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Bohemian Rhapsody

카인의 표식을 받는 순간을 노래하다. ㅡ Queen

by 설기

Queen 보헤미안 랩소디


퀸에 관한 영화가 세상을 뒤흔들기 전까지, 적어도 한국에서 그들은 그저 ‘유명한 록 밴드’ 중 하나였다. 나는 이전부터 그들을 대단하다 여겼었다. 특히 “Bohemian Rhapsody”를 들을 때면, 이 곡이 오페라와 뮤지컬의 경계 어딘가에서 단순한 선율 그 이상의 철학과 거대한 서사를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내 생애 직관한 수준 있는 오페라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본 푸치니의 《라 보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공교롭게도 주연만 한국인이었는데, 그는 작품 속 예술가의 고뇌를 넘어 이방인으로서의 깊은 고독처럼 다가와 내게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었다. 프레디 머큐리도 잔지바르(아프리카 동부 해안에 있는 섬)에서 태어나 인도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었다. 당시 보수적인 영국 사회와 록 음악계에서도 그를 이방인으로 대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보헤미안' 자체가 체코의 지명이기도 하지만, 사회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예술가를 뜻함과 동시에 '떠돌이'라는 이방인적 속성을 내포하고 있었기에 “Bohemian Rhapsody”를 들을 때마다 그날의 《라 보엠》이, 그 이방인의 고독이 공명하고 있음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훗날 검색을 통해 프레디 머큐리가 애정한 오페라가《라 보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소름이 돋아서 나는 잠시 닭이 될 수 있었다.



이 곡의 시작부터 끝을 지배하는 반복적인 피아노 멜로디를 떠올려본다. 비록 전형적인 저음은 아닐지라도, 전반을 관통하는 그 선율은 내게 [데미안]을 쓰며 마주했던 ‘파사칼리아(Passacaglia)’를 소환한다. 파사칼리아는, 이 곡에서도 한 인간의 운명을 지배하는 리듬으로 흐른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곳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자아의 발자국 소리이자, 끝없이 되풀이되는 리듬처럼 들린다.



이 글은 오직 나의 감각에 관한 기록이다. 세상이 “Bohemian Rhapsody”를 프레디의 성적 정체성 고백으로 읽든, 진실이 무엇이든 본질은 같다. 과거의 나를 죽이고 새로운 나를 인정해야 하는, 처절한 탈피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튼튼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어머니가 죽어야 해요."

얼마 전에 읽은 [푸른 꽃]에서 인상적이었던 문장이다.


그리고 지금 막 프레디 머큐리도 누군가를 죽였다고

엄마에게 고백하고 있다.



“Mama, just killed a man

/ Put a gun against his head,

pulled my trigger, now he's dead"


(엄마, 방금 사람을 죽였어요.

그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어요, 이제 그는 죽었어요.)는 문자 그대로의 살인이 아니라, 상징적 자아의 살인으로 추측해 본다. Mama라 부르는 엄마는 단순한 인물이 아니라 보호, 도덕, 안전한 세계, 유년기의 질서를 상징하고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별선언과 같다.



특히 카인의 표식을 받아들이는 장면은 이 ‘살인’의 결정적 순간과 맞닿는다. 카인의 표식은 세상이 내린 저주가 아니라, 선택받은 자의 표지다. 싱클레어도 이 표식을 받아들이는 순간, 그는 더 이상 ‘빛의 세계’에 속하지 않는 아웃사이더가 된다. 학교생활 속에서 느껴지는 고독, 익숙했던 모든 것이 거리감을 두고 멀어지는 지독한 고립감. 카인의 표식을 받은 자는 세상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듯하지만 동시에 더 깊은 자유를 얻는 고독을 맛본다.



이 시기는 싱클레어가 젊은이로서 선택할 수 있는 가벼운 유혹에 넘어가 보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훅" 들어와 아프게 하는 그 느낌 “Nobody loves me”자아가 재탄생하기 위한 필수적인 통과의례였다. 이 고독 없이 새로운 자아는 태어나지 않는다.



퀸의 “Bohemian Rhapsody”를 듣다가 문득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떠올랐다. 이 노래가 에밀 싱클레어의 독백처럼 들린다는 생각이 스쳤다.


싱클레어의 어린 시절은 ‘빛의 세계’와 ‘어둠의 세계’로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다. 빛의 세계는 부모가 지키는 도덕적 질서와 안전한 안온함이었고, 어둠의 세계는 욕망과 야만, 혼돈이 스며드는 금지된 영역이었다. 그는 처음엔 외부의 규범을 유일한 현실로 믿으며 살았으나, 크로머와의 만남으로 그 견고했던 빛의 세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Is this the real life?

Is this just fantasy?”

(이것이 실제 삶인가요, 아니면 그저 환상인가요? )이 질문은 곧바로 싱클레어의 혼란을 건드린다. 크로머의 협박에 굴복해 범죄 같은 일을 저지르는 순간, 어린 그에게는 자신을 죽이는 것과 다름없는 고통이었다. 악몽에 시달리고 몸이 아팠던 것은 당연했다. 프레디 머큐리가 “I don’t wanna die”라고 절규하는 그 순간의 아픔을, 싱클레어도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이를 ‘내면의 어둠이 깨어났다’고 말한다. 그러나 더 정확한 표현은 ‘빛에서 나왔다’ 일 것이다. 따스하고 안전했으나 결국 나를 가두고 있던, ‘빛’이라는 이름의 감옥을 부수고 나온 것이다.


그렇게 감옥을 나온 자리에는, 예상치 못한 더 광막하고 거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개인이 쌓아 올린 안온한 질서를 넘어, 세상이 정해 놓은 거대한 인식의 벽이 그를 다시 압도하기 시작했다.



“Caught in a landslide,

no escape from reality”

(산사태에 갇힌 것처럼, 현실로부터 도망칠 곳이 없네요). 이 가사는 그 결정적인 전환을 압축한다. 내면의 균열이 일단 시작되면 과거의 환상과 스스로 구축한 세계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현실은 산사태처럼 거세게 밀려들어, 오랜 세월 쌓아 올린 빛의 감옥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집어삼킨다. 도망칠 여지는 없다. 오직 직시와 직면, 혹은 파멸뿐이다.



외부의 규범과 이미지에 매달려 내면을 억압하는 다수의 삶은 안전하지만 공허하다. 반대로, 금지된 욕망과 어두운 꿈, 혼돈스러운 충동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자만이 비로소 진정한 현실과 마주할 수 있다. 프레디 머큐리의 화자가 겪는 혼란과 죄책감, 도피할 수 없는 절박함은 바로 이 지점과 정확히 겹쳐진다.



“Gotta leave you all behind

and face the truth”

(당신들 모두를 뒤로하고 진실을 마주해야 해요). 이 선언은 [데미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헤세는 말한다.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는 것. 그것이 모든 사람의 참된 천직이다. … 모든 것은 자기 자신을 찾고, 자기만의 길을 더듬어 나아가는 것뿐이다.”



"Bismillah(비스밀라)"

"Beelzebub(바알세불)"


곡의 중반, 혼란스러운 오페라 섹션에서 터져 나오는 “Bismillah”는 단순한 종교적 외침이 아니다. “자비롭고 자애로운 신의 이름으로”라는 아랍어 고백은, 타인이 보기엔 빛의 세계를 배신한 죄인이지만, 스스로에게는 이 선택이 신의 이름 아래 정당하다고 외치는 것 같다.


그 투쟁의 반대편에는 “Beelzebub”이 기다린다. 성서 속 악마이자 혼돈의 상징인 바알세불은 본능적으로 강하게 끌리는 금지된 진실을 상징하는 듯하다.


결국 프레디가 외치는 이 혼란스러운 이름들은 그 둘 모두를 품은 아브락사스로 다가온다.


"Bohemian Rhapsody"는 한 인간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혼란, 죄책감, 도피, 그리고 체념을 오페라처럼 펼쳐 보이는 곡이었다.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어린 시절의 ‘빛의 세계’를 깨고, 내면의 어둠과 빛을 모두 품은 아브락사스를 향해 나아가는 자아실현의 여정이었다.



두 작품은 결국 비슷한 메시지를 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부의 환상 속에서 비현실적인 삶을 살지만, 진정으로 깨어 있는 사람은 내면의 세계를 직시하고, 옛 자아를 파괴하며,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자기만의 길을 걷는다. 그 과정은 죄책감과 공포, 혼란으로 가득 차 있지만, 바로 그 때문에 의미가 있다.



헤세가 쓴 [데미안]의 프롤로그를 상기시켜 본다

나의 이야기는 유쾌하지도, 조화롭지도 않다. 무의미와 혼란, 착란과 꿈의 맛이 난다. 이제 더는 자신을 기만하지 않겠다는 모든 사람 들어 삶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은 모호하게, 어떤 사람은 보다 투명하게, 누구나 그 나름대로 힘껏 노력한다. "



"오페라 하우스에서 본 그 한국인 성악가도, 퀸의 프레디 머큐리도, 그리고 싱클레어도 각자의 고난과 외로움을 통과하며 자기만의 길을 걷고 있었을 것이다. 헤세의 말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라면, 그 여정 위에서 마주하는 운명은—어쨌든, 바람이 부는 대로(Anyway the wind blows) 이어질 것이다."



며칠 동안은 하루 종일

"Bohemian Rhapsody"를 들었다.



[Intro: Acappella]


Is this the real life? Is this just fantasy? 이것이 실제 삶인가요, 아니면 그저 환상인가요?

Caught in a landslide, no escape from reality 산사태에 갇힌 것처럼, 현실로부터 도망칠 곳이 없네요

Open your eyes, look up to the skies and see 눈을 뜨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봐요

I'm just a poor boy, I need no sympathy 난 그저 가난한 소년일 뿐, 동정은 필요 없어요

Because I'm easy come, easy go, little high, little low 난 쉽게 오고 쉽게 가니까요,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있죠

Anyway the wind blows doesn't really matter to me, to me 바람이 어디로 불든, 내게는 정말 상관없어요


[Ballad Section]


Mama, just killed a man 엄마, 방금 사람을 죽였어요

Put a gun against his head, pulled my trigger, now he's dead 그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어요, 이제 그는 죽었어요

Mama, life had just begun 엄마, 내 삶은 이제 막 시작됐는데

But now I've gone and thrown it all away 이제 내가 가서 모든 걸 내던져 버렸네요

Mama, ooh, didn't mean to make you cry 엄마, 당신을 울리려던 건 아니었어요

If I'm not back again this time tomorrow 내일 이 시간까지 내가 돌아오지 않아도

Carry on, carry on as if nothing really matters 살아가세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속 살아가세요

Too late, my time has come 너무 늦었어요, 내 차례가 왔네요

Sends shivers down my spine, body's aching all the time 등골이 오싹하고, 온몸이 계속 아파와요

Goodbye, everybody, I've got to go 모두 안녕히, 난 이제 가야 해요

Gotta leave you all behind and face the truth 당신들 모두를 뒤로하고 진실을 마주해야 해요

Mama, ooh (Anyway the wind blows) 엄마 (바람이 어디로 불든)

I don't wanna die, I sometimes wish I'd never been born at all 죽고 싶지 않아요, 가끔은 아예 태어나지 않았기를 바라기도 해요



[Opera Section]


I see a little silhouetto of a man 한 남자의 작은 실루엣이 보이네요

Scaramouche, Scaramouche, will you do the Fandango? 스카라무슈, 스카라무슈, 판당고 춤을 추겠나?

Thunderbolt and lightning, very, very frightening me 천둥과 번개가 나를 너무나도 두렵게 해요

(Galileo) Galileo, (Galileo) Galileo, Galileo Figaro, magnifico (갈릴레오) 갈릴레오 피가로, 위대하도다

I'm just a poor boy, nobody loves me 난 그저 가난한 소년일 뿐,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He's just a poor boy from a poor family 그는 그저 가난한 집안의 가난한 소년일 뿐이야

Spare him his life from this monstrosity 이 비극적인 운명에서 그의 목숨을 구해주오

Easy come, easy go, will you let me go? 쉽게 오고 쉽게 가니, 나를 보내줄 건가요?

Bismillah! No, we will not let you go (Let him go!) 비스밀라(신의 이름으로)! 안 돼, 우린 널 보내주지 않을 거야 (보내줘라!)

Bismillah! We will not let you go (Let him go!) 비스밀라! 우린 널 보내주지 않을 거야 (보내줘라!)

Bismillah! We will not let you go (Let me go!) 비스밀라! 우린 널 보내주지 않을 거야 (나를 보내줘!)

Will not let you go (Let me go!) 널 보내주지 않을 거야 (나를 보내줘!)

Never, never, never, never let me go 절대, 절대, 절대 나를 보내주지 않겠지

No, no, no, no, no, no, no 안 돼, 안 돼...

Oh, mamma mia, mamma mia (Mamma mia, let me go) 오, 마마 미아 (마마 미아, 나를 보내줘요)

Beelzebub has a devil put aside for me, for me, for me! 바알세불(악마)이 나를 위해 악마를 준비해 두었어,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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