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따위는 없는 어른의 농담

by 따뜻한 말 한마디

나는 치와와, 그러니까 나의 개딸이 있다.
어머니와 나 사이에서 대화의 윤활제 역할을 해주는 존재.

작고 귀엽지만, 성깔은 치와와답게 만만치 않다.


덩치도 손바닥만 한 녀석이 성질을 부려봤자 귀엽기만 하다.

하지만 가끔 그 성질이 나와 어머니를 화나게 할 때도 있다.


그날도 그랬다.

목욕을 마친 연탄이는 털을 말리려는 어머니에게 잔뜩 심통을 부렸다.
목욕 싫지, 거기다 드라이기 소음까지.

싫어하는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온 ‘최악의 환경’ 속에서 녀석은 이빨을 살짝 드러내기 시작했다.


오구오구 달래며 어머니가 털을 말려주던 그때, 사건이 터졌다.

연탄이가 어머니 손가락을 물어버린 것이다.
어머니도 순간 욱해서 버럭 외쳤다.

“한 그릇도 안 될 만한 게 어디서 주인을 물어!”


그 순간, 예전에 유튜브로 보던 미국 스탠드업 코미디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어머니가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무대 위에서 사람들 배꼽 잡게 했을 거다.

찰나의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말이 튀어나올 수 있는지, 나도 모르게 감탄했다.


요즘 세상은 말 한마디에도 눈치를 많이 본다.

코미디 프로그램도 여전히 재미있지만, 8~90년대처럼 날것 그대로의 맛은 조금 덜하다.
그래서인지, 그날 어머니의 한마디가 유난히 웃겼다.

오랜만에 ‘검열 없는 어른의 농담’을 들으며,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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