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밀창고 Jul 05. 2024

방향성

주저리주저리, 의식의 흐름대로..

2023년 10월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이 곳에 살게 된지 벌써 9개월이 되어간다. 

23년 6월에 내가 즐겁게 다니던, 그리고 엄청 사랑하던 회사를 퇴사하고, 미국으로 이민 와서 커리어를 지속하기 위해서 MBA 입시 준비를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부모님과 남편도 신기하다고 했다.) 나는 우리 회사가 너무 좋았다. 이타적인 사람들이 많았고, 신입이었지만 연차에 비해 연봉도 상당히 많이 받았다. 나에게 많은 기회들이 주어졌으며, 평사원이 회사의 오너 분과도 개인적인 친분을 갖게 해준 좋은 회사였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하기 까지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퇴사를 통보하기 한달 전부터 마음이 너무 불안했고, 슬펐고, 괜히 남편에게 예민하게 굴기도 했다.


미국 이민 날짜가 정해지고 나서 본격적으로 mba를 준비했다.

미국에서 일해보는 것은 대학생 때부터 꿈꿔왔던 일이었지만,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래서 MBA를 하면 미국 문화도 익숙해지고, 네트워크도 쌓을 수 있고, 미국 사회에 첫 발을 디디는데 도움이 되지 싶어 지원하게 됐다. 마음은 탑스쿨을 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다.


그리고, 입학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인생과 커리어의 방향성에 대한 고찰을 깊게 하고 있다.


나는 좀 특이한 사람이다.

그 누구보다도 멍 때리기, 가만히 있기,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실제로, 할 일 없이 멍하니 있는 시간을 아주 좋아하고, 2시간 정도는 멍 때리고, 아무 생각도 안하면서 앉아있을 수 있음)

한편으로는, 중학생 이후 단 한번도 커리어 개발을 놓은 적이 없는.. 사람이다.


솔직히, 커리어 개발에 대한 강박은 내 욕심은 아닌 것 같다. 어릴 적부터 부의 엄청난 연설과 푸시가 있었고, 사회에서, 소위 말해 잘나가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 압박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나도 이제 결혼을 해서 독립된 가정이 있고, 물리적으로 부와 떨어져 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내 인생과 욕심 충족을 위해서 커리어는 필요하다. 일 벌리는 것을 싫어하는 극극극 내향인으로서 성공한 멋진 커리어 우먼& 리더가 되는 것은 솔직히... 별로 내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부자가 되고 싶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일을 하고 싶은 것 같다.


리더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닌데, 미국 영주권이 있는 내가 굳이 비싼 학비를 내고, 남편과 떨어져 살면서 2년간 MBA를 해야하나.. 사업을 하거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취직을 계속 시도하거나 할 수 있는데..

지금와서 뭐 이런 근본적인 고민들이 스물스물 올라와서,, 마음을 가다듬고 나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


MBA를 해야 하는 이유

1. 미국 리크루팅 프로세스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회사를 다녔지만, 취준을 본격적으로 해본 적이 없는 나는, 한국도 아닌 미국에서 노 베이스로 취준을 해야 한다. 학교에 가면 선배들도 있고 커리어 센터 어드바이저도 있어서 취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 앞으로 인생에 다시는 없을 학생 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

    웃기는 얘기지만, 나는 대학생 때 가장 행복했다. 원하는 수업을 다 골라서 들었고, 학점도 정말 좋았으며, 다정하지는 않으셨지만 인생 멘토인 교수님을 한 분 만나서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했다. 그래서, 학생 생활은 나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MBA는 수업 들어러 가는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교수님들께 좋은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는 없을 학생 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


3. 구직에 성공만 한다면, 한국에서보다 거의 두배에 달하는 연봉을 받으며 일할 수 있다.

    내가 입학하는 학교를 포함, 대부분의 MBA프로그램 졸업생들의 starting salary는 100k가 넘는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억 4천인데, 2년간 투자해서 나쁘지 않은 아웃풋인 것 같다. 게다가, 나는 50프로 장학금을 받았기 때문에 취직만 잘 한다면 ROI 가 괜찮다.


현 시점에서 걱정들

1. 애매한 랭킹의 MBA가 나의 취준에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

    내가 입학하게 될 MBA 프로그램은 그 유명한 M7(Magnificent 7)이 아니다.ㅋㅋ 이런 이름을 붙히는 것도 웃긴다. (이런 것 보면 미국도 학벌주의가 엄청난 것 같기도 하고 ㅋㅋ) 랭킹이 높지 않은 학교인데다가 학생 수도 작은 편이라서 회사들이 캠퍼스 리크루팅도 잘 오지 않고, 학생들끼리 클럽 활동도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 뭔가 큰 학교들은 취준하고 싶은 인더스트리나 분야가 같은 애들끼리 모여서 스터디도 하고 정보 공유도 하는 것 같은데,, 내가 갈 학교는 그런게 좀 약하다. 뭐 인터십과 취업 현황을 보면 좋은 직장에 간 사람들도 간간히 있는 것 같은데 진리의 사바사 겠다. 단, 학교 버프를 받아서 취준하기는 어렵겠다는 것,,, 이 느껴진다. 


2. 동부에서 학교를 다니고, 서부로 취업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은 아무래도 학교가 위치한 지역에서 취준을 하는 케이스가 더 많은 것 같다. 회사들도 회사가 있는 지역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지원자들을 조금 더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서부에, 그리고 나와 남편이 살고 싶은 실리콘밸리에 좋은 MBA 프로그램들이 많아서 나에게 티오가 올지 걱정이다. 

또, 내 커리어 백그라운드가 실리콘 밸리 기업에 fit이 잘 되지 않아서 구직이 잘 될 지 모르겠다. 실리콘 밸리에는 꼭 빅테크가 아니어도 회사가 많은데, 그래도 대부분 테크회사들이라 엔지니어링 background가 없는 내가 찾을 수 있는 잡들이 한계가 있다. 그래서 좀 걱정이다.


3. 졸업 후 정확히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미국에 오기 전까지, 그리고 MBA를 지원하는 시점까지는 나름 확고했다. 내가 한국에서 하던 일인 프로젝트 관리, 사업 기획 관련 업무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솔직히 모르겠다. 업무 특성상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중요한데,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 상황에서 내가 일을 즐기면서 잘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나는 아주 어릴 적,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영어를 배워서 영어 자체가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청소년기 이후 한국에서 살면서 미국의 문화와 유머 코드 같은 것들이 매우 어색하다. MBA에서 그런 부분들을 얼마나 트레이닝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성인이 된 이 시점에서 내가 미국화(?) 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또 다른 고민은, 나는 이제 일을 구할 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직장인이 벌 수 있는데 한계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최대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업무를 하고 싶다. 그래서 요즘 세일즈에도 관심이 가고, 좋은 기회가 있다면 영세하더라도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에 조인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세일즈는 대중들에게는 인식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특히 한국 사람들한테는.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영업 업무는 회사원의 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일인 것 같다. 우선, 커미션, 영업 인센티브가 있다. 그래서 돈을 비교적 많이 번다. 그리고, 대부분의 회사들은 어떤 형태로든 영업 및 판매를 하게 되고, 그들이 회사에 매출을 안겨주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입김이 세다. 회사에서 나름 influence가 있는 부서인 것이다. 게다가 영업은 사업의 가장 기본이다. 영업 경험이 많은 사람이 고객에 대한 이해도 높아서 마케팅도 잘하고, 사업 기획 및 경영도 잘 한다.

아무쪼록,, 영업에 대한 관심이 요새 엄청 많아졌다. 그래서 프로젝트 관리 뿐만 아니라 영업 쪽으로도 구직을 해볼 계획이다. 


걱정은 그때가서 하자

어제 남편과 인사이드 아웃2를 보고 왔다. Anxiety가 너무 나여서, Joy가 되어준 남편에게 너무 고맙다고 백번도 넘게 감사를 표했다. 나는 부정적이면 끝도 없이 부정적이어지는데, 우리 남편은 나를 항상 위로해준다. 그리고, 내가 괴로워하고 있으면 애교를 부려주고, 기분 전환을 시켜주려고 엄청 노력한다. 라일리처럼 내 안에 Joy가 Anxiety와 싸워주지 않아서 남편의 Joy가 내 Anxiety를 싸워준다.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다 <3

결혼하고 남편을 더 사랑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일단 뭐,,, 모르겠다. 취준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지만, 그건 그때가서 해결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 없다면 ㅎㅎ 잠깐 잠깐 프리랜싱 일을 할 때 아니면 할일 없이 놀고 있는 지금이 사실 너무 좋다.

지금은 남은 한달을 그냥 즐겁게 즐겨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내 비밀창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