는 것보다 스스로를 방치하게 된다. 먹고 싶지 않고, 씻고 싶지 않고, 나에게 좋은 것들을 해주거나, 화장을 하거나 꾸미고 싶은 생각도 사라진다. 무기력이란 이렇게 힘든 일이다. 샤워를 해야지, 해야 하는데. 그렇게 수월하게 하던 것이 이렇게나 힘이 든다. 일어나고 싶지 않은 몸을 일으켜서 사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가고 옷을 벗고, 샤워기에 물을 켜고, 샴푸를 펌핑해서 머리를 감고, 몸을 씻고, 헹구어내고, 욕실 바닥의 물기를 정리하고, 머리와 몸에 물기를 닦고, 다시 옷을 입고, 머리를 말려야 하고. 절차가 생각보다 복잡하다. 한 번에 모든 일을 다 하기 힘들 때는 나는 일을 쪼개서 생각해 본다. 그리고 하나씩 하나씩 해본다. 샤워하기 하나에 이 많은 일들이 포함되어 있고, 많은 움직임들이 포함되어 있다.
몸을 일으켜서 욕실로 걸어가기
갈아입을 옷을 챙기기
옷을 벗고, 욕실에 들어가기
샤워기에 물을 켜기
샴푸를 펌핑해서 머리를 감기
몸을 씻고, 헹구어내고
욕실 바닥의 물기를 정리하기
머리와 몸에 물기를 닦기
옷 갈아입기
머리를 말리기
"샤워를 하다니, 나를 잘 아끼고 돌봐주고 있네, 너무 잘했어!"
샤워를 마치고, 칭찬일기 하나를 적고, 소리 내어 말해준다.
"아니, 샤워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야?" 하는 자기 비난의 말을 하려다가 다시금 나에게 친절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 샤워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야." 그래도 했잖아, 해내었잖아. 일상적인 것들이 힘들어졌을 때, 다른 무엇보다 그 일상을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히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샤워를 한 내가 너무 자랑스럽다. 병증이 생기기 전 얼마 전까지 나에게, 혹은 현재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일상적인 일이 나에게는 힘이 든다. 어린아이 같다고 생각해야겠다. 너무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너무 많은 것들을 감당하고, 너무 많은 것들에 압도당하고 지금도 여전히 막막하지만. 무너진 일상을 복구하는 일은 너무 소중한 것이니까. 잘 씻고, 잘 먹고, 잘 자고.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나에게는 충분히 칭찬받을만한 일이다. 오늘의 하루를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샤워라는 큰 일을 하나 해내었으니.
그래, 나는 다리가 부러진 상태야
우울증은 외면적으로 보이지가 않아서, 돌보아주어야 병으로 보이기 어렵다는 것이 큰 어려움 인 듯하다. 다리가 부러진 사람을 도와주고, 나을 때까지 격려해 주고, 먹여 주고, 씻겨 주고, 배려해 주는데,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병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병이기에 왜 이렇게 무기력한 지, 평소에 일상적으로 하던 것들을 왜 하지 못하는지, 작은 시도 하나조차 힘들어하는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의 것들이다. 그래서 차라리 수술이 가능한 외과적인 부분이면 좋겠다 싶기도 하다. 한 번에 도려낼 수 있고, 겉으로 티가 나니까. 지금의 더딤과 멈춘 것 같은 일상을 공감받기가 어렵다. 사실 나 스스로도 나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정죄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때 이 말을 되뇌어주려고 한다. "그래, 나는 다리가 부러진 상태야." 돌보아주어야지. 다리가 부러진 사람이 이런 것도 하네, 잘하고 있네!
우울증에 걸리면 일상적인 자기 돌봄이 힘이 든다. 먹는 것, 씻는 것, 청소하는 것, 외출을 하고, 운동을 하는 것, 인간관계를 맺는 것, 하나하나가 평소의 나 이상의 에너지와 의지가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를 했고, 아침으로 삶은 계란 하나를 먹었고, 양치도 꼼꼼하게 해주려 한다. 가장 평범한 일상을 다시 세우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기억하면서 실천을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