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향

by 연지

너는 떠났지만

너를 말하던 공간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한 문장이 끝난 뒤에도

마침표 옆에 머무는 쉼처럼,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들이 있다.


문득 고개를 돌리면

네가 앉던 자리가 선명하다.

의자에 남은 체온이 아니라,

그 자리를 비우던 너의 방식이.


말은 잊었는데

그 말의 끝에서 흘러나온 감정은

아직 가슴 어딘가에 눌어붙어 있다.

마치 오래 쓴 컵에 스며든 향처럼.


우리는 모든 것을 잊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잊지 않은 것을 조심스럽게 피해 걷는다.

잔향은 남은 것이 아니라,

사라진 것을 기억하는 방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