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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곰아제 Aug 23. 2022

  시계토끼 윤슬씨.

우리도 그녀들처럼

네가 소개해준 ‘보통날의 기적’을 

들으면서 글을 써.

당신을 만난 것이 보통날의 기적이라는 내용이구나!


이 노래를 듣다가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란 시가 생각났어.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매일 스치듯 지나치는 사람들,

말 한마디 건네는 사람들,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회사 사람들,

그리고 일상을 함께하는 가족들.

매 순간 상대방의 온 일생이 내게 다가오는 거라면

얼마나 무섭고 설렐까?

 

그리고 지금 너와 내가. 

서로에게 어떤 작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 일생이 다가온다는 말을 더

절감하고 있어.


나는 꿈이란 건 ‘무언가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거든,

어릴 적 내 꿈인 ‘여행 컨설턴트’처럼

어떤 직업으로 말이야. 

이 꿈은 내가 노력하지 않았기에

이루어지지 않았지.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꿈이란 녀석이 흐지부지 사라지고 

그냥 사는 대로 살아가게 되었어. 


지금은, 무언가가 되고 싶다에서 

어떤 삶이 살고 싶다로 변하게 되더라.

근데 이 어떤 삶은 그냥 포괄적인 느낌의

행복한 삶이었어.

어떻게 노후의 시간을 행복하게 채워야 할지에 대한

계획은 없이 그냥 생각만 있었어.


며칠 전 네가 너의 인생계획을 

마인드맵으로 그려봤다고 보여줬잖아.

나도 몇 번 마인드맵으로 인생계획을

그린적이 있었지만

네 것을 보는데 나도 이렇게 현실성 있는

계획을 세우고 싶어 졌어.


어제 바인더를 꺼내서 

가운데 이름을 적고

과연 나는,

내가 바라는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했지. 


너도 알다시피 내가 좀 엉뚱하기에 

말도 안 되는 엉뚱한 가지들이 쭉쭉 뻗어나갔어. 

그래도 즐겁더라,

이런 것도 해보고 저런 것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즐거웠어.

해본다는 것이 나에게 행복을 준다는 것을,

나는 배우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란 걸 

다시 한번 느꼈어.

또 잊고 있었지 뭐야. 


그래서 오히려 내 꿈이 없었던 것에 감사해.

만약 내가 ‘나는 무엇이 되어야 한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면 

지금 내가 생각한 일들은 꿈도 못 꿨을 거야.

엉뚱한 가지들이 나를 더 흥분되게 하더라고. 


어쩌면 이 가지가 5년 후, 10년 후의 

나를 엉뚱한 곳에 데려다 놓을 수도 있지만, 

그것도 즐거울 것 같아.  


너의 질문들에 다시 한번, 

엉뚱한 나로 돌아올 수 있었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시계토끼 헤럴드처럼 

엉뚱한 나라로 나를 모험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시계토끼 윤슬씨. 


오늘도 네 덕분에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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