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씨는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아주 이상한 일을 겪었다.
그는 남녀공학 중학교를 나와서 고등학교는 남자학교로 다녔다. 처음에는 남자 학교의 스타일에 잘 적응을 못했다고 한다. 개인차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P씨가 느끼기엔 공학과 남자학교의 분위기가 너무나 달랐다. 정말 특이할 게 하나도 없는 우중충한 분위기라나. 뭐라고 집어 말할 수 없지만 학교 전체에 우중충한 분위기가 흘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공학이니 남학교니 하는 문제보다는 심하게 낡은 학교 건물이 거슬렸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 우중충한 분위기에 한몫을 더하는 것이 밤의 학교 풍경이었다. P씨의 학교에서는 하교 시간이 되면 커튼을 모두 치고 불을 끈다. 저녁에 불을 끄는 건 어느 학교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그 학교의 경우는 좀 심했다. 빛에 절대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듯이 작은 불빛도 놔두지 않았다. 심지어 비상등마저도 검은 천으로 가려버릴 정도였다.
밤중에 학생이나 수상한 사람이 몰래 숨어드는 걸 막기 위한 조치라는 소문도 있지만, 그렇다곤 해도 비상등을 가리는 건 불법이 아닌가 싶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 또래의 남자애들이 그렇다. 하지 말라면 하고 싶고, 숨겨놓은 것이 있으면 찾아내고 싶어진다. 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당연히 그랬다. 물론 P씨가 느끼기에는 그것도 공학과 공학이 아닌 곳의 차이가 아닐까 싶었다고 한다.
그래도 1학기가 중반을 지나고 나자 P씨는 같은 반 남자애들 몇 명과 친해졌다. 그즈음에는 P씨도 학교의 풍토에 어느 정도 적응되었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가 먼저 꺼낸 말인지 몰라도 밤의 학교에 담력 시험을 하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P씨는 내심 꺼려졌지만 한창 허세를 부리고 싶은 나이였던 탓에 나서서 반대하기는 주저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다른 아이들도 누구 하나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호들갑을 떨며 찬성 표현을 할 정도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결국엔 전원 찬성, 전원 참석이라는 결정이 났고 그날 밤 바로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P씨 일행이 학교에 숨어든 것은 저녁 9시였다. 컴컴한 학교에 숨어든 아이들은 스마트폰 불빛에 의지해 탐험을 시작했다. 스마트폰 불빛이라고 해도 너무 밝으면 밖에서 보일지도 모르니, 손전등 모드까지는 아니고 살짝 발밑을 비추는 정도였다. P씨는 거침없이 웃고 떠들면서 걸어가는 아이들 뒤에 살짝 떨어져서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걷고 있었다. 아무래도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건지 이해할 수 없었고, 시야가 어둡다 보니 자꾸 아래로 시선이 가는 걸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래만 보고 걷다 보니 일행의 발이 눈에 계속 들어왔다. 다들 운동화 차림이었다. P씨는 실내화를 신은 자기 발과 다른 아이들의 발에 번갈아 가며 시선을 주었다. P씨는 밤의 학교에 들어오면서 실내화로 갈아 신었지만, 다른 아이들은 흙발로 그대로 들어왔던 것이다. 그 순간, P씨는 이 아이들과 자기가 다르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더 이 바보 같은 모험을 그만두고 집에 가고 싶어졌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거람. 이런 바보 같은 녀석들 때문에... 하고 화가 치밀기까지 했다.
결국 고개를 번쩍 들고 일행에게 뭔가 말하려고 한 그 순간, 이마가 쿵 하고 부딪혔다. 뭔가에.
P씨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다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하지만 뻗어지지 않았다. 분명 저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일행이 보이고 그들과 P씨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뭔가가 가로막고 있었다. 어떤 벽이. 보이지 않는 벽이. 앞으로 걸어보려 했지만 보이지 않는 벽 때문에 앞으로 갈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점점 일행은 멀어져갔다.
"여기 뭔가 있어."
"돌아와!"
"여기 뭔가 벽이 있어!"
하고 소리치며 일행을 불렀지만 그들은 돌아보지 않았다.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면서 점점 멀어져 갈 뿐이었다. 결국 P씨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결국 혼자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침에 등교했을 때 학교에는 아무 이상도 없었다. P씨를 가로막았던 벽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일상이 반복될 뿐이었다. 하지만 P씨는 그 후로는 밤의 학교에 간다는 발상은 결코 할 수 없게 되었다. 워낙에 무서운 경험이었던지라 P씨는 그날의 일을 지금도 모두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같이 간 남학생들이 누구였는지 만큼은 이상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