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윤의 해금이야기
해금의 쓰임_조화를 이루어내는 악기
해금은 약방의 감초처럼 안 끼는 곳은 없는 악기다. 해금은 관악합주에도, 현악합주에도 구성된다. 해금은 엄연히 현악기지만 관악합주에 편성된다는 것이 좀 이상하지 않은가?
대학 입시나 콩쿨에도 관악·현악부를 나누어 진행하곤 하는데 위의 이유 때문에 관악부에 대금·피리와 더불어 해금이 포함되어 있어 혼돈을 일으키기도 한다. 가뜩이나 초조할 응시자들이 원서를 잘못 쓰는 경우도 있다. (내 제자의 이야기다!)
학부시절 매년 열리는 정기연주회 외에도 관악발표회·현악발표회가 격년으로 열렸다. 이때 해금전공자는 매년 관악발표와 현악발표 모두 투입되어 분주하고 바쁜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런 학교연주회는 보통 3,4,5월 가운데 한다. 꽃피는 화사한 봄날이 제격인 것이다. 이러한 연간 스케쥴 덕분에 미팅이나 소개팅과 같은 건전한(!) 교류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존재감이 있는 듯 없는 듯, 모든 자리에서 조화를 이끌어내는 해금. 악기적, 장르적, 지역적으로 나누어 그 쓰임새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현악기인 해금은 관악합주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해금은 대금과 피리의 숨 쉬는 자리의 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나는 용과 같은 대금 소리와 달리는 호랑이 같은 피리 소리의 경합을 음향적으로도 잘 조율한다. 현악합주에서는 가야금, 거문고, 양금과 같이 튕기고 여음을 남긴 후 사라지는 발현악기 사이에서 점과 점 사이를 연결하며 선율을 죽죽 이어간다.
정악이라 불리는 민간의 풍류음악과 궁중의 연례악·제례악에 모두 포함된다. 민속악 분야에서는 ‘삼현육각(三絃六角)'이라 하여 2인의 피리와 대금·해금·장구·북으로 연주되는 ’대풍류‘라는 레퍼토리에도 구성된다. 대풍류는 민간의 굿이나 승무와 같은 무용 반주 음악으로 쓰인다.
해금은 종종 아쟁과 혼돈을 일으키기도 한다. 해금보다 더 낮은 음역으로 굵직한 음색을 내는 악기가 아쟁이다. 가야금 비슷하게 생겨서 활로 연주한다. 모양새는 전혀 다르지만 활로 마찰을 일으키는 찰현 악기라는 점에서 해금과 같다. 남도지방의 민속음악 안에서 ‘아쟁’이 활약하고, 서울·경기지방의 음악 안에서는 해금이 활약한다. 경기민요의 반주 음악 안에서, 경기 굿판에서 다양한 가락을 생성하며 자라난 악기가 해금이다. 밝고 섬세한 서울·경기지방의 음악과 해금이란 악기의 특성이 조화를 이룬 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