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운게 좋아요
조금 있으면 내 서른여덟 번째 생일이다. TMI일 수 있지만, 나는 아직 싱글이다. 마흔을 바라보는 미혼 남자. 요즘 같은 세상엔 흔한 일이겠지만, 나만의 차별점이 있다면—이제는 더 이상 연애나 이성 관계를 맺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가 한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결혼 트렌드와 저출산 문제를 다룬 영상 아래에 누군가 이렇게 적었다.
“직업은 그렇게 적성에 맞춰 고르면서, 왜 적성에 안 맞는 결혼은 해야 하죠?”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무릎을 탁 쳤다.
맞다. 왜 우리는 일은 적성을 따지면서, 연애나 결혼은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걸까?
그 댓글 한 줄이, 그동안 내가 가졌던 고민을 명확하게 정리해 주었다.
나는 인간관계 전반이 적성에 잘 맞지 않는다. 특히 이성관계는 더 그렇다.
물론 나는 성별 갈등의 프레임 속에 있는 사람은 아니다.
이전 글에서 밝혔듯, 나는 스스로를 '자발적인 아웃사이더'라고 부른다.
혼자 있을 때 가장 나답고, 가장 편안하다.
지금까지의 연애를 돌아보면, 왜 내가 연애를 피하려 하는지 명확해진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나를 바꾸려 했다.
물론 그들이 지적한 것들 중에는 고쳐야 할 것도 있었다.
흡연, 식습관, 생활 리듬 같은 것들.
나도 그들의 진심을 몰라서가 아니라, 정말 노력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들을 만나는 일이 점점 즐겁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자꾸만 참고 억눌러야 했고,
그 만남 속에서 나는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
사랑은 분명 아름답고,
나에게 특별한 도파민을 주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게 정말 '사랑'이 맞을까?
내가 데이트 중 느끼는 이 불편함이 당연한 걸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가장 나다운 순간은 언제나 혼자 있을 때였다.
“너무 극단적인 거 아니야?”라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머릿속이 꽤 정리된 기분이다.
나는 혼자가 좋은 사람이다.
물론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다.
그렇지만 혼자 있을 때 얻는 만족감과 회복감이, 그 외로움을 충분히 이긴다.
이 글이 결혼 적령기를 놓친 사람의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그건 제 적성에 안 맞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