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위한 필수 요소.
https://youtu.be/qr8UL0ey2RY?list=RDqr8UL0ey2RY
2007년 여름.
4년 가까운 시간을 첫 직장에서 보내고, 퇴사를 했다.
인생에서 경험한 첫 실패였다.
당당한 마음으로 사표를 던졌지만, 그 안에서 서서히 밀려드는
검은 빛깔의 두려움이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덮쳐왔다.
그 후로 1년 넘는 시간.
'히끼꼬모리'라 불리는 대인 기피증.
그 안에서 하염없이 허우적거리며,
술과 게임으로 도피를 했던 인생.
선택 앞에서 실패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된 자에게,
그런 시련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임을 절실히 깨달았다.
삶은 유연하고 탄력적이며 변화무쌍하다.
그래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을 조금이라도 알고 싶어서
우린 수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 노력이 크면 클수록,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지기만 한다.
어차피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외부적 요소임에도 말이다.
막상 삶에서 어떤 두려운 일이 벌어지는 빈도는 그리 많지 않다.
다만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안 좋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로 인해, 온몸과 마음이 경직될 뿐.
나에게 찾아온 문제가 잘못 해결된다고 해서
나의 인생이 끝난다거나 회복할 수 없는 지경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나의 과욕이 부른 결과가 아닌 이상 말이다.
어둠으로 가득한 삶 속에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로 마음먹기까지
1년 반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늦은 나이에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인생을 다시 시작했다.
냉난방이 되지 않는 그 허허벌판에서 하루를 겨우 살아가면서,
자연이 주는 고통을 온몸으로 맞았다.
서러움이 폭발했다.
그리고 온통 자괴감으로 가득해서 매일이 지옥과 같았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 편에 드는 생각은 이러했다.
대인기피증에 갇혀서 방 안에 홀로 고립되어 있는 것보다는
100배 낫다고 말이다.
집 안에 장식으로 키우는 선인장을 보면 별다른 감흥이 없으나
사막 한가운데서 만난 선인장은 다르다.
어려움 속에서도 꼿꼿하게 버티는 모습을 보며 받게 되는 위안.
저 줄기를 잘라 조금이라도 목을 축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
생존의 위협 앞에서 인간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한없이 움츠러든 마음속에는 온갖 주름이 가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생존의 절박함 앞에서는 그 주름을 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알게 된다.
'아... 생각보다 별거 없구나... 사는 것 말이야'
주름을 펴니 눈앞의 일이 보였다.
생존이 아닌 나의 일을 더 잘 해내고 싶은 자아실현의 욕망이 눈에 들어왔다.
척박한 땅에 뿌려진 씨앗은 치열하게 뿌리를 뻗게 마련이다.
실패를 마주한 현실에 순응하고 온전히 받아들이면,
사실 그다음의 시작은 훨씬 수월하다.
곱게 자란 삶을 거쳐왔다손 치더라도, 환경이 180도 달라지면
어떻게든 그 무게를 어깨에 지고 또 걸어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걷다 보면 기적이 일어난다.
예전에 없었던 이례적인 사건도 벌어진다.
시골 논두렁 옆에 있던 간이 창고에서부터 시작했던 그 일.
어느새 전문직군을 거쳐 공채 일반직급으로 전환되고
본사에서 전략을 수립하며 기획과 회계까지 두루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성과나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닌,
그 과정에서 얻은 삶의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 같은 가치를 지닌다.
온실 속 화초가 잡초를 거쳐 다시금 자리매김할 때까지,
쉽지 않은 여정을 걸어가면서 느낀 온갖 삶의 의미들.
그러니 지금 실패한 순간이라 여겨진다면, 침묵하고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마음에 새기는 일.
다 잃고 나면 공간이 많아진다. 채울 일만 남았을 뿐.
정리 없이 채우기만 하며 살아온 인생에 텅 빈 공간이 주어졌다.
이때 리모델링 하지 않는다면 언제 할 것인가?
바로 그 순간에 새로운 시작을 할 깜냥이 생긴다.
회피하고 무시하면서 실패를 외면한다면, 또 같은 결과가 찾아온다.
순응하며 담담하게 받고 그 성적표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인생의 시험은 우리 생이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지금은 온 세상이 무너진 것 같지만, 그저 스쳐가는 과정일 뿐.
삶은 계속된다. 내가 살아있는 한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