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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y 27. 2024

마당에 잡초 뽑기!

이 년 전에 이사를 온 집 앞마당에는 잔디가 심어져 있어, 아침저녁 자동으로 물을 주는 시스템이었다. 가뜩이나 물이 귀한 캘리포니아에서 쓸데없이 잔디에 물을 주는 것이 아까워 물을 끊어 버렸더니 잔디는 죽고 잡초만이 살아남았다. 캘리포니아에서 산지 7년이 되어가는데, 처음에는 일 년 내내 비 한번 보기가 힘들더니 이사를 한 이후 최근 이 년 동안 겨울에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렸다. 

그 비로 잡초들이 무성해졌고, 다행히 미국 집들을 관리하는 HOA라는 관리 체계가 없는 오래된 우리 집은 나름 자유로움(?)을 만끽하게 되었다. 그러다 자라난 잡초들이 꽃을 피우고 나자 지저분하게 죽은 가지들이 진을 치고, 어제는 멕시칸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차를 세워 일자리를 구하는데 앞뜰을 정리하는 일을 주겠냐고 묻기까지 했다. 

그래서 오후에 햇살이 조금 꺾어지고 죽은 잡초만이라도 제거해야지 하고 나가 잡초를 뽑고 가위로 자르기 시작했다. 막상 시작하니 생각보다 버거워 고등학생과 초등학생 두 딸들에 도움을 청했다. 원래 먼가 나서서 하기 좋아하는 둘째가 말하기도 전에 알아서 장갑을 끼고 나와 돕기 시작했고, 원래 무언가 할 때 느린 큰딸은 슬렁슬렁 나와 동생의 지시를 받으며 일을 시작했다. 

조그마한 앞마당이라 뭐 할게 얼마 되겠냐 싶었는데, 생각보다 엄청난 양의 잡초로 말라죽은 것들만 제거했는데도 큰 휴지통이 꽉 차고 말았다. 

잡초제거를 끝내고 나니 바닥에 떨어진 작은 낙엽들과 잔 가지들로 지저분해져 빗자루로 쓸어야겠다 생각을 하기도 전에 빠릿빠릿한 둘째가 벌써 빗자루 세트를 들고 나왔다. 


아이들에게 도와달라고 말은 했지만, 내심은 내가 정리한 가지들을 휴지통에 담을 정도만 시키려 생각하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둘째의 적극적인 일처리로 나름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컸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면서 이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해도 잘하겠다는 생각까지도 말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을 하다 보면 학력과 상관없이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 자체를 잘하는 경우도 있고, 일할 때의 태도가 열정적이라 일을 진행을 빠르게 진행시켜 전반적이 업무를 수월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둘 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둘 중 하나만의 태도로도 같이 일하기가 두배로 편해진다. 

첫째와 둘째는 같은 부모에서 나온 자매임에도 완전히 다른 성향을 지니다. 첫째는 묵묵히 일을 하며 차분하게 끝까지 최선을 다해 일을 마치고, 둘째는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  일을 지시한 사람의 생각을 이미 실행한다. 

앞마당 청소하나를 시켜보고 너무 많을 것을 생각한 것일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 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생기고 어떻게 일을 하는 것이 최선의 결과로 이어질지에 대해 자꾸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이제 아이들이 커가고 아이들이 어디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 것이 그들에게 더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커지기도 해서일 것이다. 


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나오는 흔한 말 중 하나는 '매일 작은 성공을 하라'일 것이다. 내가 해석하는 그 말은 '아주 사소한 일부터도 스스로 잘 해결해 나간다는 생각이 들면 그 작은 성공들이 자신감을 갖게 하고 좀 더 큰일을 성공시키는 열쇠가 된다'이다. 아주 큰 성공을 하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큰 성공을 이룬 것이 아니라, 작은 일들에 대한 성공을 쌓아나가서 낳은 결과물을 갖는 것이라고 말이다. 


부를 이루는 것도, 남들이 우습게 생각하는 일 센트 일 달러를 어떻게 쓰고 모으냐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뜻이다. 부를 생각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돈을 벌어 큰 부를 이루는 것만을 생각한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얼마를 모아서 어디에 투자해서 얼마의 이윤을 남겨서 일억 혹은 십억을 모을 수 있을까 하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사업을 해서 아주 큰돈을 벌게 된다면 아주 짧은 시간에 큰돈을 만질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부자가 되어 부를 유지하는 것은 당장 큰돈이 있는 것과는 차원일 다른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에서야 끝을 본 책 '이웃집 백만장자'의 가장 큰 포인트는 UAW와 PAW이다. UAW는 소득에 비해 재산을 많이 축적한 사람이고 PAW는 그 반대의 경우이다. 이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물론 일단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군에 있다면 아무래도 UAW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어느 이상의 소득이 있다면 그 이후는 삶의 방식이 소비에 있는지, 저축과 투자에 있는지의 차이일 것이다. 전에 읽었던 책 '자동부자 습관'에서의 '라테 효과'처럼 돈이 지속적으로 새어나가는 작은 소비 습관들이 모인 생활을 하고 있다면 부자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삶을 무엇으로 규정지을지는 자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매일을 허덕이며 견디는데 쓰고 있다면 그 안에서 자신만의 작은 성공을 만끽할 여유가 생기기는 어렵다. 

지난주 5일은 무엇 때문인지 아주 피곤했다. 내가 하는 일이 동물을 케어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 뒤에 있는 사람들과의 소통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날은 아주 피곤한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기도 하고, 환축의 케이스가 내가 생각한 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무언가 부족했다고 느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수술을 하는 날의 아침은 무척이나 예민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런 부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즐겁게 받아들이려고 하는 이유는 내가 그로 인해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늘 다 알고 편안한 일만 한다면 결국 나는 나의 발전을 포기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어떤 수의사들은 자신이 불안하거나 자신 없는 케이스나 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소송이 많은 미국에서는 더구나 그런 경향이 더 심하게 보인다. 하지만 웃긴 건, 아무리 조심을 해도 그런 상황이 안 생기기는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소송은 감정싸움이 경우가 대부분이지 정말 무언가가 잘못된 경우는 소송으로 가기 전에 합의가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두려움에 도전을 피한다면 남은 것은 후퇴뿐이다. 


치열하게 일을 하고 난 후 돌아올 수 있는 따뜻한 나의 가족은 결국 내가 다시 싸울 힘을 갖게 해 준다. 

두 저자가 부유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이십 년간의 결과를 분석해서 쓴 책 '이웃집 백만장자'에서는 대부분의 부자는 결혼을 해서 오랜 기간 한 가정을 잘 유지해 온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물론 이혼을 했다고 부자가 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재산상의 손해가 생길 수도 있는 경유가 많아서일 거라 생각한다. 

또한 정서적인 안정감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단적이 예일수도 있다. 


내가 감동받을 만 틈 잡초를 잘 치워주 우리 두 딸들에게 '우리 딸들이 이렇게 일을 잘하는지 몰랐네. 우리 애들 데리고 청소업체라도 차려야겠다'라고 했더니 과묵한 큰딸은 여전히 말이 없고, 활달한 둘째는 너무 힘들다며 투덜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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