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양손에 짐을 들고 바닥에 고인 물웅덩이를 피해 지나간다 빗물을 피해 다니느라 둘러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첨벙 "
쌍둥이는 온 힘을 다해 고인 물로 뛰어든다 사방으로 튕겨 나가는 물방울 ᆢ 그제까지 잘 피해 다녔던 나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 아이들은 무엇하나 그냥 지나치는 게 없었다 만지고 파헤치고 ᆢ 사물에 대한 호기심은 어른들에 걱정을 무색게 한다 무엇하나 허투루 보는 법이 없다 어른들에 걱정이란 것은 후에 있을 수고 따위를 줄이려는 노력 이겠지만 ᆢ

2017년 1월 어느 날 쌍둥이 4살 때

2021년 9월 어느 날 쌍둥이 초1 첫 자전거 타기 안양천

2021년 9월 추석 전날 수리산에서 밤 까먹으며
빗물이 고인 물웅덩이는 아이들에겐 재미있는 놀이였다
두 번 세 번을 연거푸 뛰어 내딘는다 신발과 옷이 젖어들어가는 줄 잊은 채 물아일체가 되어간다
"아빠 도롱뇽 잡으러 가자"
"아빠 가재 잡으러 가자"
"아빠 매미 잡으러 가자"
수리산 기슭에 자리 잡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다닌 아이들은 흙과 바람 나무와 햇살 들꽃들과 친구 하며 성장한 덕에 자연에 기대 놀 줄 아는 아이가 됐다 제철마다 솟아나는 들풀들과도 놀아줄 줄 안다 토끼풀꽃으로 반지를 만들고 ᆢ
줄기를 자르면 노란색 물이 나오는 들풀을 용케 찾아서 서로에 손톱에 예쁘게 발라줄 줄도 안다
따가운 햇살에 바짝 마른 지렁이가 움직인다 자세히 보니 힘센 개미 여럿이 들어 나르는 중이었다 가는 걸음을 멈추더니 뺑둘러 앉아 까만 머리통만 동동 띠를 둘른 체 응원을 하는 건지, 방해를 하고 싶은 건지, 아이들의 까만 눈동자는 움직임이 없다
덥석 덥석 손바닥 만한 개구리를 두 손으로 잡아 올리는 지완이, 버둥버둥 꼬리힘으로 달아나려 숨어버린 가재 한 마리를 찾아내는 집중력
작은 손에 모여든 수리산 박새를 무서워하지 않는 담대함 토끼풀을 진이 겨 손톱 위에 올려주는 주완이 흙 내음을 싫어하지 않는, 그런 ᆢᆢ
잊고 있던 모든 것이 놀이였다 아스팔트와 자동차와 아파트로 덮어 버린 그곳 여기저기에는 우리의 세심한 관심을 기다리는 놀이가 있었다
편해문 놀이가 밥이다 중에서
"우비에 장화를 신고 물, 불, 바람, 흙 속에서 아이들은 세상과 만나야 한다. 진정한 놀이는 아이들이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있었던 것들과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추위, 더위, 비바람, 집 밖에서 하룻밤 보내기, 밤길 걷기, 비 맞기, 눈구덩이에서 구르기 등등의 것들이 아이들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아하는 놀이다.
나는 안다.
이런 것들 속에
아이들이 가장 만나고 싶고 놀고 싶어 하는
재미와 즐거움과 발견이 가득 숨어 있다는 것을...
이렇게 놀아 본 아이라야 행복을 찾아 나설 힘이 있다는 것을...
초등학교 2학년 아홉 살 쌍둥이는 조금씩 놀이를 잊어 가는 것 같아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 놀이를 놀이답게 놀아본 아이들의 세포 속에 살아있는 DNA가 스스로의 방향성을 일러 주리라 믿어본다 조급해하고 요구하고, 하루 끝내지 못한 받아쓰기와 구구단과 씨름하며 아이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내려놓기 일쑤다 하느님이 아이들에게 주신 영성과 지성이 아이들을 이끌어 주실 것이다
우리는 지켜보고 관심 가져주고 응원할 뿐 ᆢ
미안한 마음, 부족한 마음, 안타까운 마음, 사랑하는 마음, 지금 내 마음속이 이렇다
P52 자존 가들 / 김지수인터뷰집 중에
" 자녀를 잘 키우고 싶으세요 아니면 자녀들이 잘 컸으면 좋겠어요 잘 키우고 싶은 건 엄마 죠 잘 컸으면 싶은 건 주체가 아이예요 사회 전체가 스스로 잘 크는 아이들을 용납 못하니 안타까워요 부모는 아이가 잘 크 도록 도울 뿐입니다 다만 아이의 기질과 재능에 맞추기 위해 예의 주시해야죠 이해해야죠 관찰을 잘하면 기어 다닐 때도 특성이 보여요 나머지는 아이의 자생력을 믿으세요"
"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받는 기억으로 살아요"
자존 가들 / 김지수인터뷰집 이근후선생 편에서
아침밥을 먹고 등교하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쳐다본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기억으로 살아가길 기도한다 사랑한다 ᆢᆢ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