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미국 국익에 반하는 66개 국제기구, 조약에서 탈퇴를 공식화했다
백악관은 미국의 국익에 반한다고 판단되는 66개 국제기구 및 조약에서 즉각적인 탈퇴를 공식화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2025년 2월 4일에 발령된 '행정명령 14199호(Executive Order 14199)'에 근거하여 지난 1년간 국무부와 주유엔 미국 대표부가 진행해 온 전수 조사의 최종 결과물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납세자의 세금을 낭비하며, 적대적인 의제를 추진하는" 기구를 선별했으며 유엔(UN) 산하 31개 기구와 비(非) 유엔 35개 기구가 청산 대상에 올랐습니다. 명단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녹색기후기금(GCF) 등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의 핵심 기둥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어 인류 공통의 과제인 "기후 위기 대응 체계"가 마비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탈퇴 대상 66개 기구의 유형별 분석: 기후 및 에너지 분야
UNFCCC (유엔기후변화협약):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에서 채택되고 미국 상원이 비준한 이 협약은 국제 기후 체제의 모법(Mother Law)이다. 파리 협정은 UNFCCC의 하위 체제이므로, UNFCCC 탈퇴는 파리 협정 탈퇴를 넘어 기후 외교의 법적 기반 자체를 파기하는 것이다.
IP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기후 과학의 최고 권위 기구인 IPCC에서의 탈퇴는 과학적 사실에 대한 거부를 의미한다. 미국은 IPCC의 최대 자금 공여국이자 핵심 연구 데이터 제공국이었다. 이번 탈퇴로 미국은 향후 기후 과학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배제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및 국제태양광연합(ISA): 재생에너지 확산을 주도하는 이들 기구에서의 탈퇴는 미국의 에너지 정책이 화석연료 중심으로 완전히 회귀했음을 국제 사회에 공포하는 것이다.
기타 환경 협력체: '24/7 무탄소 에너지 협약(24/7 Carbon-Free Energy Compact)', '유엔 에너지(UN Energy)', 'UN Water', '적도 지방 숲 보존을 위한 REDD+ 프로그램' 등에서의 동시다발적 탈퇴는 기후 변화 완화뿐만 아니라 적응 및 자원 관리 협력까지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원자재 및 산업 관련 전문 기구
국제납아연연구그룹(ILZSG), 국제면화자문위원회(ICAC), 국제열대목재기구(ITTO): 이들 기구는 원자재 수급 정보 공유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존재한다. 여기서의 탈퇴는 미국 산업계가 글로벌 공급망 데이터에 접근하는 통로를 스스로 차단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장기적으로 미국 기업들에게도 불이익이 될 수 있다.
UNFCCC와 IPCC 탈퇴는 기후 과학의 퇴행을 의미합니다. 특히, 미국은 지난 수십 년간 IPCC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핵심 기후 모델링 데이터와 관측 자료를 제공해 왔으며, 전 세계 기후 과학자의 상당수가 미국 기관 소속입니다. 하여 미국이 빠진 IPCC는 '반쪽짜리' 과학 기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고 전 세계 기후 모델링의 정확도를 떨어뜨릴 것입니다.
1.5°C 목표의 사실상 폐기: 과학자 연합(UCS)과 UNEP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정책으로도 지구 온도는 2.3~2.8°C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 2위 배출국인 미국의 감축 노력 중단은 여기에 최소 0.1°C 이상의 추가 상승을 유발할 것이며, 티핑 포인트 도달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전망합니다.
도미노 효과: 미국의 이탈은 중국, 인도 등 다른 다배출 국가들에게 감축 의무 이행을 늦출 명분을 제공합니다. "미국도 안 하는데 우리가 왜 해야 하느냐"는 논리는 글로벌 기후 협상의 동력을 급격히 떨어뜨릴 것입니다.
미국 재무부는 UNFCCC 탈퇴와 연계하여 녹색기후기금(GCF) 이사직 사임과 자금 지원 중단을 통보했습니다. 미국은 GCF 설립 당시 30억 달러 공여를 약속했으나, 실제 납입액은 10억 달러 수준에 그쳤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남은 20억 달러의 미납금 및 추가 공여금을 백지화했습니다.
중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미국의 자발적 고립으로 국제 정치 속 힘의 공백이 생기고 중국이 이를 전략적으로 선점하려고 할 것입니다. 중국은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전기차 배터리 등 녹색 기술의 압도적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자금이 끊긴 개도국들에게 '녹색 인프라 패키지'를 제공할 것입니다. 이는 개도국들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중국 기술 표준과 공급망에 종속되게 만드는 결과를 만듭니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미국산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수소 등은 EU 시장 진입 시 막대한 탄소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미국은 '불공정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며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기후 문제가 촉발한 무역 전쟁은 전 세계적인 파장을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EU는 캐나다, 영국, 일본, 그리고 기후 행동에 적극적인 일부 개도국들과 연대하여 미국을 배제한 '기후 클럽'을 형성하려 할 것입니다. 즉, 대륙과 지역별로 기후문제가 각자도생의 형태로 바뀌며 전 세계적인 양극화가 심해질 것입니다. 이로써 글로벌 탄소 감축 목표는 실패하고, 기후 재난은 일상화되며 기후 적응에 실패한 국가들의 붕괴(State Failure)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에 대한 시사점
1. 통상 환경의 이중고: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화석연료 증산/규제 완화 압력과 EU의 강력한 탄소 규제(CBAM)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 미국 시장을 겨냥해 친환경 투자를 늦추면 EU 시장을 잃고, EU 기준을 맞추면 미국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2. 외교적 줄타기: 미국이 탈퇴한 국제태양광연합(ISA)이나 녹색기후기금(GCF, 본부 송도 소재)에서 한국의 역할론이 커질 수 있다. 한국은 중견국(Middle Power)으로서 미국과 개도국, 미국과 EU 사이의 가교 역할을 모색해야 하지만, 한미 동맹을 고려할 때 운신의 폭은 제한적이다.
3. 에너지 전환의 지속: 트럼프의 정책과 무관하게 글로벌 시장(특히 금융 및 공급망)은 탈탄소로 가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정책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인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유지하며 EU의 CBAM 및 글로벌 공급망 실사 지침(CSDDD)에 대비해야 한다.
출처
1. ALJAZEERA - Which are the 66 global organization the US is leaving under Trump?
2. whitehouse.gov - Withdrawing the United States from International Organizations, Conventions, and Treaties that Are Contrary to the Interests of the United States
3. earth.org - Trump Withdraws US From 66 International Organizations, Including Pivotal Climate Treaties
4. wuft.org - Why is the U.S. pulling out of 31 U.N. groups? And what's the impact?
5. insideclimatenews.org - As the Trump Administration Withdraws From Climate Treaties, Legal Scholars Debate Whether—and How—It Can Do So
6. heatmap.news - Can Trump Exit a Senate-Approved Treaty? The Constitution Doesn’t Say.
7. www.ucs.org - Trump Sinks to New Low by Announcing US Withdrawal from 66 International Organizations, Including UNFCCC and IPCC
8. www.theguardian.com - How Xi Jinping's global ambitions could thrive as Trump turns inward
9. dialogue.earth - Trump abandons international climate, biodiversity and energy bodies
10. indianexpress.com - US exit from several climate bodies can mean both relief, challenges for India: Here’s why
11. amp.dw.com - The impact of US withdrawal from global climate pacts