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씨는 다 이뤘다고 하신다.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by 글짓는 날때

"오잇~! 시스터~ 어쩐 일이야?"


"엄마가 오빠한테 전화해 보라던데. 무슨 일 있는 것 같다고"


"아~! 시스터, 시스터의 꿈은 뭐였어?"


"꿈? 애들 잘 크는 거?"


"아니, 그전에 그냥 시스터의 꿈이 뭐였냐고?"


"갱년기야? 좀 이르지 않아? 뭔 일 있어?"


"그냥 궁금해서. 권여사님한테 한번 물어봤지. 엄마의 꿈은 뭐였냐고"


"깔깔깔. 우리 오순씨 놀랄만했네. 그래서 뭐라셔?"






영화 '야구소녀'를 보았습니다.

야구소녀의 꿈이 이루어지는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단지 저에겐 주인공이 야구소녀가 아니고 소녀의 어머니입니다.




영화의 주인공 야구소녀 수인은 꿈이 있고 희망이 있습니다.

재능도 있죠. 자신감도 있고요. 그러나 현실은 조금 어렵네요.


'네가 여자여서가 아니라 프로에서 통할 실력이 아니라고'

극 중 코치의 말입니다.

그리고 소녀의 엄마 역시 소녀의 노력이 그저 안타깝습니다.


#00_내가-말했지.png 영화 '야구소녀'에서 포기하라는 수인의 엄마(염혜란 배우)와 수인(이주영 배우)의 대화 中


엄마는 딸에게 말합니다. 포기하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아마도 꿈은 여러 방향이고 굳이 힘들게 한 방향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겠죠.


그럼에도 수인은 얘기합니다.

'이게 내가 진짜 잘하는 거면? 포기하는 게 너무 억울하잖아'


네, 수인이는 야구를 잘합니다. 그리고 더 잘하는 게 있습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꿈을 관철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걸 잘하는 소녀.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 그러기 위해 그 꿈을 지키고 싶은 마음.

여기까진 그래도 좋았습니다.

야구소녀를 응원했죠.


자신이 잘하는 것도 못하게 하는 엄마가 조금 미웠을지도 모릅니다.

엄마도 꿈이 있으면 나에게 이렇게 까지 말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겠죠.


#00_나는뭐.png 영화 '야구소녀'에서 엄마 이전에 꿈이 있었을 엄마(염혜란 배우)의 말


엄마가 하고 싶은 게 뭐가 있어. 되고 싶은 게 뭐가 있냐고!

"난 뭐 처음부터 네 엄마였는지 아니?'

이 한 줄의 대사였습니다.




푹익은 김치로 빚은 만두. 최고로 좋아하는 엄마의 손맛.

맛있게 먹다 물어봤습니다.


"우리 권여사님은 꿈이 뭐였을까?"


"왜? 민두가 이상해?"


"아니, 그냥 궁금해서. 엄마의 꿈은 뭐였을까"


"만두가 많이 이상해?"





먼 친적집에서 식모살이할 때, 벗어나고 싶었지.

그러다 니 아빠 만났다. 니 아빠도 벗어나고 싶데

그래서 결혼했어. 살만하다 싶었지.

그런데 환장하겠는 게 니 아빠가 그 집 식구들을 놓질 못해.

그렇게 시달렸는데 무슨 청승인가 싶더라

그리고 니들이 생겼어. 니들만 보고 살자, 그랬지.

그런데 이 집 시집살이가 너무 힘든 거야.

그 양반들이 너무 미웠어.


너 결혼하고 며느리 생기면 잘해주고 싶더라.

옷도 해주고 패물도 사주고 싶어서 돈도 모았어.

근데 모르겠더라.

배운 게 시집살이고 사랑도 내리사랑이라는데.

딸처럼 생각하라는데 내 딸한텐 잘했나 생각도 들고

너무 정 없이 키웠어. 그게 미안해.

저놈이 날 보고 일부러 결혼 안 하나 생각도 들고

말끝마다 남의 집 귀한 자식 대려다 왜 고생시키냐는 말 들으면

한편 이해도 돼.

너도 알 거야. 가끔 내 새끼 맞나 싶게 정 떨어질 때 있어.

내 새끼 귀하면 남의 새끼도 귀할 텐데.

아무리 내 새끼래도 어떤 여자가 저놈 좋아할까 싶기도 해.

정 없이 키워서 그래.

그래도 니 아빠 미워하지 마. 고생했어. 착한 사람이야.

정 없이 키웠어도 소홀하게 키운 적 없다.


그런데 만두가 많이 이상해?




- 아니... 엄마 꿈이 뭐였냐고?

"뭔지 모르겠는데 다 이룬 거 같다"


- 하고 싶은 건?

"시어머니 노릇?"


- 쫌!

"모르겠는데. 아직도 마음에 걸려. 먹고 싶은 거 못 사주고 혼낸 거.

만두 괜찮은데. 별로야?"


-응, 좀 별로네.

"오라질 놈. 그나저나 겨울 덕유산이 그렇게 좋다던데"




#00_다-너한테-뒤집어.png



수인이는 야구를 잘합니다.

엄마도 잘하는 게 있습니다.

자식한테 미안한 거. 그것만 잘합니다.

덕유산이 좋다 하니. 그거라도 잘해야겠습니다.


아! 이 이야기는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info.

영화_ 「야구소녀」 2020년


epil.

야구소녀는 꿈을 이룹니다.

기억에 남는 건 온통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감독의 의도를 정말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괜히 보았고 만두도 괜히 먹었습니다.

속에 얹혀 아직도 꺾꺾댑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가볍고 하찮은 소중한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