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더 가까워지기
나는 나 자신을 ‘자발적인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한다.
세상과 어울릴 수 없어서가 아니라, 어울리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내면의 손실을 입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부터 군대, 그리고 회사 생활까지, 나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었고 그 안에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만 해도 늘 고민했다.
왜 나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기 어려운가, 왜 함께 있는 시간이 이렇게도 버거운가.
특히 지금의 회사에 입사한 이후로는 그 힘듦이 더 깊어졌고, 이는 내가 겪고 있는 공황장애와 우울증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들이 원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보여야 조직 안에서 받아들여질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는 10년 넘게 내 몸과 마음을 깎아가며 버텨왔다. 공황장애로 수개월의 휴직을 하게 되었고, 심리검사와 매주 이어진 상담을 통해 나는 나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알게 된 사실은 이렇다.
· 내 지능은 평균보다 높으며, 감각과 감정 인지 능력이 예민한 편이다.
· 사소한 일도 쉽게 넘기지 못하고 곱씹는 경향이 있다.
· 어떤 일이든 그 원인을 규명해야 마음이 놓인다.
· 사람의 행동에도 논리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 무논리와 비논리를 싫어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나와 세상은 서로 교차하지 않는 평행선 같다고 느꼈다.
아무리 가까이 가보려 해도 접점이 생기지 않는,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 거리감.
사람들과의 관계에는 늘 투명한 유리벽이 있었다.
가까워지고 싶어도 가까워지지 않는, 애써 다가갈수록 더 멀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게 외로움 속에 학창 시절을 지나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그땐 내심 기대도 있었다.
같은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나도 어울릴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입사 초기엔 동기들과의 관계도 좋았고, 함께 맥주를 마시며 웃고 떠드는 시간은 즐거웠다.
하지만 회사 역시 예외 없는 조직이었다.
조직이 가진 특성에 따라 사람들은 변해갔고, 동기들 사이에도 간격이 생겼다.
누군가는 핵심 인재가 되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자연스레 관계는 소원해졌다.
그 무렵 나는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는 자주 이렇게 말했다.
“왜 그렇게 행동해?”, “왜 조직이 원하는 방식대로 하지 않아?”
나는 조직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에, 내 신념과는 다른 행동도 받아들이며 존재감을 드러내려 애썼다.
결국 탈이 났다.
내 뇌가 “이제는 못 하겠다”라고 뻗어버린 것이다.
고장 난 기계처럼,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그렇게 작년 가을, 나는 이전 조직을 떠나 수개월 간의 휴직에 들어갔다.
휴직 기간 동안 인간관계의 덧없음을 절감했다.
나름 친하다고 여긴 사람들조차 내 안부를 묻지 않았다.
나는 조직 안에서 조용히 잊힌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 시간은 나를 돌이켜보게 만들었다.
나는 왜 늘 조직과 어긋났던 걸까.
왜 나는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걸까.
나는 결국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나는 다수의 사람들과 ‘결’이 맞지 않는 존재라는 것.
일시적인 사건이 아닌, 내 인생 전체의 흐름에서 보면 나는 전형적인 틀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받아들이는 사람일 뿐이다.
나는 혼자일 때 가장 나답다고 느낀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특이해 보일지 몰라도, 그게 나의 본모습이다.
나는 조직의 중심에 있지 않다.
하지만 그 바깥에서 나는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타인에게 맞추기보다, 나를 잃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