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알을 깨고

기이한 골동품 상점

by 허아른

딸이 도자기를 대하는 태도는 점점 기이해져갔다. 도자기를 소중하게 껴안은 채로 겉면을 닦다가, 때로는 도자기 겉면에 뺨을 비비기도 했다. 어느 날인가는 딸이 바닥에 앉아 도자기를 껴안고 귀를 도자기 주둥이에 댄 채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양이 그렇게 불길할 수가 없었다.


“상상해보세요. 마치 알을 품고 있는 동물의 모습 같지 않습니까?”


남자의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에 선명한 이미지가 떠올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얗고 커다란 알을 품은 여자아이. 그 알 속에는 수백 년간 쌓인 탯줄이 뱀처럼 똬리를 틀고 우글거린다.

남자는 질려버린 내 표정을 만족스러운 듯한 눈으로 쳐다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러니 그 광경을 직접 마주한 엄마는 얼마나 무서웠겠습니까? 그래도 어머니는 어머니지요.”


엄마는 무서웠지만 걱정이 되기도 하여 슬금슬금 방 안에 들어갔다. 도자기를 품에서 떼어내고 딸을 침대에 눕혀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도자기에 손을 댄 순간, 손이 미끄러졌다. 아니, 마치 도자기가 스르륵 손안에서 빠져나간 듯한, 도망친 듯한…….

놀라서 고개를 들었더니, 눈이 마주쳤다. 경계하는 기색을 담은 딸의 눈과. 그 눈빛은 사람의 것이라기보다 어떤 짐승의 것처럼 느껴졌다. 홍채와 동공이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온통 까만,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눈. 한기가 서린 그 눈이 엄마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엄마는 순간적으로 기겁하여 방에서 도망나왔다. 쿵쿵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부엌으로 가 물을 찾았다. 물병을 들고 컵에 물을 따르려는 순간.


미끌.


물병이 바닥에 떨어졌다. 엄마는 손바닥을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마치 체액 같은,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 상태의 무언가가 묻어 있었다.


“아무래도 그 후로는 방을 들여다보는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들여다보는 행위 자체에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게 되었으니까요. 표현하자면, 하나의 동물로서 천적을 알아본 느낌이랄까…….”


그래도 가끔은 없는 용기를 힘껏 끌어내어 몰래 문틈으로 들여다보았다. 그때마다 역시나 기괴하고 불길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한번은 딸이 도자기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방바닥을 배로 기며 도자기 주변을 뱅뱅 도는 모습도 보았다. 한번은 딸이 도자기의 겉면을 혀로 핥는 모습도 보았다. 착각인지 몰라도 딸의 혀가 길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아주, 길게.


엄마는 점점 공포에 휩싸였다. 환시라고 해도 좋으리라. 그 하얀 도자기가 어쩐지 점점 알처럼 보였다. 불길하고 혐오스러운 무언가를 품은 커다란 알. 그 알에서 곧 무언가가 태어난다. 태어날 것 같았다. 공포가 목을 옥죄었다. 공포가 등을 떠밀었다. 엄마는 결국 행동했다. 알을…….


“도자기를 깨버린 겁니다.”

“그럼 그 도자기는…….”

“뭐 그야, 산산조각이 났지요.”

“그러면 딸은 정신을 차렸습니까?”

“글쎄요, 처음에는 원망스러운 눈으로 엄마를 노려볼 뿐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후에도 방에서 나오지는 않았죠. 기행을 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방 안에서 움츠리고, 꼼짝 않고 있었다는군요.”


딸은 마치 돌이 된 것 같았다. 거의 굳어 있는 것처럼. 밥도 먹지 않고, 화장실에도 가지 않았다. 엄마는 그런 딸의 모습을 두려워하며 엿보다가, 점점…….


“알처럼 보였나 봅니다. 웅크린 딸의 모습이.”

“……!”


엄마는 깨버린 도자기 알보다, 그 딸의 모습이 더욱 무서웠다. 딸의 겉면이 석화되어 부서지고, 그 안에서 뭔가가 태어날 것만 같았다. 뭔가 터무니없는, 뭔가 끔찍한.


“결국 어느 날 밤, 엄마는 쇠망치를 들고 딸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설마 딸을 내리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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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사서 읽으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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