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털어놓기 어려워진다는 것
불꽃같던 청춘을 지나, 어느덧 불혹을 앞두고 있다.
해마다 나이를 먹는 느낌은 조금씩 달랐지만, 올해는 유난하다.
어딘가 서글픈 감정이 짙게 남는다.
단순히 늙어간다는 사실 때문은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진짜 내 모습, 속마음을 점점 숨기게 되는 현실이
나를 서글프게 만든다.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연차와 나이가 쌓일수록 내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기 어려워진다.
회사에선 직급이, 사회에선 ‘진중함’과 ‘무게’ 같은 말들이
무언의 기준이 되어 내 입을 막는다.
가까운 나라 일본엔 이런 말이 있다.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
혼네는 속마음, 다테마에는 겉으로 보이는 태도다.
이 말은 일본의 문화적 특징으로 알려져 있지만
13년째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내게는
이 사회도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젠 내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일이
곧 약점을 드러내는 일이 되어버렸다.
지금은 친구 같고 내 편처럼 느껴지는 사람도
언제 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특히 회사에선 더더욱 그렇다.
사내 정치와 인맥이 얽혀 있는 판 위에서
속 깊은 마음은 더 깊이 묻는 것이 나을 때가 많다.
입사 초, 동기들과 나눴던 진심 어린 대화들이
어느새 조심스러운 일이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가끔은 어린 시절의 내가 그립다.
생각을 솔직히 말해도 괜찮았던 시절.
조금 투박하고 모난 말도
그저 어리니까, 미숙하니까 괜찮다며
웃으며 넘어가주던 때. 이제는 그런 자유마저도
나이에 맞게 조율해야 하는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