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 메이트에게

우울증을 겪고 있는 나의 모든 친구들에게.

by 일단


함께라는 것, 혼자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우울증상을 경험하면서, 그리고 사회적인 위축감으로 인간관계에서 숨어버리면서, 내가 비정상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만 이런 일을 겪고 있는 것 같고, 나만 사회에 나가지 못하고 이렇게 숨어 있는 것 같고,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생기 있게, 활력 있게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데 나만 이렇게 멈춰서 있는 것이라고 자책하는 마음이 컸다. 밝고 건강하게 살아내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과 나를 케어해 주는 가족들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나의 이런 상태를 가족들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것 같을 때 속상하고 갑갑했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나에게 영향받고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말을 하지 않고 속으로 쌓아놓고는 했다. 주변에 나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거나, 극복하며 함께 마음을 나누고 다뤄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좋겠다 싶기도 했다. 우울증적 사고에 갇혀서 외롭고, 쉽게 이런 내 마음이나 상태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우울증을 극복했거나, 극복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보려고 유튜브나 브런치, 또 다른 커뮤니티를 계속해서 들여다보았던 것 같다. 우울증을 극복한 노하우를 듣고 싶기도 했지만, "공감"받고 싶기도 했다. 이런 아픔과 힘듦을 나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이지 않는 연대 속에서 지지하고 지지받고 싶었다.


그리고 알았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과 또 다른 마음의 병으로 힘들고,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러면서 위안이 되기도 했고, 위안이 되어주고 싶기도 했다. 혼자서 숨어서 겪고 있는 문제 같지만, 그렇지 만은 않다고. 쉽게 공감하고 인정하고 이해받을 수 없겠지만, 삶으로 공감하며 함께 겪어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나를 치료해 주는 전문가의 존재는 힘이 되지만, 때로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이 사람은 나의 힘듦의 깊이를 공감할 수 있나?" 하지만, 동병상련할 수 있는 사람들의 존재는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존재적 공감과 위로"가 되어주는 것 같다. 갑자기 찾아온 마음의 위기 속에서 당황하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를 들어서기 전 두려워하기도 하고, 머뭇거리고, 약을 먹어도 될까, 괜찮을까 나을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도 용기를 내고, 그 모든 것이 우리의 한 모습이니까.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오픈해서 세상에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이 과정도 또한 치유의 과정이라고 믿는다. 나처럼 삶의 공백 속에서 방황을 하고 있건, 직장생활을 하고 있건, 학업을 하고 있건 멈추고 있건 투병은 힘든 과정이다. 우울증으로 진단을 받건 그렇지 않건, 심적인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모두를 다독여주고 싶었다. 수치감은 낮은 자기 가치감을 부른다. 그런데 자신의 약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그대로 수용받고 존중받을 수 있을 때 회복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그러한 시작의 선물을 나에게, 이 글을 읽고 있을 나의 우울 메이트에게 주고 싶다. 그래서 그 모든 글들과 콘텐츠들이 소중하다. 어떤 마음으로 자신을 개방하고 열기 시작했을지 그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치유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하기

우울증과 관련된 글을 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관련 글을 쓰고 있고, 특별한 글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고 있는 오렌지나무님의 <우울의 바다에 구명보트 띄우는 법 :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이와 그 가족들을 위한 실천 매뉴얼>을 읽으면서였다. 작가님이 20년 간 겪은 우울증에서 벗어나기로 결심을 하고 시작한 것이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방법들을 시도해 보고 효과가 있으면 정리해서 올리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글을 읽어주고 사람들의 존재로 인해 무기력에 포기하지 않고 우울증과의 투쟁을 이어가실 수 있었다고 한다. 살아내면서 경험한 실천 매뉴얼이자 자신의 투병기를 솔직하고 담담히 털어놓으신 작가님의 글 속에서는 나를 향한 따뜻한 위로가 있었고, 치열한 투병 과정이 있었고, 순간순간의 진심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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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속 문장 하나하나엔 고통에 발버둥 치는 내가, 살아남으려 애쓰는 내가, 필사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내가 또렷하게 남아있어요.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찾아갔던 장소들, 새롭게 시도해 봤던 일들, 그 순간 느꼈던 해방감, 잠시나마 살고 싶게 만들어 주었던 충만함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실패와 좌절의 순간들..., 이 모든 것들이 그 안에 담겨 있었죠. 그 기록들을 찬찬히 읽어 가다 알게 되었어요."

<우울의 바다에 구명보트 띄우는 법 :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이와 그 가족들을 위한 실천 매뉴얼> 내용 중


내가 우울 메이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러했듯이, 또 다른 누군가는 나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정보를 얻기도 하고, 때로는 외로운 순간 혼자가 아니라는 연대감으로 오늘의 하루를 견디어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단한 글이 아니어도, 전문가의 솔루션이 아니어도, 하루를 견디고, 애쓰고, 기록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하나의 진심과 노력은 그 자체만으로 가치 있으니까. 나도 그렇게 나의 우울 메이트들의 글을 읽고, 콘텐츠를 찾아보면서 살며시 좋아요를 누른다.


우울해도 사랑스러울 수 있다
스크린샷 2024-10-13 오후 10.23.23.png 서늘한여름밤의 아무 마음, <무기력과 함께 살아가는 마음(번아웃, 우울증, 심리상담, 퇴사, 시간낭비)>

우울함이란, 어둡고, 가라앉고, 부정적인 것이고, 무기력이란 해치워야 하는 짐이자 숙제 같은 것이라 여겼다. 정신과적 질환은 무겁고 피하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서늘한여름밤님의 콘텐츠를 보면서 우울과 무기력이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삶에 있어서 무기력이 하는 역할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무기력한 자신을 자책하지 않는 것. 무기력 퇴치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해!!라고 외치던 내면의 소리에 새로운 관점을 주었다. 서늘한여름밤님의 콘텐츠를 보면, 본인에게는 힘든 어려움들이 많이 있으셨겠지만, 우울하지만 밝고, 우울하지만 귀엽고, 우울하지만 사랑스러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래, 여러분, 너무 그렇게 미워하지 말고, 편안하게 여겨주세요. 우울해도 사랑스러울 수 있으니. 우울증으로 인해 무거운 일상을 보내던 나에게 산뜻함을 주는 컨텐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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