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on natured May 24. 2024

[Review] 같은 것을 사랑한다는 마음 [공연]

코리안 트럼펫터 앙상블 제8회 정기연주회



여럿이서 만날 때와 둘이서 만날 때 사람을 알아가는 깊이와 폭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아마 모두가 느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관현악 중 지난 번의 현악 사중주, 그리고 트럼펫으로만 구성되었던 이번 공연이 그러했다. 수차례 수년간 클래식 음악을 두드려오며 이제야 악기의 얼굴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고 귀에 익어간다. 따로 또 같이의 신기한 경험이란.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리기 시작하니 반가움도 쌓인다. 공연을 보기 전에는, 그래서 트럼펫 소리에 대한 궁금함과 기대가 가장 큰 감정으로 일었었다. 




코리안 트럼펫터 앙상블


국내 최초 100인조 트럼펫 창단 연주 기록을 가진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금관 앙상블 단체이다. 지난 2013년 창단하여 100트럼펫터앙상블로 시작, 2016년부터는 현재의 코리안 트럼펫터 앙상블로 개칭되었으며, 국내 최대 규모의 트럼펫 앙상블로 자리매김하였다.  



코리안 트럼펫터 앙상블 단원들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순수 아마추어 연주자부터 전문 프로 연주자까지, 전국적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모여 음악으로 모든 현실의 벽을 넘어서면서 서로 화합하며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있는 오케스트라 단체이다. 2014년 국립극장에서의 창단 연주회를 시작으로 7회의 대규모 콘서트홀 정기연주와 총 5회의 지방 공연, 대한민국 국제관악제 앙상블 부문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하였다. 창단 후 10여 년 동안 국내외 정상급 연주자, 유망주들과의 협연, 정통 클래식 음악부터 뮤지컬 음악, 한국 환상곡, 아리랑 변주곡 등 장르를 초월하는 광범위한 오케스트라 음악을 지향하는 연주 기록을 남겨왔다.   




같은 악기를 사랑한다는 것


사랑한다는 대상이 같다는 것은 생각보다 꽤 큰 힘을 지닌다. 같은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덤, 같은 패션, 음악을 좋아하는 커뮤니티가 갖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이런 규모의 악단을 오랜 시간 운영해온다는 것이 보통일이 아님을 조금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겠다.   



트럼펫을 교집합으로 만나 그것도 매우 넓은 연령대, 직업, 심지어 프로부터 아마추어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동호회를 이뤄 꾸준한 정기 연주회를 연다는 건 많은 공과 품이 들어가는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미를 넘어 사랑이라는 완전한 마음이 있었기에 독특한 감동을 주는 트럼펫 앙상블로서 존재해올 수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음악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


공연의 내용, 완벽함의 정도만을 놓고 본다면 프로 연주자들의 무대와는 물론 비교하기 어려울 것이다. 본업과 사는 곳도 가지각색인데다, 연주 역량, 합주 연습량과 빈도에서 많은 차이가 날 테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프로들의 공연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것 딱 하나가 있었다.   



연주 내내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 깔끔한 맺고 끊음, 연주자 사이의 완벽한 합, 고난도의 곡을 소화하는 뛰어난 연주 실력이 아니라도 미소 그 하나로 관객의 마음을 귀를 사로잡는 공연이었다는 점에서 코리안 트럼펫터 앙상블의 공연은 큰 의미가 있었다. 흡인력, 긴장감 또한 인상깊은 공연의 공통점이지만 뭐랄까, 선함을 바탕에 둔 깊은 따스함이 있었다고나 할까. 친한 친구 또는 이웃을 보듯 응원하는 마음으로, 연주자들의 표정과 동기화된 내 표정을 그들도 보았을까 생각하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공연을 보는 동안 교감이 일어났던 건 아닐까 싶었다.    




부여받은 역할을 넘어 소리내는 법


트럼펫은 웅장함이나 화려한 음색을 악곡에서 담당하는 편이라 섬세한 표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첫 문단에서 말했듯 친구 하나를 따로 만나면 그 깊이는 내가 알던 것과 꽤나 다르다. 클래식, 영화 음악, 가곡을 넘나들며 6-70대의 트럼펫이 모여 내는 소리는 보다 부드럽고 세심했다. 소리가 한데 뭉쳐 커지고 흩어져 작아지다, 어느 부분에서는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며 ‘앙상블’다운 조화를 보여주었다. 오케스트라에서는 메인 멜로디를 주로 연주하는 선봉장이었다가 구성원 개개인이 지닌 넓은 스펙트럼의 소리를 들려준 것 같아 트럼펫이라는 악기 자체의 매력까지 전해준, 색다르게 좋은 공연이었다. 

끝으로 그들의 트럼펫 사랑, 음악에 대한 포부를 전한다.



“구성원 대부분이 트럼펫이라는 악기만으로 오케스트라 음악을 표방하기에 많은 한계와 어려움이 있지만 다양한 시도로 항상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는 코리안 트럼펫터 앙상블만의 특별한 사운드를 선사해 드릴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아트인사이트 #artinsight #문화는소통이다 #코리안트럼펫터앙상블 #국립극장 #김동규

작가의 이전글 [Review] 가장 먼저 봄을 맞는 페스티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