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회사원으로 살아간다는 것

사생활은 잠시 접어두세요

by 따뜻한 말 한마디

휴직이 끝나가던 올해 1월쯤, 나는 연락처를 싹 정리했다. 더 이상 관계가 유지되지 않는 사람들, 이미 인연이 끊긴 사람들의 번호를 지웠다. 지나치게 두툼했던 연락처 목록은 한결 가벼워졌고, 나 또한 일종의 평온을 느꼈다.


하지만 복직 이후, 카카오톡 추천 친구 목록에는 60명이 넘는 낯익은 이름이 줄지어 나타난다. 유관 부서 인원들이고, 협력업체 직원들이다.


나는 원래 업무 관계자는 이름 앞에 ‘#’ 기호를 붙여 저장한다. 내 사적인 공간인 카카오톡에서, 나도 그들도 서로의 일상에 침범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바람과는 다르게, 이들이 내 카톡 추천 목록에 나타나며 일상의 경계는 흐릿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많은 단체 채팅방.
협력업체, 유관 부서, 심지어 시차가 15시간 넘게 나는 멕시코 법인 직원들과도 단톡방으로 연결돼 있다.
그들이 퇴근하는 시각, 나는 출근 준비를 한다.
그리고 아침부터 내 카카오톡엔, 이미 처리해야 할 업무 지시가 와 있다.

나는 내가 경직된 사고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생각은 이렇다.

업무 관련 요청은 메일이나 문자로 이뤄져야 한다.

내 가족, 친구,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는 카카오톡에, 외부인이 들어오는 걸 원치 않는다.


이 단순한 두 가지 바람조차, 한국에선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일본의 라인은 우리나라의 카카오톡처럼 대중화된 메신저다.
하지만 거기선 라인으로 업무 지시를 하는 것이 ‘멘헤라(Mental harassment)’로 여겨진다고 한다.
보수적인 그 사회에서도, 메신저를 통한 업무 지시는 선을 넘는 일로 보는 것이다. 물론 예외는 어디까지나 존재하겠지만.


그에 비해, 한국의 직장 문화는 너무 많은 걸 요구한다.
내 일상은 점점 협소해지고, 내가 나일 수 있는 공간은 줄어든다.

주말에도 단톡방에 울리는 ‘@OOO’ 멘션에 반사적으로 컴퓨터를 켜고 답을 해야 한다.
그리고 단톡방의 ‘읽음 수’는 무언의 압박이 된다.

이건 어쩌면, 나 혼자만의 피로가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껴본 감정일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 애환을, 이 방식 그대로… 언제까지 짊어지고 가야 할까.

작가의 이전글인생이란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