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

항우울제, 항불안제 복용 이틀 째

by 일단
기분이 가라 앉지 않은 하루의 시작


전날 밤, 메인 약(취침 전)을 먹고 잠이 들었다. 예전에 먹었던 약처럼 복용하고 얼마 안 있어 off 버튼을 누른 것처럼 갑자기 픽- 잠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약을 먹기 전이랑 수면 시간은 비슷했다. 2~3시간 정도 잠이 들다 새벽에 일찍 깼고, 자가 깨다를 반복하는 가수면 상태로 아침까지 기다렸다. 그런데, 희한했다. 기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아침만 되면, 까무룩 일어나기가 싫었고,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두려웠는데, 그런 마음이 자체가 들지 않고, 기분이 좋았다. 아니, 하루 만에 기분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고? 고작 1.5개의 알약에 내 기분이 이렇게 나아질 수 있다고? 의사 선생님이 약을 먹고 기분이 좋을 것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는데, 아마도 내 기분이 많이 다운되어 있어서 그만큼 올라가서 그런 것 같다. 기분이 가라앉지 않은 대신, 몽롱하다. 머리 앞부분이 살짝 딩-하고 멍- 한 느낌이 편안하지 않다. 또렷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졸린 것 같은 몽롱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야하는 것이 곤혹스럽다.


약을 먹기 전에는 잠을 잘 자지 못해서 각성된 상태로 멍하고 가라앉고 부정적인 생각에 함몰되었었다면, 약을 먹고 나서는 아무리 부정적인 생각을 해도 기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만 치고 들어오오는데, 방패가 그 사이에 딱 가로막고 마치 누군가 기분을 끌어올려주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엄-청 행복하고 기분이 좋은 것이라기 보다(전날까지 워낙 깊은 땅굴을 파고 들어갔으니 그에 비해서는 기분이 좋다고 여겨진다.) 가라앉지 않도록 붙잡고 있는 느낌에 가깝다. 우주 끝까지 올라가보자~ 이런 느낌보다는 바닥 저 아래까지 내려가지 못하도록 멱살을 잡아주고 있는 것 같다. 살짝 몽롱한 가운데서 자전거도 한 시간 타고 왔고, 아침, 점심, 저녁을 챙겨먹고, 칭찬일기까지 쓰고 9시쯤 약을 먹었다. 약 먹는 시간을 최대한 맞춰서 해보려고 한다.


c3de7fbc-1f87-4f5c-9f36-1daab129fea8.jpg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

그리고 약을 복용하고 난 둘째날, 잠을 잠대로 자지 못하고, 몽롱한 기운과 기분에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있었다.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정말 아무것도 먹지 않고 침대에서 눈을 감고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하루종일을 보냈다. 저녁을 꼭 챙겨먹으라고 걱정스레 엄마가 전화를 해주셨다. 약이 맞지 않는 걸까? 약이 적응기 인걸까? 잠은 푹 자면서도 다음 날 정신을 또렷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약 같은 것은 없는 것일까? 기분이 가라앉지 않지만, 정신은 몽롱하고, 책을 읽거나 고차원적인 무언가를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심신안정을 시켜주어서 그런가 짜증이 덜 난다. 몸과 정신 자체가 나른해져있으니까. 나는 몇 년전 쓰러진 이후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신경을 쓰면 심장 쪽이 조여오는 증상이 있는데, 이런 약을 먹고 나면 그 부분도 잡아주는지 심장 통증이 덜하다.


두번째 날까지 약 복용 후기는,

- 잠을 잘 자지 못한다.

- 하루종일 몽롱하다.

- 기분은 가라앉지 않는다. (그 어떤 부정적인 생각에도 평정 유지)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약 기운에 컨디션이 몽롱하지만 기분은 괜찮다. 기분만 괜찮다!!

약을 일주일 치를 주시고 경과를 보자고 하셨으니 한주 약을 먹어보고 선생님께 말씀을 드려봐야지.


매거진의 이전글엄마, 저 병원에 가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